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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이가 책 읽기를 싫어하나

박종국에세이/독서칼럼모음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3. 8. 3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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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이가 책 읽기를 싫어하나

 



박 종 국



어제 세 분의 어머니를 만났다. 미리 약속하지는 않았지만, 부담 없이 좋은 자리로, 아이 키우는 자잘한 이야기를 나눴다. 근데, 아이가 책을 읽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아무리 책을 읽어라 해도 아이는 텔레비전을 더 가까이하고, 컴퓨터 앞에 오래 앉으려고 고집한단다.

듣고보니 당연한 이야기였다. 어른도 머리 아파가며 책을 읽기보다 마음 편하게 텔레비전 보고 컴퓨터 오락하는 게 즐겁다. 아이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애써 뜯어 말리려고 목청을 높일 까닭이 없다. 책 읽으라고 다그칠수록 아이는 책을 읽고픈 마음이 달아나 버린다.

 왜 요즘 아이는 책 읽기를 싫어할까? 그 이유는 단하나다. 아이가 바쁘기 때문이다. 아이는 학원과외로 얽매여 산다. 어머니 모두 공감했다. 단지 점수를 잘 받겠다는 부모의 욕심이 끝내는 책과 담을 쌓게 만들었다고.

아이는 그냥 책을 읽지 않는다. 아이가 즐겨 책을 읽게 하려면 자유롭게 풀어주어야 한다. 언제나 빡빡하게 얽매인 학원과외로도 부담스러운데 어디 책 읽을 기분이 들겠는가? 이 점에서 부모가 먼저 생각을 바꾸어야한다. 억지로 책을 읽히겠다고 고집할수록 아이는 그만큼 책과 멀어진다. 더욱이 무거운 내용의 책은 아이의 마음만 답답하게 할 뿐이다.

또한, 아이가 책을 읽게 하려면 기다려 주어야한다. 어른도 책 한 권을 다 읽으려면 갖가지 일과 맞서 이겨 내야한다. 이처럼 아이도 해야 할 자잘한 일이 많다. 부모의 바람대로 선뜻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해서 얼굴을 붉힐 일이 아니다.

먼저, 아이 스스로 읽어야할 책 목록을 뽑아보도록 하는 게 좋다. 그러면 아이가 어떤 책을 읽고 싶어 하는지를 파악하게 되고, 관심 두는 영역을 쉽게 캐어낸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은 단순하게 재미를 주는 책이다. 아이는 딱딱하고 지루한 내용의 책보다 흥미 위주의 책을 좋아한다.

일단 아이가 책을 읽기 시작하면 손에 닿는데 책을 놓아두면 된다. 그쯤이면 책 읽어라 다그치지 않아도 책을 읽는다. 그 순간부터는 책과 쉽게 만나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아이에게 좋은 책을 챙겨주어야 한다.

아이에게 좋은 책이란 세상에 대한 편견이 없는 책이다. 깨어난 가치관을 지닌 책이며, 아이의 처지를 이해하는 책이다. 엉뚱하고 기발한 생각을 일깨워주는 책, 글과 그림이 아름답게 쓰였고 그려진 책이다. 내용이 새로워야 하고, 성실하게 공들여 만들어진 책이어야 한다. 재밌고, 설득력과 감화주는 내용, 일관된 주제의식을 가진 책이어야 한다. 새로운 시도나 신선하고 의욕적인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좋은 책은 책꽂이에서 바쁜 책이어야 한다. 책꽂이에서 잠을 자는 책은 좋은 책이 아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일은 아이들에게 책 읽히려는 데 욕심을 갖지 않아야한다. 게다가 책을 읽고 반드시 독후감을 써야한다는 부담은 주는 일련의 강요를 하지 않아야한다. 오직 편안한 마음으로 책만 읽도록 놓아주고, 느긋한 분위기에서 스스로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도록 배려하는 게 바람직한 책 읽기다. 그러면 애써 책을 읽으라고 다그치지 않아도 아이 스스로가 책을 가까이 한다. 아이가 책을 통하여 따뜻한 마음을 일깨우고, 세상을 바라보는 부드러운 눈을 가진다면 그보다 뿌듯한 일은 또 없다.

두어 시간 세 분 어머님과의 대화는 신록의 짙풀음처럼 신선했다. 한층 더 자유롭게 헤아리고, 보다 느긋하게 배려하는 어머니의 사랑 듬뿍 받은 아이, 얼마나 얼굴빛이 좋을까싶어 벌써부터 내 마음이 달뜬다.   

박종국에세이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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