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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

박종국에세이/독서서평모음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3. 7. 1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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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공부만 하지 말고 진지하게 살아보라"
[서평]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 
 

    박종국 (jongkuk600)  

 
헨리 데이빗 소로우와 <월든>

  저자 헨리 데이빗 소로우(Henry David Thoreau)는 1817년 7월 12일 미국의 동북부,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매사추세츠 주의 콩코드에서 태어나,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갖춘 콩코드에서 경이로운 자연의 법칙과 소중함을 직접 체험하며 자랐다.

  1845년 3월부터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집을 짓기 시작하여, 같은 해 7월부터 1847년 9월까지 그곳에서 홀로 지냈는데, '숲 속의 생활'(Life in the Woods)이라는 제목으로도 불리는 <월든>(Walden)은 바로 월든 호숫가에서 보낸 2년의 자신의 독거생활 한 삶을 기록한 책이다.

   이 책 <월든>의 배경이 된 곳은 월든은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머물렀던 집 뒷산 호수 이름이다. 크기는 그렇게 크진 않았지만, 소로우는 이 호수와 뒤에 펼쳐진 숲에서 무한한 즐거움을 얻었다. <월든>은 3년 동안 그가 호수에서 생활했던 기록을 담은 '자연에 대한 찬미와 무소유적인 삶을 통찰력 넘치는 필치'가 돋인다.
 
  "물은 새로운 생명과 움직임을 끊임없이 공중에서 받아들인다. 물은 그 본질상 땅과 하늘의 중간이다. 땅에서는 풀과 나무만이 나부끼지만, 물은 바람이 불면 몸소 잔물결을 일으킨다. 나는 미풍이 물 위를 스쳐 가는 곳을 빛줄기나 빛의 파편이 반짝이는 걸 보고 안다. 이처럼 우리가 수면을 내려다본다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29쪽)

  1854년에 출판되었는데, 1845년 여름부터 1847년 초가을까지 월든 호반에서 지낸 저자가 봄을 맞이하면서 시작하여 새봄이 돌아오기까지 1년간의 생활로 재구성한 이야기다. '사실과 직면'하려고 하는 진지한 태도로 일관되었고, 자연과 인간을 정확하게 파악하려는 그 엄격함이 밀도 있는 문학세계를 꾸며내었다.

  저자는 자신의 문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엄격하여 초고는 이미 월든 호반에서 완성되었으나, 그 후 여섯 번이나 다시 고쳐 써서 마침내 지금과 같은 훌륭한 산문작품으로 다듬어냈다.

<월든>에 깃든 자연예찬

  소로우가 말보다는 행동을 중시했던 진정한 자연주자라는 사실은 <월든>의 구석구석에 녹아들었다. 그는 이 책에서 단순히 호숫가 오두막에서의 독거 생활을 기록해 놓았다기보다 자연과 깊이 교감하면서 느끼고, 생각하며, 깨달았던 일을 솔직하게 적어놓았다.


  45년이라는 짧은 세월을 살면서 겨우 두 권의 저서만 남겼던 소로우의 대표작 <월든>은 과연 어떤 내용을 담았을까? 많은 평론가는 이 책이 독자의 기억 속에 오래 동안 살아남았던 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첫째, 이 책은 미국문학을 대표한다고 할 정도로 뛰어난 산문집이다. 자연묘사에 대한 유려한 필치 그 자체로서도 그러할 뿐만 아니라, 그 자신이 어떻게 온갖 편의를 제공해주는 문명사회를 떠나서 자연에서의 원시생활을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숲 속에서의 하루하루 생활은 어떠했는지를 그처럼 솔직하고 섬세하게 그려낸 책은 일찍이 없었다는 게 평론가의 공통된 평가이다. 

  둘째, 그처럼 탁월한 문체에 힘입어서 <월든>은 자연스레 <로빈슨 크루소>나 <시튼동물기>처럼 자연의 비밀을 소개하고, 그것을 관찰하는 한 지식인의 모습을 소개하는 데에 멋진 성공을 거두었다. 그래서 독자는 이 책을 읽는 동안 계절이 바뀌면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월든 호수와 그 주변의 모습, 그 속에서 생활하는 온갖 동식물의 행태를 눈앞에 그려진다.

