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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가르치는 책읽기

박종국에세이/독서칼럼모음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3. 8. 1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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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가르치는 책읽기


박 종 국
  


  언제나 책 읽는 소리 낭랑하게 들리는 집은 사랑 가득하다. 아버지는 너그럽고, 어머니는 포근하다. 아이 또한 나긋나긋하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며, 인정하고, 배려하는 폭이 크다. 늘 함박웃음을 머금고 생활하기에 자잘한 일에 서로 얼굴을 붉히거나 함부로 쌍심지를 돋우는 일을 만들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 저절로 마음이 깨끗하게 다스려진다. 온갖 불손한 일이 아름답게 정화된다.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치고 악인이 없으며, 결코 속된 마음을 갖지 않는다.

  지난해까지 일주일에 두어 시간씩 학구내 아이를 대상으로 독서토론모임을 가지는데, 유독 한 아이만큼은 책 읽는 태도가 유달랐다. 아직은 뚜렷한 독서습관을 갖지는 않았으나,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많은 책을 야무지게 잘 읽었다.

  책을 대하는 태도가 여간 맘에 드는 게 아니다. 하나하나 칭찬하고 싶다. 대개의 아이들은 책을 읽으라면 그냥 쉽게 읽는 책을 좋아하는데, 녀석은 다소 두꺼운 책도 잘 읽는다. 책을 파고들어 읽는 능력이 길러졌기 때문이다.


  일전에 어느 모임에 갔었는데, 한 친구가 넉두리를 했다. 자기 아이눈 도무지 책을 읽지 않는다고. 참 난처했다. 명색에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인데도 친구 마음에 쏙 드는 처방전을 끊어주지 못했다. 마지못해 평소 집에서 어떻게 책을 읽도록 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랬더니 매일처럼 텔레비전 덜 보게 하고, 인터넷 자주 못하게 한 채 그냥 책만 읽으라고 다그친단다. 그러면 아이는 볼멘소리를 하면서 제 방으로 책을 읽으려 간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친구는 거실에서 그냥 텔레비전을 본다고 했다. 더 할 말이 없었다.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제지받은 아이가 과연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을 가질까. 속단은 아니지만 십중팔구 책 읽고픈 마음이 싹 가신다.

  아이는 그런 방법으로는 책을 읽지 않는다. 오히려 반발감만 키울 뿐이다. 독서는 말로 가르치기보가 몸으로 가르쳐야한다. 어머니 아버지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강요한다면 그나마 책 읽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빼앗눈 처사다.


  부모가, 교사가, 어른이 책을 읽지 않으면서 아이에게 책 읽기를 바란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책을 소중히 다루고, 늘 책을 가까이 하는 부모의 모습이야말로 참다운 책읽기의 본보기다. 아이 일기를 통해서 보면 평소 책을 읽지 않는 부모일수록 책읽기를 더 강요한다.

  때문로 아이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단다. 더구나 부모가 일방적으로 고른 책을 읽히는 수고(?)로 아이는 오히려 책과 더 담을 쌓는다. 아무리 열심히 읽어보려고 해도 재미가 없는데 그런 책은 읽고 싶지 않다고 고개를 가로젖는다.

  아이가 책을 읽지 않은 이유는 많다.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과열입시경쟁에 얽매인 탓이 가장 크고,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비디오, 만화, 영화 등 감각적인 매체의 발전과 확산이 아류다. 또한 어른의 무책임하고 맹목적인 독서지도방법 탓이기도 하다.


  기성세대문화와는 달리 신세대는 정적이기보다 동적이며, 이성적인 취향보다는 감각적이고 충동적이다. 감성이 풍부하고 표현이 자유롭다. 그렇기에 요즘 아이들은 책에 얼굴을 들이밀고 책을 읽기보다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발산하는 데 더 관심을 가진다.

  아이의 문화를 이해하고, 인정하고, 배려해야한다. 근데도 고리타분하게 책 읽기만을 고집하려 드는 부모의 태도가 아이를 책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올바른 독서습관이 하루 이틀에 이뤄지지 않겠지만, 책읽기와 참된 삶을 사는 일은 하나여야 한다.

  무엇보다 아이가 책을 가까이하게 하려면 부모가, 어른이, 교사가 먼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책은 몸으로 행동으로 읽혀야 재밌다. 생각거리를 캐내야 하고, 참다운 삶을 배워야 한다. 그런 바탕이 마련된다면 아이는 저절로 책을 가까이한다.


  아이가 책을 읽으면 차츰 잘못된 편견과 아집에서 벗어나 책을 통한 공감을 얻고, 스스로 사리를 분별하는 힘을 가잔다. 자기 생각이 생기게 되고 자기 정신이 맑아진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통해서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운다. 나아가 잘못된 자신의 삶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반추해보는 비판력을 가지게 되고, 세계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

  더는 부모의 강요에 의한 책읽기를 안 된다. 아이에게 좋은 책읽기는 재미가 쏠쏠하면서 교육적인 효과가 먼저다. 책의 내용이 어떤 입장을 가지느냐도 중요하다. 잘못된 서구문화와 왜색 짙은 출판물에 오염된 아이들의 정서를 우리의 문화와 역사, 가치관과 전통이 배인 책 속으로 끌어안아야하고, 민족의 정서를 올바르게 자리매김하도록 배려해야한다.

  그러자면 평소 책을 소중히 다루고, 늘 책을 가까이 하는 부모의 아름다운 모습이 먼저다. 때문에 올바른 책 읽기는 아이에게 말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몸으로 가르쳐야한다.

|박종국독서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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