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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땅

한국작가회의/한빛소리원고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9. 5. 1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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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땅


카테고리 : 박종국의 세상만사 | 조회수 : 10262012-01-04 오후 2:08:00


[2012 박종국의 글밭-4] 분노의 땅

분노의 땅

박 종 국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고 사람이 너무 맑으면 친구가 없습니다. 어떤 일을 수행함에 있어 분명한 원칙과 꼬장꼬장함은 하나의 잣대가 됩니다. 그런데도‘대강대강 하라.’고 합니다.‘그냥 넘어가자.'고 다그칩니다. 은근슬쩍‘좋은 게 좋다.’며 따르라고 합니다. 심지어‘그래 봤자 너만 손해다.’고 비아냥대기까지 합니다. 사람을 얼마나 몰착하게 봤으면 그럴까 싶어 며칠을 두고 생각해도 화가 삭혀지지 않습니다.

사람이 마음을 좋게 쓰면 하늘을 덮고도 남지만 같잖게 쓰면 바늘 하나 꽂을 데가 없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아둔한 일이라도 마음을 좋게 가지면 다 용서가 됩니다. 마음을 담는 그릇이 한없이 넓어지기 때문입니다. 세상일들 잠깐의 여유를 가지면 사소한 일들로 얼굴 붉히지 않고, 뒷맛 개운치 않은 언쟁도 생기지 않습니다. 근데도 우리는 그 3초간의 여유를 갖지 못하고 개발새발하면서 쉽게 등을 돌립니다. 그런 사람들은 스스로‘분노의 땅’을 만듭니다.

그제 친구들과 오붓한 자리를 가졌습니다. 몇 순배 술잔 돌고나니 마누라 아이들 얘기가 안주삼아 올랐습니다. 한 친구는 요즘 마누라가 콧대가 세졌다고 불만을 토로했고, 또 한 친구는 머리 굵어 가는 아이들이 자꾸만 손아귀 벗어나는 행동을 해서 힘들다고 했습니다. 하라는 공부는 않고 자꾸 딴 짓을 일삼는다는 하소연도 있었습니다. 개중에는 인터넷 때문에 책을 읽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저는 다른 이야기에는 솔깃하지 않았지만, 머리 굵어가는 아이들의 되바라진 행동에 대해서는 목청 돋워가며 사족을 달았습니다.

지천명을 살면서 저는 그렇게 융통성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유독 내 아이, 그것도 한 녀석에게만 홀대를 받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될뿐더러 용납할 수도 없는 격함을 갖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더러 얼굴 살 찌푸려지는 행동을 하게 마련입니다. 그렇다고 그 아이가 밉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어느 부모가 제 새끼를 미워하겠습니까. 한데도 녀석과 나는 시간이 흐를수록‘분노의 땅’이 더 넓어지는 것 같습니다. 다그쳐 봐도 부스럼만 더할 뿐 소용이 없고, 바람을 거슬러 흙을 뿌리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제가 뿌린 흙먼지가 되돌아와 고스란히 뒤집어썼습니다.

물론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융통성을 가져야 합니다. 아이들을 타이를 때 좀 더 너그러워야겠고, 때와 장소를 가리고,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일러야합니다. 일방적인 강요보다는 양보하고 인내하는 되새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압니다. 그런데도 막무가내로 고집불통인 아이에게는 분명한 원칙하나는 가져야 합니다. 그럴수록 부모로서 양육에 대한 원칙과 권한은 철저해야 하고, 반드시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려 주어야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와 같은 철저함이 비인간적이고 냉정하다고 여겨지겠지만, 아이의 올바른 성장을 위한 것이라면 마다할 까닭이 없습니다. 그게 ‘분노의 땅’을 좁히는 방편입니다. 2012.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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