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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고령사회의 그림자, 영화 ‘더 파더’

한국작가회의/영화연극음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1. 5. 1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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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고령사회의 그림자, 영화 ‘더 파더’


 

사랑하는 가족이 치매에 걸렸다면, 이는 보호자나 당사자 모두 고통의 연속이다. 치매는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사회적 문제다. 영화 ‘노트북’을 비롯해 북미에서 제작되는 많은 영화들이 치매를 소재로 하고 있는 배경이다. 무엇보다 소중했던 가족이 치매 환자가 됐을 경우 그 아픔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영화 ‘더 파더’는 가족에게 찾아온 치매를 소재로 하고 있다.

 

영화에서 안소니(안소니 홉킨스 분)는 취미로 클래식 음악을 듣고 그림을 감상하며 창밖을 내다보며 평화로운 노년의 삶을 사는 평범한 노인이다. 가끔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탓에 딸 앤(올리비아 콜맨 분)은 자신의 아파트로 아버지를 모셔왔지만 안소니는 이사한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날이 갈수록 안소니의 기억은 자꾸만 틀어져만 가고 앤은 런던에서 파리로 떠난다. 영화는 평범한 아버지와 딸의 평범하지 않은 날을 그려내 관객들에게 감동을 안기는 드라마 장르이면서 동시에 심리적 스릴러를 표방한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플로리안 젤러 감독이 자신의 동명 연극을 스크린으로 옮겼으며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등 6개 부문 후보로 올라 있다.

 

치매가 진행되는 과정을 한 노인의 시점에서 그리고 있다. 그동안 치매를 다룬 영화들은 많았지만 대부분의 영화들이 치매를 겪고 있는 환자의 행동에 포커스를 맞췄다. 그러나 ‘더 파더’는 치매가 진행되는 과정 즉 현실과 망상 그리고 기억의 미로에 초점을 맞춘다. 불쑥 등장하는 장면, 맞지 않는 시간으로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결국 안소니의 혼란스러운 기억에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파트라는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부녀의 일상에 초점을 두고 그것을 지켜보는 관객은 과연 나라면 어땠을까, 스스로를 대입하게 된다. 치매를 겪고 있는 당사자와 보호자가 되어 감정이입과 동시에 혼란과 공포 그리고 충격의 단계를 밟으며 배우들의 심리를 따라가게 한다.

 

 

인생과 가족이라는 보편적 진실도 담았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면 죽기 마련이다. 그 아무리 찬란했던 푸르른 삶을 살았더라도 죽음의 시간이 다가오면 잎사귀가 다 떨어진 볼품없는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는다. 가족은 그 순간까지를 함께 한다. 특히 부모와 자녀의 관계란 태어나고 죽는 순간까지 서로를 돌봐주게 된다. 자신조차 기억할 수 없는 아기가 되어버린 나약한 부모를 보는 자녀의 마음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았다.

 

안소니 홉킨스의 명연기를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다. 안소니 홉킨스는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는 등 관객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켜주는 배우다. 영화에서 주인공 안소니는 고집불통의 할아버지 그리고 불같이 화를 내다가도 수줍게 웃음 짓는 예측하기 어려운 치매 노인의 다채로운 모습을 지녔다. 이러한 역을 85세의 안소니 홉킨스는 정정한 노인의 모습에서부터 혼란스러워지는 기억, 혼돈과 불안, 공포와 분노 그리고 그 상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져 버리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까지 한 편의 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감정의 상태를 연기했다. 섬세한 감정의 표현,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임을 다시 한번 관객들에게 입증해 보였다.

 

의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수명은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육체적인 병은 병원치료로 완치될 수 있지만 망각이라는 정신적인 질병인 치매는 치료는 물론 간병도 쉽지가 않다. 때문에 노인성 치매는 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에서도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영화 ‘더 파더’는 기억의 상실이라는 슬픈 순간을 진실하게 그려 서로 싸우며 각박하게 살아가는 우리네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수작이다.

 

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 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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