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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마무리 단상

세상사는얘기/삶부추기는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3. 6. 3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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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마무리 단상

박종국

유월, 마무리 짓는다. 역시 이번 달에도 코로나 19가 종식되지 않아 크게 나들지 못했다. 단조로운 일상이었다. 하지만, 책읽고, 글 쓰며, 나름 본연에 충실했다.

그런  까닭에 아직도 나는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네버 코비드족'이다. 코로나 4차예방접종을 마쳤다. 5년전 중병치레를 한 뒤로 몸에 부치는 일이 많아 하고픈 게 생겨도 여의치 못했다. 아직도 예후에 신경 쓰고, 애써 무리하지 않으려고 몸사리다보니 생활리듬이 많이 어긋났다.

게다가 일체 술담배를 끊었으니 마음두고 부르는 친구도 없다. 자연 뭇 사람과 부대끼는 일도 뜸해졌다. 이 상태로 한 해 더 소원해지면 좋은 사람 깡그리 다 잊고 살겠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 그나마 위로가 되는 건 아들과 함께가는 도서관, 숲둘레길걷기와 산행, 목욕나들이다. 서른셋 나잇살에도 선뜻 동행해서 산행하고, 등도 밀어주며, 사진도 찍어주고, 맛난 음식도 같이 먹으며, 조근조근 말벗이 되어주었다.

요즘 같은 세상, 흔치 않는 머슴아 애살이다. 그래서 시도때도 없이 자랑질한다. 다들 머리 굵은 자식과 목욕탕 가는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 점에서 보면 언제나 살갑게 애비를 위해 주는 아들이 사랑스럽고, 미덥다. 시대를 잘못 만나 아직 마땅한 일자리를 갖지 못했을 따름이지 어디 흠 잡을 데 없는 녀석이다.

누가 그랬다. 아무리 착하다해도 아들자랑하지 말라고. 사내녀석은 럭비공같아 언제 어디 튈지 모른다는 중론이다. 그래도 난 아들자랑을 멈추지 않는다. 아들은 투사니 아비를 닮지 않아 유순하고, 심성이 단아해서 칭찬을 받는다. 그냥 도덕교과서가 아니다. 정말 건실한 삶을 사는 젊은이다.

그저께도 아들과 미용실에도 같이 가고, 목욕탕 가서 몸을 부셨다. 유월을 마감 짓는 소일거리로 이만한 게 또 없다. 둘이 맨몸으로 탕 속에 들어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따가 서로에게 가장 솔직한 시간이다. 그러고 때밀이를 하고나면 개운하고, 홀가분해서 건강한 삶의 에너지가 절로 충만된다.

요즘 아들은 시창작과 문학수업 열심이다. 본연인 교직입문을 제쳐두고 제 하고픈 일, 시인으로 새롭게 터닝포인트했다. 그동안 애지중지 써 두었던 건실한 삶의 이야기가 시집 한 권을 묶고도 남는다. 문학판에도 적을 두고 제 목소리, 제 빛깔을 가늠하는 중이다.

그치만 결코 조급해하거나 서둘지 않는다. 십년을 집중하면 못 이룰 게 없다. 난 1만 시간의 법칙을 믿는다. 또한 오래도록 응원받는 시인으로 남으려면 그만큼 배경지식을 쌓는 게 중요하다. 나는 반짝 스타를 좋아하지 않는다.

된장과 간장은 해묵을수록 그 진가를 발휘한다. 그에 비하여 제철만 감당해도 목넘이가 좋은 담금주는 사양한다. 은근하고 느긋한 기다림이 숙성의 향취를 더한다. 내가 바람하는 아들은 인생은 그렇게 살아야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중국인의 만만디 정신은 또하나의 좌표가 된다.

지난 한달동안 쉼없이 부대끼며 살았다. 아직도 코로나19 상황은 긴장 상태를 면치 못한다. 그렇지만 기본방역수칙 메뉴얼을 지키며 조심한다(특히, 기저질환자인 나는 바짝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한번 잃고나면 그 회복이 만만찮다. 난 그러한 후회를 뼈져리게 실감하고 덤으로 주어진 삶에 감사하며 산다.

시덥잖은 이야기로 건강한 유월을 마무리 짓는다. 칠월은 모두에게 좋은 바람을 기대한다.
좋은 일 더 많이 지으리라고.

|박종국에세이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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