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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택(火宅)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8. 10. 5.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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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택(火宅)

 

거리를 거닐다보면 자판기가 쉽게 눈에 띤다. 편의점도 마찬가지다. 어느새 내가 사는 소읍에 구멍가게가 사라졌다. 그냥 형체가 사라진 게 아니고, 그곳에 오도카니 새롭게 단장한 24시 편의점이 턱하니 자리 잡고 앉았다. 그뿐만 아니다. 그곳에는 온통 즉석식품이 똬리를 틀었다.

 

우리 먹을거리는 적어도 2,30분의 수고를 더해야 입차지가 된다.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도 패스트푸드는 이와 판이하게 다르다. 불과 3분 이내에 배고픔이 해결된다. 라면과 햄버거, 즉석도시락이 그것이다.

 

자판기의 커피만 보아도 그렇다. 마음이 느긋한 사람은 커피가 다 나온 후, 불이 꺼지면 컵을 꺼낸다. 그런데 성급한 사람은 자판기 커피 눌러놓고, 컵 나오는 곳에 손 넣고 기다린다. 때문에 더러 튀는 커피에 손을 데기도 한다.

 

바쁜 사람은 사탕하나도 쪽쪽 빨아먹기는커녕 깨물어 먹다가 이가 부러진다. 아이스크림은 혀로 핥으며 천천히 먹어야 그 맛을 안다. 그럼에도 성급한 사람은 아이스크림을 베어 먹어야지 핥아먹다간 벌떡증 걸린다.

 

성급한 사람은 기다리던 버스가 도착하면 도로로 내려간다. 종종 버스와 추격전까지 벌인다. 출입문 열리기도 전에 문에 손을 댄다. 택시를 탈 때도 마찬가지다. 성급한 사람은 도로로 내려가 택시를 따라서 뛰어가며 문손잡이를 잡고 외친다. 한국인의 조급성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야구 경기를 보면 안다. 조급한 사람은 9회말 2사가 되면 더 이상 지켜보지 못하고, 경기 다 끝났다고 포기해 버린다. 그쯤이면 곽 찬 관중도 반으로 준다. 그렇지만 맘 느긋한 사람은 9회말 2사부터 힘내라! 우리 편!’ 끝까지 응원한다.

 

영화를 볼 때도 마찬가지다. 성급한 사람은 이제 영화가 거의 끝나는 구나판단이 되면 먼저 나가려고 안달이다. 그러나 느긋한 사람은 영화의 마지막은 엔딩 크레디트와 함께 OST를 감상하며 그 여운에 젖는다.

 

느긋한 사람은 식당에서 음식이 나올 때까지 조용히 앉아서 기다린다. 성급한 사람은 에이 씨! 돼지를 키워서 만들어오나, 더럽게 안 나오네!’ 버럭 화를 내고 소리 지른다. 밥맛이 덩달아 떨어지고 심지어 소화가 안 된다.

 

대개 사람들은 두 가지 성격으로 대별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나쁜 성격은 남을 비난하는 말투와 성급함이다. 이로 인해 매사에 화를 잘 내게 된다. 그럼에도 긍정적 시각으로 느긋한 마음을 지닌다면 화낼 일은 훨씬 줄어든다. , 성급함이나 화는 불의 특성을 가져서 어느 순간에 화재를 일으켜 몸과 마음을 여지없이 태워버린다. 그래서 사람의 몸을 화택(火宅 불의 집)이라고 하지 않는가.

 

저녁, 읍내를 거닐다 보니 여전히 편의점에 사람들로 북적댄다. 바쁜 사람들 다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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