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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학교가 아름답습니다

박종국교육이야기/함께하는교육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1. 7. 1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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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학교가 아름답습니다



박종국(교육에세이칼럼니스트)



시골마을이 사라졌어요. 우후죽순처럼 도시가 뚱뚱해진만큼 시골은 빼빼 말랐어요. 예전같으면 골목마다 아이들 웃음소리, 배꼽담장 하나 사이에 두고 얘기나누던 그 훈훈한 인정이 끊겨버렸습니다. 지금 시골마을은 너무 나이가 들었습니다. 오륙십호 아담한 덩치를 가졌던 동네가 풍선 바람빠지듯 죄다 떠나고, 늙수그레한 노인네만 허물어진 집을 지킵니다.

 

아름다운 동네풍경은 옛말이 되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소읍도 겨우 1만 정도의 인구로 턱걸이하는 중입니다. 애써 귀농바람을 일으켜보지만 반응은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귀농조건이 그렇게 까다롭지 않은데, 농촌살이가 썩 내키지 않은 겁니다. 이제 90%이상 도시화가 된 현실이 그것을 반증합니다.

 

시골에서 아이들 웃음소리가 사라진 지 오랩니다.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든 면소재지의 경우, 겨우 스물 남짓한 아이로 학교의 명맥을 유지하는 실정합니다. 농촌 작은 학교를 살리자, 그 절박함이 한때 구호에 지나지 않습니다. 여전히 면단위 농촌학교는 아이들 건강한 웃음을 기다립니다. 하다못해 통합학군으로 인근 도시지역 학령유입을 기대하나 이도저도 마땅한 처방전이 아닙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머잖아 소규모 농촌학교는 저절로 사라집니다.


한편, 지난 5월부터 경상남도는 실질적인 농촌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작은학교살리기를 통한 농촌공동체활성화사업’을 추진합니다. 작은학교 살리기 사업은 지난해 경남주민참여예산제도를 통해 도민이 제안한 민간위탁사업입니다. 총예산 5000만 원이 투입되며, 도내 기존 작은학교살리기 사업 사례를 조사하고, 이를 보완해 추진됩니다.


​경상남도는 지난 4월 22일 민간위탁관리위원회를 열고 ‘녹색문화중심’을 최종 수탁기관으로 선정했습니다. ‘녹색문화중심’은 현장조사를 통해 사업대상지 3개소를 선정하고, 올해 12월까지 사업을 진행합니다. ​특히, 2019년부터 수행한 함양 서하초등학교 살리기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작은학교살리기 사업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극복하도록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먼저, 외부에서 유입되는 학생·학부모와 마을에 거주하던 기존 주민 간의 거리를 좁히고, 화합을 촉진하는 등 마을 갈등을 예방하고 풀어나가는 걸 중점 과제에 포함했습니다. ​또한, 지자체·교육기관·마을주민 간 협업관계를 공고히 해 해당 사업이 끝난 이후에도 마을주민이 운영주체로서 스스로 마을계획을 수립하고, 이끌어가도록 힘을 실어주는 걸 목표로 합니다.


​윤난실 경남도 사회혁신추진단장은 “각 학교와 마을이 하나의 공동체로 활동하도록 맞춤형 운영계획을 구성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번 사업을 통해 소멸위기에 놓인 농촌마을공동체가 활력을 얻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또,전국의 농어촌지역 지자체가 감소하는 인구문제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그 가운데, 전남 강진군의 한 시골학교에서 도시학생의 ‘산촌학교 유학 프로젝트’를 통해 폐교 위기에서 벗어남은 물론, 지역 인구유입에도 일조해 주목받았습니다. 특히, ‘농촌학교’ 유학생 유치 프로젝트는 현재의 전원주택 확대에 의한 실버인구 유입보다는 훨씬 효율적이고, 중장기적인 인구증가 효과를 가져온다는 분석이어서 지역사회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여론입니다.


지난 몇 년 사이 담양에서도 농,산촌지역 적지 않은 학교가 문을 닫았거나 통폐합 위기에 처해 지역사회 공동체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현재 교육부에서 진행하는 소규모학교 통폐합 및 그에 따른 농촌지역 공동화 현상은 비단 담양만이 우려할 처지는 아닙니다.