  짝을 찾아 시끄럽게 울어대는 개구리는 호수에 사는 술주정꾼으로 묘사하고, 부엉이를 어둠의 정령으로, 들꿩을 자연의 귀염둥이로 바꾸어놓는 소로의 따스한 시각이 이 책의 구석구성에 배어 독자를 자연의 세계로 이끈다.      

  셋째, 하지만 <월든>이 한 세기를 훨씬 뛰어넘어서 오늘날까지 독자의 사랑을 받는 건 그 속에 담긴 통렬한 사회비판 정신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소로우는 근대 산업사회의 꽃을 한창 피우던 미국 동부지방에 풍미하던 여러 가지 사회적 통념에 강력한 반기를 들었다.

  그는 물질적인 안락과 풍요만을 추구하던 당시 세태를 맹렬히 꾸짖고, 참다운 인간의 길, 자유로운 인간의 길이 과연 무엇인지를 독자에게 끊임없이 되묻는다. 거짓과 위선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고, 인습과 고정관념에 얽매이기를 거부하면서 참된 구도자로서의 길을 찾아가는 소로의 소박한 모습에서 독자는 깊은 인상을 받는다.

  마지막으로, <월든>은 자연보전을 제창하는 최초의 녹색소설로서도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19세기 중엽의 미국 사회, 특히 보스톤과 뉴욕으로 대표되는 북동부 해안지역은 이미 산업의 중심지로서 온갖 환경문제가 횡행하는 장소였다. 비록 그런 환경문제에 대해서 아무도 우려하지 않았지만.

  소로우는 산업 발달이 인간의 끝없는 탐욕에서 비롯된다고 보았으며, 따라서 그런 탐욕을 접고 검소하고 소박한 생활을 실천하는 일만이 인간의 행복과 자연의 회복을 담보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몸소 노동과 사색으로 일관된 청빈한 생활의 본을 보였는 바, 그의 이런 실천 정신은 오늘날의 환경운동에도 좋은 귀감이 된다.      

헨리 소로우와 법정스님, 그리고 간디

  벌써 내가 가진 <월든>만 네 권이다. 그중에는 <청소년을 위한 월든>도 한 권 같이 자리한다. 좋은 날, 특히 아이들 졸업 때면 선물로 주곤 했던 책이다. 그런데 직접 선물 받았던 사람도 디 읽어보았느냐고 물어보면 아직 읽지 못했다는 대답이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먼저, 깨알같이 촘촘한 글자가 눈을 압박한다. 그리고 적잖은 두께가 부담스러웠단다. 때문에 맘먹고 읽지 않으면 쉽게 완독하기가 어려운 책이다.

  그렇지만 빽빽한 글자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내고 읽노라면 아름답고 맛깔스러운 내용에 스스로 청량감에 젖어든다. 그게 이 책을 읽는 묘미요 매력이다. 중간 중간을 아무데나 들춰 읽어도 좋다. 아무튼 끝까지 다 읽으려면 긴 인내로 필요로 하는 책이다.  필자도 방학을 맞아 새롭게 들춰내어 며칠 만에 완전히 읽어낸 책이다.

  책을 읽다가 문득 외딴 호숫가에서 자기가 손수 집을 짓고, 자신이 직접 농사지은 걸 먹으며, 의식주를 자급자족으로 해결했던 월든의 삶이 법정스님의 삶처럼 느껴지는 건 무엇 때문일까? 

  나는 <월든>을 읽으면서 연방 법정스님을 떠올렸다. 오래전에 읽었던 법정스님의 <무소유>와 <오두막 편지>가 생각났다. <산방한담>과 <버리고 떠나기>도 마찬가지다. 책장을 넘나드는 눈은 그저 1800년대의 매사추세츠의 콩코드 월든 호숫가의 소로우와 함께 하는데, 머릿속은 어느덧 법정스님의 오두막으로 다가갔다.

