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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 포악한 흑인 소년? 충격의 2021년판 '피터팬'

한국작가회의/영화연극음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1. 6. 24.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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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포악한 흑인 소년? 충격의 2021년판 '피터팬'

[리뷰] 당신이 아는 피터팬의 모든 것이 뒤집힐 영화 ‘웬디’

 

 

영원한 동심을 상징하는 캐릭터 피터 팬과 그를 따라 신비한 모험을 한 웬디의 이야기가 전과는 전혀 다른 색다른 메시지를 품고 돌아왔다. ‘피터 팬’ 탄생 110주년을 기념해 웬디만의 시선으로 피터와 네버랜드를 그려냈다는 영화 ‘웬디’. 자라지 않는 아이 피터를 만나 네버랜드에서 표류하게 된 웬디의 모험은 어떤 모습으로 막을 내릴까.

 

영화 '웬디'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기찻길 옆, 작은 식당이 세상의 전부인 소녀 웬디. 그는 내면에 차오르는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매일 새로운 세상을 꿈꾸지만, 현실은 식당에서 엄마를 도와 접시를 나르는 신세다. 그러던 어느 날, 웬디의 앞에 반항기 가득한 눈빛을 가진 소년 피터와 그가 타고 다니는 유령 기차가 나타나고, 웬디와 그의 쌍둥이 형제는 피터와 함께 예상치 못한 모험을 떠나기 시작한다.

영화 ‘웬디’(감독 벤 제틀린)는 호기심 많고 모험심 강한 소년 웬디가 자라지 않는 소년 피터를 만나 신비로운 섬에 표류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모험과 성장을 그렸다. 장편 데뷔작 ‘비스트’로 제65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카메라상 수상과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 주요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단숨에 평단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벤 제틀린 감독의 신작으로, ‘피터 팬’ 탄생 110주년을 기념해 피터가 아닌 웬디의 시선으로 새롭게 바라본 피터 팬의 이야기다.

 

영화 '웬디'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피터 팬’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면 무엇인가. 우리에게 피터 팬은 초록색 광대 같은 옷을 입고 있는 백인 소년이 짓궂은 미소를 띄고 있는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를 터다. 기존 ‘피터 팬’을 다룬 여러 작품에서는 피터 팬의 이미지를 그대로 수용하며, 그를 순수함과 동심, 모험과 판타지의 대상으로 그려왔다.

그러나 벤 제틀린 감독이 새롭게 내놓은 피터 팬 이야기는 전과는 전혀 다른 결을 지니고 있어 남다른 감상을 남긴다. 영화의 제목이 ‘웬디’임에서부터 알 수 있듯,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웬디의 시선으로 피터 팬을 바라본다. 제3자의 눈으로 바라본 피터 팬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웬디’ 속 피터는 여전히 어린아이지만, 외형부터가 흑인 아이로 설정됐으며, 그의 성격은 대단히 포악하다.

피터는 아이들 특유의 순진무구함을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순수함에서 발하는 잔혹함과 이기심, 편협함이 가득하다. 그는 네버랜드에서 함께 지냈으나 어느새 동심을 잃고 어른이 되어버린 이들을 향해 지독한 악담을 퍼붓기도 하고, 웬디의 쌍둥이 형제 중 하나가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자 이미 어른이 된 신체부위를 단숨에 칼로 잘라내기도 한다.

 

영화 '웬디'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웬디’는 피터의 잔혹성 외에도 여러 부분에서 색다른 인상을 준다. 아이들만으로 구성된 네버랜드인 만큼, 그 안에서 만날 수 있는 문명의 이기는 조금도 없다. 아이들은 더러운 옷을 입고, 얼굴에는 때가 가득하다.

순수함과 동심으로 바라보기에는 어려운, 되레 현실적인 모습이 적나라하게 들춰진 것이다. 캐릭터들이 모험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광활한 자연 역시 보는 이에겐 압도적인 인상을 남기며 약간의 긴장과 공포마저 불러일으킨다.

이와 더불어 세월이 묻어나는 현실적인 소품들, 빨간 조명과 깊은 어둠이 만들어내는 그림자, 16mm 카메라로 담은 거친 질감. 신비로운 존재이나 결코 아름답지 않고 다소 징그러워 보이는 ‘어머니’의 존재까지. ‘웬디’는 어른이 된 웬디의 기억 속을 탐험하기라도 하듯 선명함과 부드러움을 배제한 채 관객으로 하여금 섬뜩한 감상을 남긴다.

 

영화 '웬디 '스틸. 사진 영화사 진진

 

다만 종국에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만은 기존 ‘피터 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상상력의 상실과 늙음, 의심에서 비롯된 모험과 설렘의 증발, 그로부터 시작되는 영혼의 마모. ‘웬디’는 각각의 마음 속에 있던 자기만의 동화가 사라져버린 우리를 일깨운다.

어른들은 언제나 어린 시절을 회상하고, 갈망한다. 순수하고 즐거웠던 지난 추억으로 회귀하길 바란다. 그러나 ‘웬디’와 같은 작품은 우리가 구태여 그 시절에 머물러야 행복한 것이 아님을 말한다. 어떻게 지난날을 뒤로하고 오늘을 보낼 것인지, 어떤 모습으로 내일을 맞이할 것인지는 결국 지금의 ‘내’가 정하는 것이리라. 바로 ‘웬디’와 같이.

개봉: 6월 30일/관람등급: 12세 관람가/감독: 벤 제틀린/목소리: 데빈 프랑스, 야슈아 막, 게이지 나퀸, 개빈 나퀸/수입: 영화사 진진/배급: 영화사 진진, 하이, 스트레인저/러닝타임: 111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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