실제로, 강진 옴천초등학교의 작은학교 희망살리기 ‘산촌유학’ 프로젝트 성공사례나 담양 대덕 만덕초등학교의 ‘힐링 산촌유학생 유치’ 프로젝트 외에도 강릉 송양초 학교살리기(외국어 특성화 학교) 성공사례를 비롯 경남 양산 원동중(야구 특성화 학교), 정읍 이평중(야구 특성화 학교), 양평 단월중(체육특성화 학교) 등 지역현실에 맞는 특성화 교육과 프로젝트를 통해 아이들 웃음소리가 사라진 농촌학교에 다시 학생수가 늘어나고, 지역 인구유입에도 기여하는 등 일석이조의 성과를 거두는 사례가 적지 않음을 볼 때, 이제 ‘농촌학교 살리기’는 인구늘리기 정책에서도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한편, 최근 십수년 사이 도내에서는 수많은 농촌지역 학교가 문을 닫았으며 분교로 격하되거나 통폐합되었습니다. 게다가 이들 폐교된 학교 중 상당수는 매각되거나 상업용도로 임대중이어서 뜻을 모아 학교를 세우고 다녔던 지역 주민에게는 정서적 박탈감과 함께 후유증도 적지 않은 실정입니다.  


그렇잖아도 관내 대부분의 농촌지역 초등학교, 중학교가 학생수 감소로 통폐합 및 폐교 위기에 처한 실정이지만, 그나마 다행스런 건 면소재지 학교는 전교생 60명 이하여도 지역 중심학교 존치 명분상 아직은 대상에서 유보되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교육부와 교육당국의 소규모학교 통페합 및 폐교 우선 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되는 상황에서도 사실상 폐교 위기를 극복하고, 오히려 도시학교보다 훨씬 교육여건이 개선된 농촌학교의 성공사례가 주목받는다는 사실을 볼 때, 이제는 시군과 교육당국, 그리고 지역사회가 '작은학교 살리기 프로젝트' 사례를 면밀히 살펴서 지역에 맞는 ‘학교살리기’ 프로젝트를 통한 아이들 웃음소리가 넘치는 농촌학교, 나아가 실질적인 인구유입 효과를 거두는 ‘농촌작은학교살리기’ 프로젝트를 보다 적극적인 의지로 추진해 하겠습니다.


비견한 예가 될지 모르겠으나, 일본의 경우, 농산어촌 오지나 도서벽촌의 작은 학교가 학생이 없어 문을 닫아도 당장에 학교를 폐교하지 않고 일정 기간 동안 유지한다고 합니다. 왜냐?학교는 농촌사회의 마을공동체를 이끄는 구심점의 역할을 똑똑히 해내기 때문입니다. 까뜩이나 농촌사회가 무너지는데 학교마저 폐교되면 더는 희망이 없습니다.


38년 교직생활의 절반을 농촌과 도서벽지에 근무했던 필자는 그 절박한 현실을 빤히 들여다봅니다. 아무리 첨단컴퓨터 인터넷시대를 구가하며 도회지 중심으로 살아도 농산어촌의 삶을 함부로 대하는 나라는 온전치 못합니다.


현재 창녕지역에는 37개 유·초·중·고등학교가 소재하는데, 이 중 학생 수가 60명 미만인 학교가 분교장 포함 16개이며, 앞으로 3년 후에는 입학생이 전혀 없는 학교도 예상됩니다. 마을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학교의 폐교는 결국 마을의 고령화를 가속화시키고, 나아가 마을의 존립마저도 위협하는 현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그렇기에 이제는 단순한 경제논리로 작은학교를 폐교할 대상이 아니라, 농촌을 살려내는 특단의 처방전으로 부추겨야 할 때입니다.



작은학교가 아름답습니다.



|박종국에세이칼럼 2021.07.16.



* 작은 학교 살리기란?
농산어촌 학생인구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진행되는 다양한 지원을 뜻합니다.

1. 작은 학교 자유 학구제
작은 학교 학구를 큰 학교 학구까지 확대하여 큰 학교 학생이 주소 이전 없이 작은 학교로 입학 및 전학을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2. 작은 학교 가꾸기
농어촌 소규모 학교에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여 학생이 찾아오고, 돌아오는 학교로 육성하기 위해 추진됩니다.

* 경북교육청의 경우 지난해 108개교를 운영하여 460명의 학생이 유입되었고, 자유 학구제의 만족도 설문조사에서는 96.04%가 보통 이상의 만족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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