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분짜리 흑백 단편영화
어느 백인 귀부인이 사람이 몹시 붐비는 기차역에서 쇼핑백을 떨어 뜨립니다.
빈번하게 지나다니는 사람 사이사이를 해쳐가며 쏟아져 나온 물건을 수습 하다보니 기차를 놓치고
다음 기차를 이용할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부인은 역내 음식점으로 가서 샐러드 한 접시를 사가지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러나 포크를 가저 오지 않은 걸 알아채고 이를 가지러 갑니다.
포크를 가지고 자리로 돌아온 부인은 남루한 흑인이 앉아 자기 샐러드를 먹는 모습을 봅니다.
부인은 어이가 없었지만 가저온 포크를 집어들고 샐러드를 같이 먹습니다.
부인 한번 그 흑인 한번 교대로 그렇게 먹습니다.
음식을 다 먹은 후, 흑인이 커피 두 잔을 가지고 와서 한 잔을 부인에게 건넸고, 또 같이 커피를 마신 후 부인은 기차를 타러 갑니다.
부인이 개찰하려는 순간, 쇼핑백을 놓고 온 게 생각이 나서 급히 그 자리로 돌아가 보았습니다. 그렇지만 흑인도 쇼핑백도 보이지 않습니다.
당황한 부인이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데, 바로 그 옆 테이블에 손도 대지 않은 샐러드가 놓였고, 그 의자 위에는 자기 쇼핑백이 오도카니 자리를 지켰습니다.
자리를 잘못 찾은 부인이 옆 테이블인 흑인의 음식을 나누어 먹고, 커피까지 얻어 마셨던 겁니다.
지난 날 우리는 전쟁의 폐허속에서 배고픔을 서로 달래며 살아왔던 아픈 기억을 가졌습니다.
그 배려정신이 오늘날 우리의 크나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영화에서는 비록 우연에 의한 배려였지만, 그럼에도 스스럼없이 서로 음식을 나누어 먹던 우리의 자화상을 보는 듯 합니다.
인간의 향기가 묻어나는 <런치데이트>를 오래오래 기억해 두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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