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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말-박종국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1. 9. 4.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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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말

박 종 국

한 심리학자의 통계에 따르면, 보통 사람의 생활에는 말을 듣는 일이 45퍼센트, 말을 하는 일이 30퍼센트, 읽는 일이 16퍼센트, 쓰는 일이 18퍼센트라고 한다. 통계 수치가 말해 주듯이 가급적 말을 듣는 쪽에 서서 경청하고, 그런 다음에 말을 신중히 해야 한다. 생각과, 말과, 일은 서로 연계되었다. 때문에 생각이 없는 말이 없고, 말없이 어떤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더구나 일은 시시각각으로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생각은 나름대로의 갖가지 말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요즘 아이가 사용하는 말을 엿듣어보면 정말 아찔할 때가 많다. 입말 중에 미처 여과되지 못한 상스런 어른의 말투가 툭툭 불거진다. 욕지거리는 물론, 휴대폰 신조어가 줄을 잇는다. 스펜서는 어린이야말로 부모의 행위를 비치는 거울이라고 했다. 분명 어린이는 어른의 씨앗이자 거울이다. 어린이 눈에 비친 어른의 모습 하나하나가 아이의 평생을 두고 또렷이 각인된다. 바쁘다고, 귀찮다고, 무심코 내뱉는 말 한 마디가 아이에게 심각한 폐해를 준다(심지어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는 술마시는 모습을 좋아하지 않는다고한다. 술을 마시면 그만큼 말이 흐려진다).

물오리가 날 때부터 헤엄을 치듯이 어린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착한 일을 하고, 좋은 말을 하는 천성을 지녔다. 아이를 가르친다는 일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근데도 성급하게 아이를 가르치려 드는 부모가 많다. 아이가 하는 일을 샅샅이 간섭하는 양육방식은 물오리가 헤엄을 못 치게 하는 억지와 다름없다.

단지 결과만을 바라는 조급함은 교육이 아니다. 그것은 엄청난 혹사다. 결국 아이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교육을 고집하다보니 부모 말씨가 고울 까닭이 없다. 돈이 아까워서 그러는 게 아니겠지만,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지 않은 교육은 어린이가 천성으로 지닌 모든 정서를 무시하는 폭행이다. 아이는 어른으로부터 가장 아름답게 보호받을 권리를 갖고 태어났다. 또한 아이는 생명을 비롯한 모든 면에서 가장 자유로울 권리를 이미 부여받았다.

어떤 말을 하고자 할 때는 먼저 이 말을 해도 괜찮은가를 충분히 생각한 다음 신중히 해야 한다. 특히 어린 아이에게는 한 치라도 상처를 안겨주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말은 곧 자신의 속마음을 꺼내서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거울이다. 그렇지만 말은 일단 입을 떠나면 그때부터는 그 말을 다스릴 수가 없다. 어떤 말은 평생을 두고 따라다니면서 괴롭힌다.

명심보감에 군평이 말하기를, “입과 혀는 화와 근심의 근본이요, 몸을 망하게 하는 도끼와 같으니 말을 삼가야 할지니라.”고 했다. 이처럼 말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아이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겪었을 일이다. 아이는 남과 비교를 싫어한다. 그런 까닭에 그런 대접을 받았다고 생각되면 말대꾸를 하거나, 자칫 말투가 거칠어진다. 아이의 말 빛깔을 보면 부모의 양육태도가 확연해진다. 아이는 부모의 삶의 정도를 비추는 거울이다.

|박종국참살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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