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추풍과이(秋風過耳)

박종국에세이/박종국칼럼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3. 11. 28. 13:55

본문

추풍과이(秋風過耳)

박종국

'추풍과이(秋風過耳)', '가을 바람이 귀를 스쳐간다'는 뜻으로,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음을 이르는 말이다.

가을바람이 찰 때는 매섭게 차지만 선선하게 느껴질 때도 많다. 그러한 가을바람이 그저 귓전을 스쳐 지나가는 특성에 빗대어,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사람을 일컬을 때 쓰는 속담이다.

비슷한 의미의 속담으로 누가 무슨 소리를 해도 못들은 체한다는 뜻을 지닌 '어느 집 개가 짖느냐 한다'는 마이동풍(馬耳東風).

아무리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고 말을 해도 도무지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알아듣지 못한다. 이럴 경우 가장 알려진 말이 당송(唐宋)의 시인 이백(李白)과 소식(蘇軾)의 시구에서 유래한 마이동풍(馬耳東風)이다.

우리 속담 '쇠귀에 경 읽기'도 적절한 비유다. 소의 귀에 대고 경을 읽어 봐야 단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할 것은 뻔하다.

가을바람(秋風)이 귀를 스쳐 지나가봐야(過耳) 무엇이 지나갔는지 모르쇠로 일관한다는 게 이 성어로 똑같은 뜻이다.

작금에 일어난 일 중 국회에서 통과시킨, 또는 뭉개버린 법안을 보면 국회의원의 뻔뻔한 행위가 바로 추풍과이(秋風過耳)를 연상시킨다.

국회의원 등 정치인은 회기 중 처벌을 피한다는 예외 조항 삽입 등 그 동안 누누이 각계서 지적한 독소조항이 그대로다. 도무지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고 자기 이익 따라 제 갈 길만 간다.

그런데 이 성어를 마이웨이 국회의원에 비유한 게 죄스러울 정도로 처음 사용됐을 때는 왕위까지 양보하는 정말 사심을 버렸을 때를 가리켰다.

한(漢)나라 조엽(趙曄)이 쓴 오월춘추(吳越春秋) 오왕수몽전(吳王壽夢傳)에 나오는 이야기다. 남방의 오와 월 두 인접 국가가 서로 경쟁하며 패권을 차지하기까지 흥망성쇠를 그린 책이다.

오왕 수몽(壽夢)은 네 아들을 두었는데, 그 중 막내 계찰(季札)이 인품이 훌륭하고 재능도 뛰어났다. 신의를 중시한다는 성어 계찰괘검(季札掛劍)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왕이 병들었을 때 형제를 불러 놓고 장자에 계승되는 왕위를 계찰에게 물려주면 좋겠다고 했다. 형도 찬성했지만 정작 본인이 완강하게 사양했다.

할 수 없이 장자가 오르고 셋째까지 계승한 뒤 다시 물려주려 하자 계찰이 말했다. "부귀영화란 저에게는 가을바람이 귓가를 스쳐 지나가는 것과 같아서 아무런 미련이 없습니다."

富貴之于我 如秋風之過耳.
부귀지우아 여추풍지과이.

나타내는 뜻이 천양지차(天壤之差)다. 작금의 어려운 상황에서 지역 발전을 위해 정작 계찰과 같이 바른 길을 걸어가는 고상한 인품을 가져 부귀영화를 가을바람이 귓가를 스쳐 지나가는 듯 아무런 미련이 없는 그런 인물은 없을까?

|박종국에세이칼럼

'박종국에세이 > 박종국칼럼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해 끝자락에 서서  (1) 2023.11.30
때로 냉정함이 필요하다  (1) 2023.11.30
화 다스리기  (1) 2023.11.24
기도하는 손  (1) 2023.11.19
매력자본(Erotic Capital)  (0) 2023.11.11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