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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따뜻한 가족애를 통해 희망을 주는 영화, ‘미나리’

한국작가회의/영화연극음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1. 5. 10.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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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따뜻한 가족애를 통해 희망을 주는 영화, ‘미나리’


 

미나리는 여러해살이풀로 생명력이 강한 식물이다. 물에 사는 물미나리, 밭에 사는 돌미나리 등 미나리는 시골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채소다. 과거 궁핍했던 시절 우리는 콩나물만큼이나 미나리를 즐겨 먹었다. 지금도 특유의 향과 식감 때문에 각종 요리에 자주 쓰인다. 이렇게 한국인에게 익숙한 채소가 최근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가 지난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심사위원대상 수상과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미나리는 이제 질긴 생명력과 적응력을 지닌 한국인을 상징하고 한국의 가족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단어가 되었다.

 

영화는 19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미국 남부 아칸소 주의 농장으로 이민간 한인 가정의 이야기다. 아빠 제이콥(스티븐 연 분)은 컨테이너 집에 살면서 한국 채소를 심으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엄마 모니카(한예리 분)는 병아리 감별사로 일자리를 찾는다. 아직 어린 딸과 태어날 때부터 심장이 약한 아들을 위해 모니카는 한국에 있는 친정엄마 순자(윤여정 분)을 불러들이면서 이들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영화 ‘미나리’가 미국 등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들과 비평가들의 큰 호응을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가족구성원 간의 따뜻한 가족애를 그렸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할머니와 아빠 그리고 아들, 가족 3대가 한 지붕 밑에 살며 낯선 타국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먼 곳까지 날아온 순자는 자식들을 위해 한국에서 멸치, 고춧가루, 미나리씨, 한약까지 잔뜩 지고 와서 심장이 아픈 손자를 위해 정성을 다해 한약을 다려주고 고통에 밤잠을 설치자 지켜주겠다며 꼭 안아준다. 모니카는 컨테이너로 된 집에 어머니를 모시는 것에 미안해한다. 영화는 점점 잊혀져가는 가족과 조부모에 대한 향수를 자연스럽고 담백하게 담아냈고 그동안 우리가 잊고 있었던 냄새, 할머니의 존재를 떠올리며 아련한 추억에 빠지게 한다.

 

 

가족 구성원의 강인한 정신이 희망을 안겨 준다. 영화 속 제이콥의 가족은 미나리와 닮아 있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미나리는 생활력이 강한 한국인 그리고 이민가정을 상징하기도 한다. 1980년대 팍팍한 이민자의 삶, 어려운 환경과 여건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한국인의 모습이 작품 곳곳에 녹아져 있다. 큰 뜻을 품고 시작한 농장이지만 화재로 모든 것을 잃고도 제이콥은 희망을 놓지 않는다. 순자가 한국에서 가져온 미나리를 심으며 한 번 더 힘껏 다짐하며 강한 투지를 보인다. 영화는 강한 의지와 책임감이 어려운 여건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인들도 공감할 정서와 문화를 담고 있다. 미국은 서부 개척사와 이민의 역사를 가진 나라다. 서부 개척시대 미국인들은 인디언들로부터 가정을 지켜야 했고 이민자의 나라 미국은 다양한 국가의 인종들이 미국에 정착해 가족애로 자신의 가족을 지켜야 했다. 영화 ‘미나리’는 광대한 자연에서 발버둥 치는 한 인간의 삶을 그린다. 그리고 고단한 이민자의 삶을 보여준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자주 사용되는 주제인 가족애와 개척사는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요소로 관객들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하다.

 

개인주의가 팽배해 지고 핵가족화 되면서 가족애는 점점 메말라져 가고 있다. 특히 부모는 물론 조부모와 따뜻한 정을 나누는 일은 점점 쉽지 않아지고 있다. 영화 ‘미나리’는 한인 이민가정의 가족애를 통해 어려운 여건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동시에 우리에게 가족의 따뜻한 사랑을 가슴깊이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작품이다.

 

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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