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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눈에 비친 장애인의 모습

한국작가회의/한빛소리원고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9. 5. 1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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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눈에 비친 장애인의 모습


카테고리 : 박종국의 세상만사 | 조회수 : 15122011-12-18 오전 11:13:00


아이들의 눈에 비친 장애인의 모습

-장애인이라고 해서 우리와 다르지 않다

/박 종 국


  반 아이들에게 ‘평소 장애인을 어떻게 생각하나?’고 물었다. 뜬금없는 질문이라는 듯이 처음에는 대부분의 아이들 데면데면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하나하나 이야기 꼭지를 풀어놓자 봇물 터지 듯 이내 말문을 트였다. 아이들 눈에 비친 장애인의 모습과 삶은 어른들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생활 가운데 쉽게 접하면서도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은 탓이다. 


  그래서 특설단원수업을 마련하여 ‘평소 장애인에 대한 나의 생각’을 글로 써봤다. 들춰내고 부추기고 싶은 글들이 많았다. 아이들은 솔직담백하다. 비단 이번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은 언제나 맑고 환하다. 그 글 속에 나타난 우리 사회는 건강성하다. 그저 마음이 즐거워진다.


  난 솔직히 생김새가 이상하거나 엉뚱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만나면 피하게 싶다는 생각이 든다. 텔레비전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즐겨 보는 만화 프로에서 어떤 장애를 가진 사람을 출연시켜 그 사람을 돕자고 해도 보기 싫어서 딴 데 돌려버리고 만다. 이번 글짓기에서도 장애인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고 쓰지만 실제 나의 마음은 그렇지 않다.

  어떤 장애는 옮는 병이 아닌데도 행여나 옮을까 봐 피하는 나다.

  선생님께서 지금까지 장애인을 홀대했던 일들, 좋지 않은 생각을 품었던 경우를 써보라고 하셨지만, 난 그럴 수 없다. 무엇보다도 내가 먼저 그런 행동을 서슴지 않고 하는데 어떻게 누군 이렇더라고 말 할 수 있을까?

  친구들이 쓴 글을 흘깃 보니까 다들 장애인을 안쓰러워하고, 미안해하며, 동정심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나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부끄럽다. 전에도 몇 번 이런 적이 있다, 그래서 마음을 고쳐먹으려고 했지만 그게 잘 되지 않는다. 

  만약 모든 사람들이 나 같은 생각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장애를 가진 친구들은 살아가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다.

  이 글을 쓰기 전에 선생님께서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는 사람과 생활하면서 후천적으로 입게 되는 절단장애가 있다고 하셨다. 교통사고나 안전사고로 인한 후유장애다. 나도 어느 순간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가질 수 있는데 왜 그런 생각을 할까?

  당장에 내가 장애인을 꺼리고 가까이 하지 않는데 내가 갑자기 장애를 당했을 때    그런 나를 친구들은 아무런 편견 없이 잘 대해 줄까? 성경 말씀에 뿌린 대로 거둔다고 했는데….

  이런 생각을 하니 어깨가 오싹해진다. 정말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힘들 것 같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내기 힘들 것 같다. 이제부터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리라고 다짐해 본다. 장애인 모두를 다 좋아하지는 못하더라도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부터 친하게 지내야겠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우리와 다르지 않고 단지 조금 불편한 몸일 따름이다.  -6학년 김수희 글


  다들 공감 하리라, 아이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인간의 욕망이 끝이 없듯이 사람이 자기애에 함몰되면 주위를 거들떠보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의 눈에는 자기와 행동거지가 유다른 장애인들은 보이지 않는다. 아이의 말처럼 ‘장애인이라고 해서 우리와 다르지 않고 단지 불편할 따름’인데도 우리 사회의 굴절된 시각과 그로 인한 사회적 편견은 이 땅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가기에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아이들 눈에 비친 장애인들의 모습은 바로 우리 사회가 장애인들은 인식하고 있는 척도다.


  장애인은 시혜나 동정의 대상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자립과 자활의지를 가진 당당한 존재다. 그렇기에 그들은 비장애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한층 더 열심히 살고, 욕심이 없고, 오히려 착하고 마음이 더 맑다. 아이들처럼 장애인을 대하는 평소 생각을 바꿔야겠다. 장애인은 단지 몸이 불편할 뿐이지 우리와 똑같은 존재다.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버려야 한다. 자활의지를 갖고 직접 물건을 만들어 파는 장애인을 만나면 좀더 따뜻한 시선을 보내자. 힘들어도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내는 장애인들의 끈기와 의지는 아름답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장애인들의 모습이 더 고울 수 있도록 내 마음부터 다시금 부셔야겠다. 


* 2008년7월호 『한빛소리』- 통권145호 게재 원고   


/박종국

남창녕부곡초등학교교사 자연생태해설가 칼럼니스트 경남작가회의 회원이사  한국작가회의 회원.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 함께 나누는 사랑은 아름답다』(2002, 도서출판 두엄) 『하심下心』(2007, 에세이). 다음 블로그 ‘배꾸마당 밟는 소리’(http://blog.daum.net/jongkuk600)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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