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탐진치를 아는 삶

박종국에세이/박종국칼럼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3. 10. 30. 11:04

본문

탐진치를 아는 삶

박종국

거울에 비친 얼굴을 살핀다. 흐릿했던 주름살이 뚜렷해졌다. 희끗희끗했던 머릿결도 어느새 하얘졌다. 세월을 속일 수 없나보다. 난 그다지 옷차림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 혹 모임이라도 갖는 날이면 단장이 길어진다. 나이 들어 추레하게 다니는 사람을 보면 안타깝다. 나이 막론하고 깔끔하게 단장한 외모는 사람에 대한 예의다.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사람의 품위는 외모보다는 그가 행하는 태도가 먼저다. 그 행위는 마음에서 일어나는 생각으로부터 나온다.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한 사람은 함부로 나대지 않는다. 마음이 바르고 깨끗하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몸이 바르고, 말씨가 고우며, 생각이 신중해야한다. 마음이 깔끔하면 세상 일도 맑다. 한데도 하찮은 짓을 하고도 아무렇지 않게 사는 사람이 많다. 측은지심이 느껴진다.

어떤 마음으로 사느냐? 그에 따라 삶의 무늬가 달라진다. 평생을 어렵게 모은 재산을 좋은 일에 써 달라고 선뜻 기부하는 사람을 본다. 그리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눈다. 참 좋은 삶의 빛깔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가 하면 흥청망청 자신만 위하는 사람도 많다. 마음 하나가 세상을 천국을 만들고, 또 지옥으로 만든다.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만큼 큰 힘을 가진 게 마음이다. 파렴치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다. 우리는 하루에도 얼마나 바동거리며 남을 헤치는지 모른다. 자기 몸을 치장하느라 분주하다. 조금 더 편안하게 살겠다고 안간힘을 쓴다. 그 뿐이랴. 다른 사람을 앞서겠다고 아무런 가책 없는 짓을 서슴치 않는다. 이 같은 크고 작은 욕망에 이끌려 살면 마음이 더렵혀진다.

“개를 기둥에 묶어 놓으면 끈을 끊지 못하고 주변을 빙빙 돈다. 이처럼 중생도 육신에 묶여서 오랜 세월 동안 마음이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떠나지 못한다.
수행자여! 마음이 번거로우면 세상이 번거롭고, 마음이 맑고 깨끗하면 세상 또한 맑고 깨끗해진다. 얼룩새가 몸은 하나이지만 깃털의 빛깔은 가지가지다. 사람 역시도 몸은 하나이지만 그 마음의 얼룩은 얼룩새의 빛깔보다도 더 다양하다.” - 잡아함경

한때 불교대학에 적을 두었다. 1기생 도반을 대표해서 총무의 소임도 맡았다. 그때 내 마음을 꼭 잡아준 게 탐(貪, 탐욕) 진(瞋, 성냄), 치(痴, 어리석음)였다. 번뇌와 망상에 얽매여 사는 아둔함을 떨쳐내는 신심이었다. 그런데 어리석게도 그것을 알지 못하고 그저 세상을 탓하고 남을 탓했다. 이는 자기 얼굴에 묻은 더러움을 모른 채 남의 얼굴에 묻은 더러움만 지적하는 어리석음과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삼독이 이끄는 대로 욕망의 노예가 되어 산다.

우리가 만든 세상을 우리 스스로 타락시켰음을 알아야한다. 우리의 꿈과 공포는 이 세상 어딘가에 나란히 공존한다. 다양한 사람이 모여 사는 세상. 네 덕이요 내 탓이라고 서로를 부추기고, 말을 앞세우기보다 남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공감할 줄 알아야겠다.

그래서 모두가 이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절망에서 벗어나 숭고한 경외심을 갖고 인생에 대한 모든 기적으로 이뤄냈으면 좋겠다. 우리 삶은 순간순간이 기적이다.

|박종국에세이칼럼

'박종국에세이 > 박종국칼럼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 사는 이치  (0) 2023.11.11
아무나 노인이 되나?  (0) 2023.11.05
수분과 소요유할 나이  (0) 2023.10.18
소소한 행복  (1) 2023.10.17
실의(失意)  (0) 2023.10.17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