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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아이답게 돌보는 방학

박종국교육이야기/함께하는교육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3. 7. 2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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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아이답게 돌보는 방학



박종국(다원장르작가)

 

참교육자 김규태선생님, 동포초 3학년 2반 담임을 맡으신 선생님은 필자 중학교 동기로, 올해 38년동안의 교직생활을 마무리 짓는다


  뭇 사람이 도시의 편리함 쫓아가는 이때, 그러한 쏠림을 훌훌 털어버리고 시골에서 사는 요즘 행복하다. 코로나팬데믹으로 심각해도 나는 아직 '네버 코비드족'이다. 코로나19 등살에 다소 비켜서서 한숨을 돌린다.

  시골에서는 그 존재의미를 따지지 않아도 자잘한 물상 하나하나 그대로 아름답다. 그래서 제각기 다 다른 향기를 지녔어도 정답게 어우러져 산다. 그 삶의 빛깔이 따스하다. 관심 갖지 않으면 고약스런 분뇨지만, 제법 시골살이 맛을 알면 농가 뒤뜨란에 쌓아둔 한무더기 거름냄새가 향긋하다. 그러나 시골 사는 맛은 무엇보다 생활의 여유고, 자연과 친화 교감하며 노니는 단출함이다.

  아이도 그러하다. 매번 방학 때면 아이들을 떠나보기가 섭섭하다. 하지만, 한껏 기가 살아서 방방 내달아가는 아이를 보면 흡족하다. 그 동안 학교생활 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더더구나 코로나19로 뛰놀고 싶어도 맘껏 놀지 못하고, 교실에 붙잡혀 책 읽으라는 소리가 귀에 못이 박혔을 테다. 아이는 더위나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냅다 뛰놀아야 한다. 그런데도 정작 방학을 하고 나면 아이는 더 바쁘다. 들바람 같은 아이가 제 하고픈 일로 자유롭게 풀려났으면 좋으련만, 정작 아이는 방학이 그리 달갑지 않다.

 

이제 3학년인 아이들, 제 담임선생님이 정녕퇴임을 하신다고 못내 아위워하면서 '하트 뽕뽕'을 날렸다.


  아무래도 좋다. 방학에 대해서 왈강달강하는 자체가 그 의미를 새롭게 진작하는 계기다. 평소 아이가 모습을 지켜보면 말없이 그냥 노는 아이보다 무언가 하겠다고 왕왕 대는 녀석이 훨씬 행동이 도드라지고, 창의적이다. 또래와 곧잘 어울리고 딴 짓을 많이 하는 아이가 돋보인다. 대개 창의성이 강하고, 자율적인 심성을 가진 아이는 그저 가만히 머물지 못한다. 에너지가 넘친다. 다리에 근육이 부어서 근질근질 하다. 그런 아이는 방학이라고 집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제 하고픈 일을 챙겨해야 한다. 그게 바로 놀이다.

  교육혁명을 일으킨 핀란드 사람은 날씨에 상관하지 않고 아이가 땀을 뻘뻘 쏟을 만큼 놀게 한 후에 공부를 시작한다. 충분하게 놀고나면 에너지가 고갈되어 산만하리라 생각된다. 그렇지만, 실상은 보다 차분해지고, 창의적으로 공부한다. 아이는 잘 놀아야 삶의 에너지가 분출한다. 또한 아이는 자연과 가깝다. 그만큼 마음을 한 곳에 두지 못한다. 그런데 그런 아이를 어른(부모)의 잣대로 묶어두면 어떻게 되겠는가. 자연 화딱지가 돋게 마련이다. 아이도 어른 못지않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내 아이는 이제 머리가 굵었다. 그렇지만, 자라면서 학원과외에 매달리지 않아도 그렇게 뒤지지 않고 공부했다. 오히려 편한 마음으로 제 하고픈 걸 하게 놓아두었더니 틈나면 책과 씨름했다. 공부는 부모가 시켜서 할 일이 아니다. 더구나 코로나 상황에서는 더욱더 자발적으로, 제 생각으로 움직여야한다.

  일례로 유명한 대학을 나와 사람 구실 제대로 못하는 얼치기가 얼마나 많은가. 달달 외우고, 점수 따는 귀재인 줄 모르나, 훈훈한 인간 정리가 완전 매말랐다. 인간성이 갖춰지지 않았는데 판검사면 뭣하고, 떵떵거리는 관직을 차지하면 뭣하겠는가. 머릿속이 똥통이고, 만사 도루묵인데. 길든 아이는 성인이 되어도 제 앞가림을 못한다. 언제까지 부모가 아이의 길잡이가 되고 버팀목이 되지 못한다. 사람은 제 하고픈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하다. 자립심을 갖는다는 그 자체, 스스로 선다는 자긍심, 그것은 아이가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풀려났을 때 가능해진다.

그렇기에 이번 방학은 단계적일상회복에 충실하면서 아이의 자발성을 계발하는 여지를 넓히고, 아이를 아이답게 키우는 방학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이들, 제 하고픈 일 맘껏 하게. 방학이다!

|박종국에세이칼럼2023.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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