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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오마이뉴스]'신생아 희롱', 여기저기 벌어졌다.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5. 5. 7.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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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희롱', 여기저기에서 벌어졌다
경찰, 간호조무사 2명 참고인 조사...L산부인과 "이력서 없이 채용"
  손병관/이승욱(patrick21) 기자
[기사 보강 : 6일 밤 11시46분]

손가락 깍지끼고, 반창고 붙이고, 비닐가방 속에... 심지어 콧구멍에 볼펜까지...
네티즌에 의해 잇따라 공개되는 '신생아 희롱' 사진들

▲ H대학병원 신생아실에서 벌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신생아 희롱' 사진. 김아무개씨의 미니홈피에 올려진 이 사진은 아기의 콧구멍에 볼펜을 끼워넣는 등 가학적인 장면이어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신생아 희롱' 사건이 단순히 한두 병원에서, 한두 사람에 의해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는 정황이 속속 밝혀지면서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6일 오전 깍지를 끼고 기도를 하는 모습, 사발면이나 주사기를 손에 쥔 모습, 비닐가방 속에 들어간 모습 등 간호조무사들에 의해 장난감처럼 취급 당하고 있는 신생아 사진이 첫 공개된 이후 다른 미니홈피에 실린 '신생아 희롱' 사진들도 추가로 네티즌에 의해 폭로되고 있다.

이날 오후에는 일부 네티즌이, 어른의 양손으로 짓눌려 '복숭아 아기'라는 별명을 붙여진 신생아 희롱 사진을 추가로 찾아내 충격파를 더해주었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날 밤 <오마이뉴스> 독자 제보를 확인 취재한 결과, 아기의 콧구멍에 볼펜을 끼워놓고 찍은 가학적인 사진까지 드러났다. 더욱이 이 사진의 경우 제목처럼 H대학병원 신생아실에서 벌어진 일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신생아 희롱이 소규모 개인병원뿐만이 아니라 대규모 종합병원에서조차 버젓이 벌어진 것이어서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 이한기 기자


경찰 조사 참고인으로 불려간 간호조무사들 "소란 일으켜 죄송"

인터넷에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신생아 희롱 사진' 사건이 복수의 간호조무사들에 의해 2곳 이상의 병원에서 일어났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에는 간호조무사들로부터 희롱 당하는 또다른 신생아 사진이 올라오고 있어 이번 사건을 통해 산부인과 병원의 신생아 관리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구 동부경찰서 사이버수사대는 6일 오후 6시경 인터넷에 이름이 거론된 여성 3명 가운데 송아무개, 김아무개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김아무개씨의 경우 논란이 된 사진 가운데 컴퓨터그래픽 작업이 된 3장의 사진을 자신의 미니홈페이지에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L산부인과의 간호조무사였던 이아무개씨를 모르고, 인터넷에 올려진 사진들 가운데 3장은 L산부인과가 아니라 다른 병원에서 찍은 것"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조사 이전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난 김씨는 "아이들을 학대한 적은 없다. 아이들이 귀여워서 사진을 찍어 올린 것"이라며 "큰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 생각이 짧았다. 소란을 일으켜 죄송하다"고 말했다. 송씨도 "(문제가 된) 사진을 찍거나 올린 적이 전혀 없다"며 "문제가 된 사진들도 논란이 일면서 친구들에게 들어 뒤늦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간호조무사들이 아동복지법 29조 3호(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 금지) 위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이에 앞서 이씨의 신병 확보를 위해 이씨 집을 방문했지만, 이씨는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생아 희롱 사건은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대구 L산부인과의 반론에 대해 네티즌들의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씨의 진술은 사건의 윤곽을 파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6일 오후부터 일부 네티즌들은 산부인과의 해명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화를 <오마이뉴스>에 걸어오기 시작했다.

전화를 건 네티즌들은 자신들을 다음카페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이하 '임출') 회원들이라고 밝혔다. 육아정보에 민감한 '임출' 회원들은 각종 포털사이트에 '신생아 희롱' 사진들을 올리고, 언론사에 이를 제보해 이번 사건을 이슈화시켰다.

