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기도
박종국
때로 기도하고픈 마음이 든다. 신앙을 가지면 그러한 마음이 더욱 절실해지리라. 굳이 신앙을 들먹이지 않아도 기도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만큼 기도는 일상에 지친 심신을 가볍게 하고, 환희를 순화시키며, 마음을 즐겁게 한다.
절대자를 추앙하는 기도만 기도가 아니다. 갓 태어난 아가의 여린 손을 잡은 엄마만큼 아름다운 기도는 없다. 봄 여름내 자기 논밭에 쪼그리고 앉아 풀을 뽑는 농부의 기도만큼, 노를 젓느라 구부린 사공의 기도처럼 진솔한 기도는 또 없다.
그러나 습관적으로 하는 기도는 진실하지 못하다. 기도는 호흡이다. 교회나 성당, 법당에 나가 기도할 때처럼 신심을 다한다면 삶에 보다 새로운 길을 만난다. 기도가 성실하다면 심정의 안정과 위안을 받을 뿐만 아니라, 삶에 생생한 용기를 얻는다. 기도하는 사람은 언제나 마음이 새롭다. 아름답고, 숭고하며, 성스럽고, 조화로움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기적이나 요행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기도는 온당하지 않다. 참된 사랑이 지나친 법이 없듯이 진솔한 기도도 넘치지 않는다. 올바른 기도는 자신보다 남을 위한 손모음이어야 한다. 자기만을 편하게 살게 해 달라는 기도는 삿된 욕심이다. 기도는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목적이다. 그런 기도 속에는 온 정성이 다 들었다.
그렇기에 말로 하는 기도는 기도의 가장 끝머리, 가장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 참된 기도는 몸으로, 자기 실천의지를 묵묵히 밝힌다. 기도는 올바른 생각의 묵주와 같아야한다.
구약성서 귀절처럼 늘 그런 날이었으면 좋겠다. 사회경제적으로 핍박을 받는 사람이 편안하게 풀려나고, 힘겨운 상태에서 놓여났으면 좋겠다. 노동운동으로, 사회운동으로, 교육운동으로, 억울하게 영어의 몸이 된 사람이 가족 품으로 오롯이 다가섰으면 좋겠다.
더는 말만 번지러하게 읊어되는 정치판이 개죽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말 국민을 위하고, 국민을 두려워하는 정치가 많았으면 좋겠다. 나쁜 정치 모리배의 사리사욕이 꼬리를 감췄으면 좋겠다.
모두가 일상으로 기도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교회 가지 않아도, 성당에 나가지 않아도, 법당에서 기도하지 않아도 좋다. 좋게 살겠다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산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자기를 이겨내고, 일상을 떳떳하게 챙길 때, 마침내 올바른 삶을 영유한다.
너무 거창한 기도보다 자잘한 일머리, 심신이 건강한 기도가 먼저다. 그게 참된 기도다.
|박종국에세이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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