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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

한국작가회의/한빛소리원고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9. 5. 1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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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


카테고리 : 박종국의 세상만사 | 조회수 : 9532012-01-03 오후 4:28:00


[2012 박종국의 글밭-3]


사람의 마음


박 종 국


날씨가 잔뜩 흐린 날은 괜스레 마음이 착 가라앉습니다. 그럴 때면 좋았던 일도 까닭 없이 탈이 납니다. 흔들림 없는 마음도 순간 날건달이 됩니다. 잘못 걸려온 전화 한 통에도 신경이 곤두섭니다. 평소 같으면 느긋하게 응대했던 일들입니다. 하필 이런 날 일거리가 많아집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하면 불과 일이십 분이면 쉽게 끝날 일도 몇 시간을 붙들고 있자니 넌더리가 납니다. 얼토당토않게 꼬여드는 일만 줄을 잇습니다. 


아무리 화딱지가 돋아도 사랑의 눈으로 마음의 문을 열면 세상은 더욱 넓어 보입니다. 그렇지만, 내가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리면 세상은 나를 가두고 세상을 닫아버립니다. 내가 있으면 세상이 있고 내가 없으면 세상이 없습니다. 분명 세상의 주인은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입니다. 그러니 무시로 불거지는 잘잘못도 모두 내게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그것을 뻔히 아는데도 내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같잖은 일에 옥죄어 마음을 꽁꽁 닫습니다.


사람이 감정적으로 맞서면 남의 땅에 금을 그어 놓고는 자기 땅이라고 우기며 자기 위안을 삼는 못된 짓거리를 합니다. 사람을 내면으로 만나고 마음으로 사귀지 못한 채 보이지 않는 부분을 들여다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완벽하려는 생각 때문에 채워도 채워지지 않고 늘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하찮은 일에도 까탈을 부리게 됩니다.


그런 사람일수록 자신만은 완벽한 것처럼 말을 하고 행동을 합니다. 자신이 잘못된 것은 전혀 없고 남의 잘못만 드러내고 싶어 합니다. 남의 잘못된 일에는 험담을 일삼고 자신의 잘못은 숨기려 합니다. 남의 아픔은 즐거워하면서 나의 아픔은 알아주는 이가 없다고 서글퍼 하기도 합니다. 남의 잘못을 들추어내어 허물을 탓하고 험담을 입에 담는다면, 남들도 돌아서면 자신의 허물과 험담도 더욱 부풀려져 입에 오릅니다.


삶에 대한 가치관들이 우뚝 서 있어도 때로는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가슴에 품어온 깊은 소망들도 때로는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맑은 생각으로 하루를 살다가도 때로는 모든 것들이 부정적으로 보일 때가 있습니다. 완벽을 추구하며 세심하게 살피는 나날 중에도 때로는 건성으로 지나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정직함과 곧고 바름을 강조하면서도 때로는 양심에 걸리는 행동을 할 때가 있습니다. 포근한 햇살이 곳곳에 퍼져있는 어느 날에도 마음에서는 심한 빗줄기가 내릴 때가 있습니다. 호흡이 곤란할 정도로 할 일이 쌓여 있는데도 머리로 생각할 뿐 가만히 보고만 있을 때가 있습니다. 내일의 할 일은 잊어버리고 오늘만을 보며 술에 취한 흔들거리는 세상을 보고픈 날이 있습니다.


늘 한결 같기를 바라지만 때때로 찾아오는 변화에 혼란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한 모습만 보인다고 그것만을 보고 판단하지 말고 흔들린다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아야 합니다. 사람의 마음이 늘 고요하다면 분명 그 모습 뒤에는 숨겨져 있는 거짓이 있을 것입니다. 잠시 잊어버리고, 때로는 모든 것을 놓아보아야 그러한 과정 뒤에 오는 소중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다시 희망을 품는 시간들입니다. 다시 시작하는 시간들 안에는 새로운 비상이 있습니다.


서로를 미워하고 시기 질투하는 것도 우리의 본연이요, 흔들림 또한 사람이 살아가는 한 모습입니다. 적당한 소리를 내며 살아야 사람다운 사람이 아닐까요? 그렇지만 조금 부족한 듯이 마음을 비우고, 조금 덜 채워지는 넉넉한 마음으로, 조금 물러서는 여유로움으로, 조금 무거운 입을 간직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의 부드러움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밤마다 천사들이 모여서 부지런히 무엇인가를 닦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더러워진 세상입니다. 천사들이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우면서 산과 바다와 나무들을 깨끗하게 닦아 놓은 덕분에 우리 사는 세상은 날마다 빛이 납니다. 그런데 천사들이 아무리 닦아도 빛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사람들의 마음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은 자신이 닦아야 비로소 빛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2.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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