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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그렇게 포만한 세상을 바라지 않습니다

한국작가회의/한빛소리원고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9. 5. 1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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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그렇게 포만한 세상을 바라지 않습니다.


카테고리 : 박종국의 세상만사 | 조회수 : 10202011-12-20 오후 10:42:00


박종국의 글밭 2011-288

아이들은 그렇게 포만한 세상을 바라지 않습니다

박종국(교사, 수필가)

“집에 엄마는 없습니다. 제가 세 살 때 할머니에게 맡기고 집을 나가셔서 아직까지 소식도 없고, 아빠는 어디로 가셨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할머니랑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먼 데 일하고 계시는데 부모님의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집안 분위기가 좋지 않습니다. 엄마는 친절하지만 술을 너무 많이 마시고, 아빠는 착하신데 담배를 너무 많이 피웁니다. 부모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제발 싸우지 마세요!”

“우리 가정 분위기는 좋은데, 부모님이 다른 친구와 비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형제가 없습니다. 그래서 혼자라서 외롭습니다. 하지만 친구들과 주위 사람들이 있어 행복합니다.”

“평소에 부모님은 저를 잘 챙겨 주시는 편이지만, 아무 것도 아닌 일에 화를 잘 냅니다. 한 번씩 우리를 자식이 아닌 것처럼 대합니다. 여러 가지 집안 일로 힘들겠지만 부모님이 화를 낼 때는 정말 두렵습니다.”

“엄마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잘 챙겨 주시니까 좋습니다. 그렇지만 음식을 먹을 때 먹고 싶지 않은 것을 억지로 먹으라고 할 때는 정말 싫습니다. 아빠는 일요일에 낚시 가면서 데리고 가서 좋습니다. 하지만 공부 안 한다고 화를 낼 때는 싫습니다.”

“엄마는 돌아가셔서 안 계시지만, 아버지와 대화가 잘 됩니다. 친구같이 포근합니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부모의 모습입니다. 물론 모두가 어둡고 침울한 모습만은 아닙니다. 대개 웃음이 넘치는 화목한 가정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다정해서 불평불만이 크게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조그만 일을 두고 쉽사리 다그쳐서 아이들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경우가 많나 봅니다. 아이들의 마음은 순수한데 그들의 눈에 비친 부모의 모습은 표현 그대로 안타깝습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하면 그런 일이 없을 텐데 말에요.

경제난으로 다들 사는 형편이 팍팍해졌습니다. 도시 사람들 삶 못지않게 농촌생활은 피폐해졌습니다. 부모의 이혼으로 결손가정이 많아졌습니다. 사는 게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빤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이 그러한 굴레에 옥죄어서는 안 됩니다.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해서 함부로 아이들을 팽개치는 부모로서 무책임한 처사입니다. 저희 학교에는 여섯 아이가 따뜻한 부모의 사랑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담임선생님들이 아린 가슴을 대신하여 다독여주고 있지만 귀가 뒤는 그렇게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쓴 글을 읽으면 코끝이 아립니다.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부모랑 헤어져 사는 아이들, 힘들어하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어린 나이에 견뎌내기 힘들만큼 짓눌려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게 지금의 농촌 현실입니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부모의 모습은 대개 포근하지만, 당장에 부모의 품에 파고들지 못하는 처지에 있는 아이들은 어둡고 몹시 굴절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은 그렇게 포만한 세상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마음 편하게 놓여날 수 있고, 제 하고픈 대로 막힘없이 즐거웠으면 하는 일들입니다. 그런데도 아이들의 일상은 그렇지 않은 게 많나 봅니다. 날씨가 추운데 난방이 안 된 방에서 돌돌 떨며 새우잠을 자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2011.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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