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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발신제한> 차에서 내리면 폭탄 터진다는 전화받은 남자에게 벌어진 일

한국작가회의/영화연극음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1. 6. 24.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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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발신제한> 차에서 내리면 폭탄 터진다는 전화받은 남자에게 벌어진 일

 

▲ 영화 <발신제한> ⓒ CJ ENM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발신제한> (Hard Hit, 2021)

글 : 양미르 에디터

 

* 영화 <발신제한>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승진을 앞둔 은행센터장 '성규'(조우진)는 딸 '혜인'(이제인)과 아들을 데리고 아침 출근길에 나선다.

'혜인'은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성규'에게 이야기하지만, '성규'는 큰 의심을 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고 '성규'에게 의문의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단순 스팸 전화인줄 알고 끊어버린 '성규'에게 다시 한 번 전화가 걸려오고, 전화 속 남자 '진우'(지창욱)는 자신이 차 시트 아래에 폭탄을 설치했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진짜 폭탄임을 알게 된 '성규'는 혼란스러워한다.

심지어 도심 차량 폭탄 테러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용의자로 지목당하는 위기에 빠진다.

 

<발신제한>은 스페인 영화 <레트리뷰션: 응징의 날>(2015년)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설국열차>(2013년)로 대종상 영화제 편집상을, <끝까지 간다>(2014년)로 청룡영화상 편집상을 받은 김창주 감독의 첫 장편 영화 연출 작품이기도 하다.

그의 편집 작품인 <더 테러 라이브>(2013년), <터널>(2016년)처럼, <발신제한>은 자동차라는 좁은 공간을 바탕으로 한 주인공이 끝까지 극을 이끌어가는 형태로 진행된다.

특히 '리얼 타임'에 가까운 시간에 사건이 펼쳐지기 때문에, 관객으로서는 긴장감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이런 장르 영화가 우리나라 도심, 그것도 부산을 소재로 한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영화는 흥미롭게 다가온다.

영화의 주요 장면은 해운대와 센텀시티 등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특히 '성규' 가족이 경찰에게 포위되는 장면은 '해운대 광장'을 2주가량 봉쇄하며 찍었는데,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베이비 드라이버>(2017년) 속 리드미컬한 차량 액션을 본 후, 한국도 이런 장면을 볼 수 있길 기다린 관객이라면 나름 즐길만하다.

느슨할 수 있는 전개를 만회하기 위해서 선택한 건 상영 시간이었다.

최대한 지루한 부분을 제거하기 위해 영화는 94분이라는 짧은 상영 시간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물론, <발신제한>은 차량 액션보다는 '성규'를 연기한 조우진의 연기가 빛을 발한 작품이었다.

조우진이 연기를 하는 장면은 대부분이 운전석에 앉아 있는 것이 전부다.

운전석 앞이나 측면의 시점 혹은 딸과 아들이 있는 자리에서 바라보는 시점 등이 전부인 것.

좌석에 일어나는 순간 폭탄이 터지기 때문에, '성규'를 맡은 조우진은 표정이나 손짓을 통해서, 그리고 다른 이들과의 통화를 통해서만 관객을 설득해야 했다.

그런 힘든 상황에서 조우진은 지금껏 필모그래피에서 쌓아온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뽐낸다.

조우진뿐 아니라, 딸 '혜인'을 맡은 이제인의 연기도 칭찬할만 하다.

<사바하>(2019년)에서 쌍둥이 자매를 맡으면서, 제55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여자신인연기상을 받은 이제인은, 아버지와 어색한 사춘기 딸의 모습부터, 첫 번째 폭탄이 터진 이후 다친 동생까지 신경써야 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능숙하게 소화해냈다.

여기에 폭탄 테러를 저지른 '진우'를 맡은 지창욱은 통화 목소리 뿐 아니라, 밀도 높은 감정 연기를 선보이면서, 다소 개연성이 떨어져 보이는 '진우'의 테러 동기를 채워낸다.

 

 

한편, 부산을 배경으로 삼았기 때문인지, 자연스럽게 영화는 2011년 부산저축은행의 불법 대출 사건 이후 연쇄적으로 일어난 '저축은행 사태'를 떠올리게 된다.

고객에게 상품의 손실 가능성이나, 위험도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불완전판매'로 인해, 저축은행 고객이 입은 누적 피해액은 '천문학적인 액수'가 됐고, 여전히 소송이 진행 중이다.

'진우' 역시 '저축은행 사태'가 만들어 낸 피해자였던 것.

고객들에게 상품을 팔았던 '성규'는 당시 딜레마에 빠졌지만, 결국 '승진'에 눈이 멀고 말았다.

은행이나 금융권 전반의 도덕적인 해이를 지적한 영화는 '성규'가 이 모든 것을 바꾸겠다는 다짐으로 끝을 낸다.

이처럼, <발신제한>은 어느 정도 영화적 허용과 재미, 배우의 훌륭한 연기, 그리고 사회적인 의미를 함께 부여하면서, 안정적인 선택을 취한 오락 영화라 봐도 무방하겠다.



2021/06/16 CGV 용산아이파크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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