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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부대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8. 10. 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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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부대


“시청자 여러분, 요즘 국민노릇하기 힘들지요?”

참 오래된 이야기다. 서슬 파랬던 군사정권시절. 당시 TBC뉴스 앵커를 맡았던 봉두완 아나운서가 뉴스 말미에 맘 먹고 던진 한마디였다. 그 파장은 컸다. 당장에 그 말을 들었던 시청자들은 물론, 보도통제로 국민의 알권리는 제약되었다. 이 말은 독재군사정권의 구린내를 감추기에 급급했던 주구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도전이었다. 해서 이후 당사자는 물론, 방송국 전체로 치도곤을 당했다.


언론통제는 군사독재정권의 단골메뉴다. 군사정권이 아니어도 보도통제는 정권유지수단으로 먼저 방송을 장악한다. 해서 ‘카더라 뉴스’가 암암리에 전해지고, 급기야 의혹스런 일들이 일파만파로 불거져서 탄핵이니 정권퇴진을 운운하기도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현상적으로 불거지는 일들이 얼마나 제대로 전달될까? 심심찮게 보도통제에 관한 어쭙잖은 이야기가 파다하다. 그렇지만 정권의 적나라한 치부는 쉽게 드러나지도, 까뒤집혀지지 않는다. 그게 우리 언론통제의 민낯이요, 후진민주주의의 한계다.


지역 오일장에 나갔더니 초로의 노인네들이 삼삼오오 난장 국밥집에 모여 앉아 담소를 즐겼다. 안면을 트고 지내는지라 인사를 여쭙고는 막걸리 한 사발 얻어 걸쳤다. 그런데 안주를 짚다말고 좌중 이야기를 듣다보니 하수상한 시절 타령이었다. 예전 같으면 뒷방 차지하고 두문불출했을 노인들이 지금은 청춘이다. 얘기인즉슨 “그래도 박통전통 때가 살기 좋았다"고. "우리 국민성은 꽉 그러쥐고 잡아야한다"는 무시무시한 말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내뱉었다. 2,30년 나잇살 연배라 딴죽은 걸지 못했지만, 술맛이 싹 가실 정도로 먹먹했다.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군사독재시절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하나 싶어 자리를 피했다. 그러나 세상을 좋게 살지 못하고, 생각머리 없이 산 사람들은 통제 상태를 벗어나면 죽는 줄 알고 오기를 쓸지라도 기존체제에 안주하려고 발버둥 친다. 그들이 바로 ○○연합회 운운하며 미친 듯 날뛰는 보수 꼴통, 태극기부대다. 늙어도 곱게 늙지 않으면 오히려 민폐다. 더구나 오십줄에도 그런 향수에 전염된 머저리들이 많다.


그런가 하면 비록 몸은 늙었지만 정신만큼은 청년에 못지않게 괄괄한 어른신도 많다. 며칠 전 페이스 북에서 만난 페친은 스스로 요즘 노인네들의 흐릿한 시대의식을 냉엄하게 질타했다.


“‘집 안에 노인이 없거든 빌리라’는 현대의 젊은이들에 들려 줄 명언입니다. 하지만 판단력이 흐린 노인네들이 지금 우리 사회는 한없이 추락시키는 현실 앞에서 같이 나이 먹어가는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물리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일당 2만원 받고 관제 데모나 하는 '어벙이 연합회'에 가입하지 않습니다.”


이 얼마나 살맛나는 이야기인가. 더 이상 왈가불가할 까닭이 없다. 무 자르듯 단죄하는 데는. 세대 차이는 단순하게 생물학적 나이로 가늠하는 게 아니다. 아무리 젊다 해도 생각이 덜떨어지면 나잇살 많은 노인보다 더 늙은 중늙은이다. 그러한 인간은, 꺼벙이연합 회원보다 더 걸림돌이다.


그리스의 격언에 '집안에 노인이 없거든 빌리라'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한마디로 삶의 경륜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잘 보여 준다. 가정과 마찬가지로 국가나 사회에도 지혜로운 노인이 필요하다. 물론 노인이 되면 기억력도 떨어지고, 남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고, 자신의 경험에 집착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그 대신 나이는 기억력을 빼앗은 자리에 통찰력을 놓고 간다. 그래서 노인의 지혜와 경험을 활용하는 가정과 사회, 국가는 발전한다.


국군의 날, 국방부 앞에 몰려간 태극기부대, 태극기부대가 만만치 않다. 절규하듯 성조기를 흔드는 그들, 태극기 부대들이 국민에게 나쁘게 보이는 까닭은 정의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중 속에서 자기 주장을 할 때는 사실에 근거하고, 바른 일에 대하여 긍정하고, 바르지 못한 일에 대하여 시정을 요구 해야 한다. 그런데 태극기 부대들은 막무가네다. 박근혜만 찬양하고, 미제국주의만 외치니 누가 그들을 좋아 하고 지지 하겠는가?

'박근혜는 무죄다!'는 억지논리는 어떤 근거도 없이 떠들기만 하는 망말이다.

 

그래도 국민노릇 힘들때일수록 노인을 모셔야 한다.

 

|박종국또바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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