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체르노빌 1986’ 그날, 세상을 구한 진짜 영웅들의 이야기

한국작가회의/영화연극음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1. 6. 24. 22:16

본문

역사상 최악의 원전 폭발 사고.. 목숨 걸고 지켜낸 사람들

[리뷰] ‘체르노빌 1986’ 그날, 세상을 구한 진짜 영웅들의 이야기

 

영화 '체르노빌: 1986' 스틸. 사진 풍경소리

 

아무리 반복해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이야기가 많다. 멀리서는 히틀러가 자행한 유대인 학살이 그러하고, 가까이에선 우리 사회 전체에 트라우마를 안긴 세월호 사건이 그러하다. 35년 전, 인류 역사상 최악의 원전 폭발 사고로 불리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 역시 바로 그러하다. 수많은 영화와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안겼던 소재이나, 영화 ‘체르노빌 1986’은 우리가 어째서 계속해서 이 사건을 되새겨야 하는지 깨닫게 만든다.

 

영화 '체르노빌: 1986' 스틸. 사진 풍경소리

 

1986년 4월 26일 오전 1시 24분,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진다.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에서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했다. 엄청난 위험에 노출된 지 조차 알 지 못하는 마을 사람은 그대로 방사능에 노출되고,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폭발 장소로 향한 소방관과 군인은 하나 둘 쓰러지기 시작한다.

 

방사능에 피폭돼 피부가 붉어지고, 토악질을 하는 환자들. 전 세계를 위협할 2차 폭발의 일촉즉발 상황 속에서, 더 큰 재앙을 막고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낸 진짜 영웅이 원전으로 들어간다.

 

영화 ‘체르노빌 1986’(감독 다닐라 코즐로브스키)은 원전사고 등급 최고 7등급, 인류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인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 당시의 현실과 목숨을 담보하고 용기를 낸 이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지난 5월 13일 체르노빌 원전에서 새로운 핵분열 조짐 보도가 전해지는 가운데, 영화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금 불러일으켜 눈길을 끈다.

 

영화 '체르노빌: 1986' 스틸. 사진 풍경소리

 

우리는 수많은 슈퍼 히어로 영화를 보고 짜릿한 쾌감과 반가움을 느끼지만, 깊은 감동과 희망을 보았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보다 우리는 화마 속으로 뛰어드는 소방관이나, 전우를 구하기 위해 사지로 향하는 군인 등 가족과 친구, 이웃과 사회를 위해 자신의 모든 걸 걸고 나선 이들의 이야기를 마주했을 때, 진정한 감동을 느낀다고 말한다.

 

영화 ‘체르노빌 1986’은 바로 그런 종류의 작품이다. 대단한 능력이 있지도 않고, 특별한 훈련을 받은 이들도 아니지만, 그저 소중한 이들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위대한 용기를 낸 이들의 이야기가 스크린에 담겼다. 목숨을 버려야 한다는 공포에 머뭇거리고, 패닉에 빠지면서도 결국에는 원전으로 향하는 그네들의 무거운 발걸음이 경외를 불러일으킨다.

 

영화 '체르노빌: 1986' 스틸. 사진 풍경소리

 

이는 단순히 허구에 불과한 게 아닌 실제 사건에 기반했기에 보다 큰 감동을 자아낸다. 실제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당시 2차 폭발을 막기 위해 방사능 오염수에 뛰어든 3인의 이야기가 영화의 모티브다. 사고 직후 녹아내리는 노심과 방사성 물질이 원전 지하 냉각수와 만날 경우 물이 한순간에 증발해 증기 폭발을 일으키리라 예측됐고, 3인의 영웅은 직접 방사능 오염수에 뛰어들어 펌프를 가동해 지하수를 보호하며 전 세계로 퍼질 방사능 오염을 막아냈다.

 

물론 혹자는 체르노빌 이야기가 지겹다며 영화를 꺼려한다. 실제로 당장 지난해에도 드라마 ‘체르노빌’이 화제가 되었으며, 체르노빌을 소재로 한 수많은 작품이 앞서 관객과 만났다. 그럼에도 ‘체르노빌 1986’은 남다른 감상을 안긴다. 지난 작품들이 사고가 왜 발생했는지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꾸렸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위험을 알면서도 스스로의 희생을 감내하기로 한 현실 속 진짜 영웅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이유다.

 

영화 '체르노빌: 1986' 포스터. 사진 풍경소리

 

1986년 체르노빌에 이어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 사고는 인류 역사상 두 번째 7등급 원자 사고였다. 35년이 지난 체르노빌조차 여전히 수습이 어려운 현재임에도, 10년밖에 지나지 않은 후쿠시마는 ‘먹어서 응원하자’따위의 캠페인이나 오염수 태평양 방류 등으로 사건의 피해를 축소하고 은폐하기에 급급하다.

 

자신의 모든 걸 내던졌던 진짜 영웅들의 희생으로 값진 시간을 벌어낸 인류는 다시 한번 같은 실수를 반복했지만, 이제는 누구 하나 나서는 이가 없다. 우리는 과연 어떤 삶과 교훈을 후대에 전해주게 될 건가.

 

개봉: 6월 30일/관람등급: 12세 관람가/감독: 다닐라 코즐로브스키/출연: 다닐라 코즐로브스키, 오크사나 아킨쉬나, 필리프 아브데예프, 니콜라이 코작/수입: ㈜풍경소리/배급: ㈜팝엔터테인먼트/러닝타임: 136분/별점: ★★★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