  '참 묘한 일이다! ‘그래 이것이야!’ 딱히 꼬집어 말할 게 없는데, 왜 월든 호숫가에서 오두막 냄새가 날까'

  그것은 바로 소로우와 법정스님의 책을 읽고난 공감대였다. 법정스님도 책을 통해 월든을 자주 읽으신다고 했다. 법정스님이 좋아한다는 월든, 그리고 소로우. 어쩌면 두 분은 세상을 저만치 벗어나 곳에서 스스로의 노동으로 자급자족하며, 사색하고, 자연과 친화 교감하는 삶은 공간을 초월한 한 붙이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 그렇다. 두 가지나 세 가지로 줄이고, 백 가지나 천 가지가 되게 하지 말라. 간소화하라, 간소화하라. 하루 세 끼가 아니라 필요하다면 한 끼만 먹으라. 백 가지 요리는 다섯 가지로 줄이라. 이런 비율로 다른 일도 줄이라' (p.113)

  소로우는 숲 속의 생활에서 문명을 버린 인간의 생활에 대해 들려준다. 재능이 남달랐던 그의 ‘월든’생활은 자기가 기거할 집을 짓는 일부터 시작한다. 나무를 잘라 목재로 다듬고, 주위의 허름한 집에서 나온 자재를 재활용하고, 몇 가지 필수적인 재료만 시장에서 구입한다. 집이 완성되고 그가 기거하는 동안, 사람과는 멀어졌지만 그는 새로운 친구를 만난다.

  그러나 그에게 가장 애착이 가는 벗은 그토록 사랑했던 월든 호수였다. 그가 월든 호수로 자주 산책을 나간 숲 속에는 길이 나고, 한번 난 그 길은 1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명맥을 유지한다.

  소로우는 봄에는 텃밭에다 콩이나 채소를 가꾸고 먹고 남은 건 시장에 나가서 팔아 생계에 보탰다. 일상화된 산책 속에서 만난 숲 속의 친구와 대화하거나 아침 일찍 일어나 고요한 가운데 책을 읽고, 명상에 빠져들기도 했다. 우연하게 혹은 그를 만나러 찾아오는 벗과 대화하는 일의 즐거움과, 때론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올 때의 괴로운 심정을 그는 <월든>에 사실적으로 기록해놓았다. 

  총 2년간의 숲 속의 생활 가운데, 1년간 이러한 사소한 삶을 소로우는 <월든>을 통해 세세하게 기록해 놓았다. 그리고 나머지 1년에 대해서는 그다지 반복적으로 나열하지 않는다. 그는 인생의 스타일리스트와 같다. 그는 자신의 삶이 남과 다르다는 알았다. 그러나 남이 자신의 삶을 흉내 내기는 원치 않았다.

  왜냐하면 그때쯤이면 이미 자신은 다른 삶의 방식을 쫓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월든>에서 그가 원하는 사실, 숲 속의 삶이나 자연친화적인 삶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책을 읽는 사람, 혹은 젊은이이 이렇게 살아가길 원했다.

  "인생을 ‘공부만 하지' 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것을 진지하게 ’살아보라‘는 것이다." (74p)

  그는 당대에 성공을 향해 질주하던 인간 속에서 비켜나, 빈곤하고 누추하고 세련되지 않았지만, 자연 속에서 나름의 삶을 설계했다. 그리고 자신의 삶의 스타일에 대해 <월든>을 통해 신실한 가르침을 남겼다. 그래서 소로우의 이 책은 미국의 작가뿐만 아니라, 세계의 정치가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간디이다. 그의 무소유 철학은 <월든>에서 일정부분 반추되었다.

   빠르고, 세련되고 ,부유한 문명을 건설하기 위해 인간은 달려왔다. 하지만, 세계는 지금 환경오염과 도시적 삶에 혐오를 느낀다. 왜냐하면, 그 자체가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삶이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영혼, 소로우가 추구했던 짧지만 강렬했던 그 2년간의 숲 속 월든 호숫가에서의 삶. 안식을 원하는 현대인이 원하는 지상의 유토피아적 삶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 글의 본문 내용 중 일부는 홍욱희 <논술시리즈 과학 : 20세기 고전> 문명에 구속받지 않는 자유의 선언, 헨리 소로우 <월든>을 참고로 하였습니다.

제목 : <월든>(Walden)
저자 : 헨리 데이빗 소로우, 옮긴이 : 강승영
출판 : 도서출판 이레, 2004년 9월 30일 개정 2판
가격 :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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