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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부터 2004년 9월까지 전국에서 폐교된 초등학교가 2,996개에 달하여 연간 250개가 사라졌다.
지방을 다니다 보면 흉물스런 교정에 잡초가 무성한 폐교를 발견할 수 있다. 어린시절의 꿈과 희망이 가득했고 어른이 되어서도 추억과 낭만의 터전인
초등학교가 농촌인구의 감소와 함께 쇠락의 길로 접어든 지 오래다. 어른들에게는 운동회의 풍성함이 있었던 광장이었지만 이제는 스산한 빈 터가
되었다. 물론 폐교가 새롭게 단장되어 수련장이나 대안학교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공공성이 사라진 건물에서 옛날만큼의 생기가 돋아나지는 못한다. 시골로 갈수록 폐가가 늘어나고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곳에 방치된 폐교는 상승효과를 더해 모교를 생각하는 사람들과 지나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폐교는 사람들의 휴식공간이 되지 못한다. 농촌은 지금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지 오래다. 농촌인구는 350여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7%에 불과하다. 그것도 순수한 농민 수는 그보다 훨씬 적다. 향후 10년 후인 2015년이면 40대 이하의 순수농민이 2000명 만 남을 것이라는 암울한 분석도 있다. 아기울음이 사라진 농촌에서 발견할 수 있는 희망이란 없다. 최근 농촌지역에서 100가구 중 출산경험이 있는 가구는 3가구뿐이라는 조사가 있을 정도니 시골에서 아이들 구경하기가 하늘에서 별 따기다. '기러기 농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족들이 도시로 떠난 농촌에서 홀로 농사를 짓는 농민이 생기고 있다. 반면 도시에서 출퇴근하며 농사를 짓는 농민도 늘어나고 있다. 농촌은 이제 완전히 붕괴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농촌지역의 학생수가 감소하자 경제논리에 의거 일관되게 폐교정책을 펴 왔다. 지금도 이 정책은 변함없이 추진되고 있다. 학생수가 줄어 교사 1명이 4개 학년을 담당하는 복식수업을 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2004년 말 현재 복식 학급은 2,000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교사들의 농촌지역근무기피가 늘어나고 도시지역과의 학력격차로 전학이 늘어남에 따라 농촌학교의 폐교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의 67%는 폐교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 수도권의 과밀화와 집중을 막기 위해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성공하기 어렵다. 교육, 의료, 문화 등 기반시설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는 지방으로 이전하기 어려울 것이다. 말하자면 '기러기 직장인'이 될 것이 뻔하다. 이제 농촌인구가 줄어들고 초등학교 학생수가 줄어든다는 이유로 무조건 학교를 폐교하는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 억지로 혁신도시 속에 교육시설을 새롭게 만드는 것보다는 있는 교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 대학 수능 중심의 교육으로 지금 초등학생들까지 대학입시체제로 빨려들고 있다. 먼저 정부는 획일적인 교육제도에서 탈피해야 한다. 최근 대안 학교법이 통과되어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 있지만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곧바로 교과과정 전반에 대한 통제로 이어질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현재 농촌지역의 폐교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정하여 농촌지역 학교의 경우 학습 전 과정에 대한 자율성을 부여하여 일종의 대안학교로 육성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할 경우 현재 대부분 학부모들의 부담으로 꾸려가는 학교운영이 정부교육예산으로 대체된다면 더 많은 도시지역의 학생들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농촌지역 학생들이 도시로 전학하는 것을 막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국토가 균형 있게 발전한 모습 중 하나가 인구가 골고루 지역에 분산된 상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균형감 있는 교육정책이 필요하다. 유럽의 예를 보면 인구의 지역분산과 지역균형발전을 '지역안보'의 개념으로 파악하기도 한다. 따라서 무조건 폐교정책으로만 일관할 것이 아니라 학생을 유지하고 학생을 불러들일 수 있는 근본적인 교육정책의 변화를 생각할 때다. 농촌지역 학교에서도 획일적인 교육이 그대로 반영된다면 아이들은 대도시로 나갈 수밖에 없다. 자율적이고 진정으로 특성화된 교육을 실시할 때만이 학교는 자체적인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폐교정책을 중단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보자. 이미 많은 방법들이 개발되어 있다. 교육당국의 실천이 요구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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