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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노인이 되나?

박종국에세이/박종국칼럼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3. 11. 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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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노인이 되나?

박 종 국

예순 문턱을 넘나들고 보니 세월이 쏜살같이 흐른다. 종잡아 십년 후면 확실한 노인이다. 예전 같으면 부부가 수연(壽宴)을 맞으면 자식이 뜻 깊은 자리를 마련하여 축원하였다. 그런데 지금 세상은 이순(耳順)은커녕 고래희(古來希)를 맞아도 잔치를 마다한다.

노년의 삶도 젊은이의 삶 못지않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면 늙고 쇠약해진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젊었을 때 자신만큼은 영원불멸하리라 자신했던 사람도 어느덧 귀밑머리 희끗해지고, 얼굴에 주름살이 늘어나면 한풀 꺾인다.

그러나 노인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질병과 사고 등에서 일단 살아남아야 노년을 맞는다. 같이 중년을 보내는 배우자와 친구들, 선후배 가운데 과연 몇 사람이 살아남아 노년을 함께 보낼까?그것을 생각하면 나이 든다는 자체가 얼마나 엄숙한 일인지 새삼 깨닫는다. 건강한 자만이 노년에 이른다.

세상에 젊음만이 존재하는 건 아니다. 노년은 엄연히 우리 앞에 존재하며, 그 노년은 다름 아닌 앞으로 우리가 걸어 가야할 분명하고도 명확한 길이다. 노년은 머지않아 만나게 될 우리의 얼굴이며, 우리가 갈 길이다. 의약기술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연장된 지금, 누구나 팔구십 정도는 거뜬히 산다.

“노인은 아무나 되나?”

솔직히 이 말은 괜한 농담이 아니다. 아름다운 청년 시기가 선물이듯이 노년 역시 선물이다. 사람은 누구나 지금 살아가는 모습 속에 자신의 노년을 잉태한다. 그래서 이 엄연한 사실을 깨닫고 노년의 삶을 고민하는 건 참으로 진지한 일이다. 나이 듦과 늙음은 죽음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숙명이다. 운명이라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현명하다.

그래서 삼십년 남은 노년을 헛되이 보낸다면 너무 아깝다. 안타깝게도 이 시기는 빈 둥지 증후군이나 자아의 위기가 닥칠 나이이고, 달라진 사회 환경에 걸맞은 역할을 찾아야 할 시기다. 그러나 대부분의 노년기는 그 동안 자기 일에만 치우쳐 살았던 관계로 따로 자기 취미를 가지지 않았을뿐더러, 시간 때울 방법도 그다지 갖춰놓지 못한 실정이다. 그렇기에 장차 자기 할 일을 스스로 찾아야 하고, 새로운 취미를 가져야 하며. 자기 일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노년은 인생을 가장 중후하게 정리해 볼 나이다. 그 동안 충직했던 일상에서 벗어나 스스로 할 일을 찾아야 한다. 친구를 만나고, 취미 생활도 하며, 여러 모임에도 바쁘게 찾아나서야 한다. 노년에 만날 친구 하나 없이 집안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자신의 모습을 생각해 보라. 얼마나 꾀죄죄하고, 추레하며, 안타깝게 보이겠는가. 그런 삶의 모습은 미리 지워야한다.

육십 줄이면 아름다운 노년의 모습을 그려볼 시기다. 장차 노년의 삶이 아름다워지려면 언제나 즐겁고 성실한 자세로 자기 삶을 꾸려야 한다. 노년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모든 게 사이좋게 어우러져야 한다. 사람을 만나고, 책을 읽고, 취미생활을 하고, 새로운 역할을 찾아내야 한다. 그런 인생은 아무리 노년기를 맞아도 당당하게 살만한 가치를 가진다.

암튼 아무나 노인이 되는 건 아니다.

|박종국에세이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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