▲ 대구 '신생아 희롱' 사건 이후 한 네티즌이 6일 인터넷에 올린 사진. 일부 네티즌들은 복숭아 모양으로 짓눌리는 신생아의 사진에 '복숭아 아기'라는 별명을 붙였다.

L산부인과 "이력서 없이 간호조무사 채용"

이들의 주장은 산부인과의 해명과는 사뭇 달랐는데, 생후 2개월의 아기를 키우고 있는 주부 이모씨는 "간호조무사 이모씨가 4월말에 퇴사했다는 산부인과 원장의 얘기가 이해할 수 없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진을 보고 흥분해서 5일 자정이 되기 전에 전화를 걸었더니 박모 간호사가 전화를 받았다. '이모 간호조무사가 지금 어디 있냐'고 물었더니 박 간호사는 '오늘은 쉬는 날이고, 이씨는 내일 아침 9시에 출근한다'고 말했다. 6일 새벽 1시15분경에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 이번에는 김모 원무과장이라는 분이 받았는데, 이 분 말씀이 '이씨가 오는 길이다. 와봐야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지 않겠냐'고 답했다."

그러나 이씨가 새벽 2시30분경 전화를 걸었을 때는 산부인과 원장 B씨가 전화를 받았고, B원장은 "이씨는 이미 퇴사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임출' 회원 조모씨도 "나도 자정 직후 전화를 걸었을 때 당직 간호사로부터 '내일 출근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문제의 간호조무사가 4월말에 퇴사했다는 원장의 말을 믿기 힘들다. 전화를 걸어서 '내일 출근한다'는 얘기를 들은 회원이 한두 명이 아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산부인과가 이번 사태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이씨에게 모든 책임을 돌린 채 병원과 무관한 일이라고 변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마이뉴스> 기자가 6일 오후 병원을 방문했을 때, 간호사 및 사무장 등 병원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이씨가 지난달 말에 퇴사했다"며 네티즌들의 주장과 상반되는 얘기를 했다.

그럼에도 산부인과측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남아있는 게 사실이다.

간호조무사 이씨가 신생아 사진들을 올린 미니홈피 사진폴더의 이름은 공교롭게도 'XXX~~이야기^^'였다. XXX는 바로 L산부인과의 이름인데, L산부인과가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면 이씨가 왜 그런 이름의 폴더를 자신의 미니홈피에 만들었을까 하는 물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산부인과 원장 B씨는 이에 대해 "우리 병원에서 근무하는 동안 미니홈피를 만들다보니 우연찮게 그런 폴더를 만든 게 아니겠는가? 나로서도 이씨가 왜 그랬는 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B원장이 "이씨의 이력서가 없다"고 말한 대목도 검증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B원장은 "간호조무사의 경우 이력서 없이 (채용)할 때도 있다. 그래서 어느 병원에서 근무했는지 모른다"고 말했는데, L산부인과가 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간호조무사협회는 이와 관련해 "이XX라는 이름으로 협회에 등록된 간호조무사는 없다"고 확인했다.

또 다른 '신생아 희롱' 사진, 인터넷에 떠돌아

사건의 진실을 둘러싼 구구한 의혹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이씨의 진술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한편, '신생아 학대' 사건이 쟁점화된 후 또 다른 신생아에 대한 희롱을 폭로한 사진이 올라와 네티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 간호조무사가 아기의 머리를 복숭아 모양으로 보이도록 손으로 짓누르는 모습을 담은 미니홈페이지 사진에 대해 네티즌들은 '복숭아 아기'라는 별명을 붙였는데, 네이버에 이 사진을 올린 네티즌 '쿠수우'는 "학대 수위는 아니지만, 사진 밑에 몇 자 적힌 내용을 볼 때 이러한 일들은 자주 있는 듯 하다. 신생아실에서 이런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2005/05/06 오후 6:58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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