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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국밥

한국작가회의/한빛소리원고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9. 5. 1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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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국밥


카테고리 : 박종국의 세상만사 | 조회수 : 10052012-01-04 오후 2:06:00


[2012 박종국의 글밭-5] 따로국밥

따로국밥

박 종 국

엊그제 첫눈이 내렸다. 그것도 홑이불 덮듯이 살짝 기척만 했다. 그러나 평소 눈길 빙판길에 익숙하지 않은 남녘의 차량들은 그만한 눈발에도 거북이 걸음이었다. 나도 여느 날처럼 차를 몰고 출근길에 나섰다. 차령 16년째인 내 차는 타이어도 닳고 닳아 노쇠 직전이다. 그러니 미끄럼 없이 씽씽 내닫는 새 차들에 비해 오리마냥 뒤뚱대며 그 짧은 출근길도 제법 헤맸다.

운전에 신경을 많이 쓴 탓일까 학교에 도착하고 보니 허리가 뻐근했다. 몇 번 허리를 휘둘러보고 팍팍한 다리도 주물러봤다. 그러고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 같아 일상 업무에 매달렸다. 한데 두어 시간 남짓 지나서부터 마치 송곳으로 찌르듯 허리통증이 심했다. 허리를 주무르고 잠시 안정을 취해봤지만 통증은 가시지 않았다. 그러기를 한 시간여 급기야 일어서지도 앉지도 못하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주변에 신경통으로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교사들은 늘 서서 일하는 까닭에 허리통증과 관절통은 달고 산다. 인근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다. 허리디스크가 의심된다고 했다. 응급처치로 침을 맞고 핫팩찜질에다 물리치료까지 받았다. 하지만 통증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애면글면 겨우 학교까지 차를 몰고는 너무 고통이 심해 의자를 펼쳐놓고 누웠다. 그랬더니 콕콕 찌르는 듯 한 통증이 조금 덜 했다.

나이 오십에 이르니까 몸 여기저기 이상 징후가 생긴다. 그동안 아직은 젊다는 마음하나로 몸을 함부로 혹사했던 탓이다. 덜렁 몸 아프고 보니 낭패다. 어렵사리 퇴근해서 집에 가도 가족들은 따로국밥이었다. 다들 무엇에 바쁜지 서로 얼굴 대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게다가 애써 몸 아프다는 것을 드러낼 경황도 아니다. 하다못해 손수 얼음찜질도 해보고 수건을 덥혀 핫팩도 해봤다. 그렇지만 낮 동안 뭉친 통증은 여전하다. 진통제를 먹었더니 눈꺼풀이 한없이 무거웠다. 그러고 잠이 들었나보다.

새벽에 선잠을 깨었는데 통증이 더했다. 마음 같아서는 왕왕대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아내는 곤한 잠결이다. 사실 허리통증은 그동안 간간히 예고를 했었다. 뜨끔할 때마다 괜찮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방치했던 게 결국 화를 크게 키운 셈이다. 더구나 연말 교지를 편집하느라 오랫동안 의자에 앉았던 게 화근이었다. 허리를 중심으로 따끔대던 통증이 이제는 허벅지를 타고 내려 장딴지를 끌어당기듯 잦다. 그러고 보니 왼쪽 허리 하단은 총체적 부실이다.

앉거나 일어설 때마다 워낙 통증에 겨워하니까 보다 못한 동료들이 병원에 입원하라고 성화다. 진통제를 거푸 먹었더니 잠시나마 통증은 무뎌졌다. 벌써 여섯째를 이러고 있다. 통증이 예사롭지 않다. 쉬 나을 게 아닐 성 싶다. 더 이상 미적대지 말고 병원에 입원해야 할까 보다. 이참에 따로국밥 신세는 면하려나. 2012.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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