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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을 가꾸는 마음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1. 6. 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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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을 가꾸는 마음

박종국

일전에 친구가 그랬습니다.
퇴직하고나면 귀농은 어렵겠지만 조그만 밭뙈기라도 사서 텃밭을 가꾸고 싶다고.
나이들면 누구나 쉽게 떠올리는 생각입니다.
근데 그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당장에 씨뿌리고, 모종내서 거름주면 될 일이 아니냐 하겠지만, 실제 겪어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밭작물, 특히 푸성귀를 가꾸는 일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가장 먼저, 밭농사는 잡초와 전쟁을 각오해야 합니다. 밭고랑의 풀은 정말이지 돌아서면 다시 꼿꼿하게 얼굴 내입니다.
그래서 대개는 아예 멀칭비닐(멀칭(mulching, 또는 바닥덮기는 작물의 잎이나 줄기, 짚, 기타 유기물이나 폴리에틸렌 필름 등을 지상에 덮어 우적침식을 방지하고 토양 수분보존, 온도조절, 표면고결 억제, 잡초 방지, 유익한 박테리아의 번식촉진 등의 효과를 얻는 방법)을 하거나 제초제를 사용합니다.
그러나 일체 멀칭비닐이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텃밭을 가꾸려면 부지런을 떨 수밖에 없습니다.
그야말로 잡초와 사투를 벌여야 합니다.
밭고랑과 두둑이 말끔하다는 건 밭작물에도 좋겠지만.
학교텃밭의 경우, 학년학급별로 분양이 되었지만, 결국 잡초 뽑기는 교감인 제 몫입니다.
어제는 퇴근 후 고구마순과 양배추, 땅콩 모종을 사다 심었습니다. 다소 적기를 놓쳤으나, 마늘과 양파를 뽑은 뒤에 빈 땅이 생기는지라 부랴부랴 모종을 내었습니다.
종묘가게 주인 말에 따르면 아직은 늦지 않다고 합니다.
아무튼 충분히 건사하면 알찬 결실을 기대해도 좋겠습니다.
다소 씁쓸한 얘기나 하고 싶네요.
오랜 교직생활을 끝내고 소원했던 바 대로 귀농했던 선배가 고작 3년만에 두 손 두 발 들고 원래 삶터로 돌아갔습니다.
그 패착은 다름아니라 잡초와의 전쟁에서 졌기 때문입니다.
혹여 귀농을 결심하거나 텃밭가꾸려는 계획을 하였다면 먼저 잡초의 생존전략을 한번쯤 챙겨보시기 바랍니다.
손바닥만한 밭뙈기 농사라도 농부의 일은 단순한 소일거리가 아닙니다.

|박종국참살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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