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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는 손

박종국에세이/박종국칼럼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3. 11. 1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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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는 손

박 종 국

누구나 좋게 살고자 애쓴다. 하지만 살면서 자잘하게 낯붉히는 일 많다. 건강하게 살겠다고, 돈 많이 벌겠다고 부득부득 욕심을 부린다. 오직 자신과 가족의 행복만을 기도한다.

기도의 참뜻은 사랑과 자비를 깨닫고 베푸는 일이다. 어느 종교를 가졌든, 무신론자로 살아도 나보다는 남을 먼저 위해야 한다.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며, 함께 사는 마음은 아름답다.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에 꿰어서 옷을 누비지 못한다. 조급증을 갖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인생은 빠른 게 느리고, 느린 게 빠른 법이다.

우리는 어떻게 사는가. 혼자만 잘 살겠다는 삶의 방편은 말할 게재도 아니고, 함께 살아야할 자연과 동식물을 마구 해코지한다. 보다 나은 삶을 꾸린다고 땅을 파고, 뒤집는다. 심지어 굴을 뚫어서 동식물을 못살게 군다. 그것도 모자라서 종국에는 폭군이 되어 그들의 보금자리마저 빼앗아 버린다. 근데도 자연을 못살게 굴고, 보금자리를 더 많이 뺏은 사람일수록 대접받고, 부자로 뻐기면서 산다.

이런 사람의 원죄를 알고 이미 이천사백여 년 전에 석가모니는 온갖 부귀공명도 버리고, 당신만큼이라도 원죄를 대신 씻고자 일찍이 왕궁을 떠나 출가하였다. 면류관을 대신 썼던 예수의 삶도 그러하다. 또한 자연에 순응했던 옛사람은 미물하나에도 각별한 정성으로 대했고, 함부로 해치거나 짓밟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들의 삶의 흔적은 모두 자연과 합일하였던 믿음으로 전해진다. 첨단정보통신시대에 무슨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하느냐고 면박을 줄지라도 그 동안 자연을 홀대했던 우리의 거친 삶을 되짚어보아야 한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우쭐대며 살지만, 자연을 홀대하였던 죄과는 반드시 부메랑으로 되돌려진다.

좋게 살아야한다. 기도하는 손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좀 더 부드럽게 살고, 너그럽게 살며, 아름답게 살아야겠다. 욕심을 가질수록 행복은 줄어든다. 많이 움켜쥘수록 호리병 속 같은 천박한 삶에서 헤어날 수 없다. 매사 부정적인 시각으로 남의 탓만 일삼는 사람한테서는 좋은 향기가 묻어나지 않는다.

부와 명예를 얻겠다고 잘 사는 부류를 향해 해바라기하는 사람을 탓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좀 덜 가지고 덜 배웠더라도 참된 의식을 가지고 사는 사람을 우러러 볼 줄 알아야한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고 기웃거리는 건 허무맹이 같은 삶이다. 당당하고 확신에 찬 의지로 진행되는 삶은 설혹 실패가 닥쳤을지라도 그 자체만으로도 삶의 당위성을 가진다.

더불어 살아야한다. 한 개인의 덕성(德性)과 정리(情理)는 곧 그 사회를 지탱하는 기반이 된다. 개인의 윤리적이고 인격적인 수양뿐만 아니라, 개인과 개인, 사회와 사회, 집단과 집단 사이의 화해와 공존이야말로 아름다운 사회를 지향하는 데 꼭 필요한 자양분이다.

그렇기에 조금 덜 갖고, 좀 더 크게 만족하는 삶이야말로 깊은 자기성찰과 자발적 덕성의 실천의 근본 바탕이다. 그러한 토대를 가지는 삶의 완성은 개인과 사회의 상보적인 관계를 완성하여 보다 나은 사회를 일궈낸다.

그렇게 기도하듯 살아야한다.

|박종국에세이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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