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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인간의 자유와 행복의 본질, 영화 ‘스파이의 아내’

한국작가회의/영화연극음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1. 5. 11.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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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인간의 자유와 행복의 본질, 영화 ‘스파이의 아내’


 

대의를 위해 소의가 희생되어도 괜찮은가. 집단을 위해 개인의 행복은 접어야 하는가 하는 물음은 끊임없이 제기된 문제다. 일본의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최근 개봉된 2차 세계대전이 배경인 영화 ‘스파이의 아내’에서 지식인 부부를 통해 인간의 자유와 행복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영화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은사자상(감독상)을 수상과 함께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최고의 영화 잡지 키네마준보가 선정한 일본 최고의 작품으로 꼽혔다.

 

영화는 1940년 일본 고베의 무역상인 유사쿠(타카하시 잇세이 분)과 사토코(아오이 유우 분)가 전망 좋은 저택에서 풍요로운 신혼을 보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사업차 만주에 다녀온 유사쿠는 그곳에서 일본 정부가 숨기려 했던 731부대 생체실험을 목격하고 그 만행을 국제사회에 폭로하기로 결심한다. 유사쿠는 일본에서 반역자로 몰리면서 헌병대인 다이지(히가시데 마사히로 분)의 감시를 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서스펜스 드라마다.

 

영화는 일본의 만행을 고발한다. 그동안 일본영화는 전범과 반성을 다룬 적이 거의 없었다. 전쟁을 다룬다고 해도 반성보다는 전후 일본의 피해를 부각시키는 영화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스파이의 아내’는 전후 75년 동안 일본에서 좀처럼 다뤄진 적 없는 파격적인 731부대를 소재로 한다. 일본 내에서도 제작이 어려워 간접적인 표현과 저예산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지만 2차 세계대전 당시 대규모 생체실험 등으로 악명 높았던 731부대의 참상을 다뤘다는 것은 획기적이다. 감독은 다른 일본 감독들이 전쟁의 참혹한 피해만을 다룰 때, 내부의 만행을 폭로하는 시대의 양심을 택했다.

 

 

군국주의와 전체주의에 비판적 시각도 담았다. 사토코를 흠모했던 동창생 다이지는 고도국방국가를 지향하는 통제체제 속에서 길러진 군국주의 신봉자다. 그러나 이와 대조적으로 유사쿠는 코스모폴리탄이다. 두 인물을 통해 일본의 제국주의적 폭력과 식민주의의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가 하면 보통의 일본인들은 모두가 군국주의의 신봉자가 아님을 보여준다. 일본 내 지식인들이 코스모폴리탄이라는 이름으로 반정부, 반체제적 사고를 지니고 있었다는 것과 궁극적으로 일본의 군국주의와 전체주의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일본 내 지식인들의 반발을 작품 속에 담아냈다.

 

집단과 개인의 행복에 대한 갈등을 담고 있다. 사건이 발생하기 전 유사쿠와 사토코는 서로 신뢰하고 사랑하는 데다 재정적으로 여유까지 있어 부족함 전혀 없는 부부였다. 그러나 유사쿠가 코스모폴리탄으로 일본의 만행을 알리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행동하는 반면 아내 사토코는 가정의 행복을 추구한다. 남편 유사쿠를 돕겠다던 사토코는 가정의 행복과 안위를 위해 남편을 경찰에 고발하고 유사쿠는 부인 사토코와 함께 미국 망명을 계획한다고 했지만 결국 사토코를 남겨두고 혼자 미국으로 떠난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부부간에도 상대가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 있고 둘 사이의 신뢰도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그리고 코스모폴리탄으로 집단과 가정 사이에서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를 갈등하게 만든다.

 

인간에게 자유와 행복이란 무엇인가는 오랫동안 물어왔던 질문이다. 그리고 개인의 행복과 국가의 이익이 상치될 때는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하는가 또한 우리를 갈등하게 만드는 주제다. 최근 우리는 국가나 공공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더 추구하는 이기적 사회로 흘러가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영화 ‘스파이의 아내’는 개인과 집단의 이익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 유사쿠를 통해 인간의 자유와 행복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 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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