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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치 데이트(The Lunch Date)

한국작가회의/영화연극음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1. 5. 12.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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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치 데이트(The Lunch Date)

9분짜리 흑백 단편영화


어느 백인 귀부인이 사람이 몹시 붐비는 기차역에서 쇼핑백을 떨어 뜨립니다.


빈번하게 지나다니는 사람 사이사이를 해쳐가며 쏟아져 나온 물건을 수습 하다보니 기차를 놓치고
다음 기차를 이용할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부인은 역내 음식점으로 가서 샐러드 한 접시를 사가지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러나 포크를 가저 오지 않은 걸 알아채고 이를 가지러 갑니다.


포크를 가지고 자리로 돌아온 부인은 남루한 흑인이 앉아 자기 샐러드를 먹는 모습을 봅니다.


부인은 어이가 없었지만 가저온 포크를 집어들고 샐러드를 같이 먹습니다.


부인 한번 그 흑인 한번 교대로 그렇게 먹습니다.


음식을 다 먹은 후, 흑인이 커피 두 잔을 가지고 와서 한 잔을 부인에게 건넸고, 또 같이 커피를 마신 후 부인은 기차를 타러 갑니다.

 

 


부인이 개찰하려는 순간, 쇼핑백을 놓고 온 게 생각이 나서 급히 그 자리로 돌아가 보았습니다. 그렇지만 흑인도 쇼핑백도 보이지 않습니다.


당황한 부인이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데, 바로 그 옆 테이블에 손도 대지 않은 샐러드가 놓였고, 그 의자 위에는 자기 쇼핑백이 오도카니 자리를 지켰습니다.


자리를 잘못 찾은 부인이 옆 테이블인 흑인의 음식을 나누어 먹고, 커피까지 얻어 마셨던 겁니다.


지난 날 우리는 전쟁의 폐허속에서 배고픔을 서로 달래며 살아왔던 아픈 기억을 가졌습니다.


그 배려정신이 오늘날 우리의 크나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영화에서는 비록 우연에 의한 배려였지만, 그럼에도 스스럼없이 서로 음식을 나누어 먹던 우리의 자화상을 보는 듯 합니다.


인간의 향기가 묻어나는 <런치데이트>를 오래오래 기억해 두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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