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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시민들이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 진정한 화해를 위해서는 피해자가 먼저 용서할 뜻을 밝혀야 한다. 그러면 전두환 전 대통령도 사과할 것이다. 그러나 먼 훗날을 위해서 진실은 진실대로 기록을 해야 한다." 실질적인 제5공화국의 설계자로 알려진 허화평(68) 전 국회의원의 말이다. 지난 79년 10.26 사태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 비서실장을 맡았던 허 전 의원은 "광주사태 피해자들의 용서 없이는 사과도 없다"고 못 박았다. 허 전 의원은 현재 미래한국재단 이사장 직함을 갖고 여전히 청와대 '주변'을 지키고 있다. 서울 종로구 효자동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는 청와대가 보인다. 드라마 <제5공화국> 때문에 "심기가 불편하다"는 그를 9일 오후 미래한국재단 이사장실에서 만났다. "5공은 역사가 신군부 등 떠밀어 탄생한 민주정부"
이어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5공화국은 가장 청렴하고 모범적인 정부였다"며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은 한국 정치의 산물이라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허 전 의원은 "제5공화국은 YS와 DJ의 욕심 때문에 탄생했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박정희라는 절대 권력자가 쓰러지자 YS와 DJ는 자기들 세상이 왔다고 생각하며 전두환 장군을 얕잡아 봤다, 무정부주의를 구사한 그들이 신군부를 너무 압박해 우리가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며 "YS와 DJ가 욕심 내지 않았다면 우리도 정부를 세우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 전 의원은 국방부 군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의 12.12 군사반란과 5.18 당시 발포 명령자 재조사 방침과 관련, "국가가 원하면 성실히 조사를 받겠지만 군 과거사위가 새로운 것을 밝혀낼 수는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드라마 <제5공화국>과 관련해 "전두환 전 대통령을 조직폭력배 두목처럼 그려 '전두환 죽이기'에 나선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드라마 제작을 누군가 뒤에서 조정하거나 권력층에서 지시했다고는 보지 않지만, 제작진이 무슨 생각을 하고 만들었는지 정말 궁금하다"고 말했다. 허 전 의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우리 신군부 인사들은 자주 만난다, 이 중에는 드라마를 보다가 화가 나서 중간에 꺼버리는 사람도 있다"며 "전두환 대통령도 드라마를 즐겨보며 '너희들이 그런 일도 했었냐'고 물어보는 등 드라마 때문에 몰랐던 사실도 알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드라마 <제5공화국>에 대한 고소, 고발은 좀더 지켜보며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허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 "전두환 전 대통령 <제5공화국> 즐겨봐... '그런 일 했었냐' 묻기도"
"국가가 원하면 성실히 조사를 받겠다. 그러나 전혀 새로운 사실을 밝힐 수 없어 오히려 군 과거사위가 부담스러울 것이다. 군 과거사위는 냉정해야 한다. 시중에 떠도는 소문을 진실로 만들려고 덤비다보면 활동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감출 게 없다. 삼청교육대는 그동안 조사한 적이 없으니까,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12.12와 광주사태는 이미 대한민국 사법부 다 동원해서 조사했고, 청문회 때도 이야기했다. 그런데 또 진상조사를 한단다. 이런 식으로 하면 우리나라 법치는 무너진다. 딱 부러지는 결론이 나오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는 사건들이다." - '5공의 설계자'라는 평가가 있던데.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떻게 정권이 한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지겠는가. 5공은 상황의 산물이지 개인의 설계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역사의 거대한 물결이 우리 신군부의 등을 떠밀었다. 그래서 나선 것이다." - 언제 새로운 정부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는가. "광주사태가 마무리 된 시점인 것 같다. 그때 최규하 대통령이 완전히 포기를 했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광주사태를 보고 패닉 상태에 빠졌다. 당시 믿을 건 군대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런 상황에서 '전두환 밖에 없는데 그가 나서야하지 않은가'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래서 전두환 장군도 국가 전체가 자기 어깨에 걸려있음을 알고 '내가 욕을 먹더라도 십자가를 쥐어야겠다'며 대통령으로 나선 것이다." - 5공은 YS와 DJ가 아니면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10.26 사태 이후 YS와 DJ가 구사했던 전략은 무정부주의였다. 최규하 정부와 신군부는 유신잔당으로서 도덕성 정당성이 없으니 손털고 떠나라고 했다. 그런데 YS와 DJ가 선거에 의해 선출된 대표자도 아니고, 정권을 접수할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 재야 투쟁세력을 등에 업고 우리에게 무조건 국가에서 손떼라고 했는데, 그건 무정부주의 수법이다. 박정희라는 절대 권력자가 쓰러지자 YS와 DJ는 자기들 세상이 됐다고 본 것 같다. 그래서 전두환 장군을 얕잡아 봤고 과도한 것을 요구했다. 그들이 욕심을 버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냉정했어야 했다. 그런데 당장 계엄령 해제하라, 국민들을 선동해 총궐기하겠다며 우리를 압박하니 어쩌겠는가. 우리는 당연히 진압해야 했고, 광주가 혼잡해져 5.18이 벌어졌다. YS와 DJ가 욕심 내지 않았으면 우리도 나서지 않았다. 그들은 너무 성급했다." - DJ가 먼저 집권했다면, 96년 5공 인사들에 대한 재판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우선 YS는 충동적인 사람인 반면 DJ는 인고의 세월을 보낸 사람이라서 정말 신중하다. 게다가 지혜도 뛰어나다. DJ는 대선 때면 정치보복 절대 안하겠다고 했다. 함부로 대국민약속을 할 사람이 아니다. 또 YS가 5공을 단죄한 것은 영남이 영남을 친 것이다. 그러나 DJ가 했다면 호남이 영남을 친 것이다. 이건 굉장히 부담스러운 것이다. 마지막으로 DJ는 늘 이념문제로 많은 고초를 겪었다. 그런 DJ가 우리를 법정에 세운다면 좌파가 우파를 치는 경우가 되는 것이다. 이도 굉장히 부담스러운 것이다." "YS와 DJ가 욕심 내지 않았으면 우리도 나서지 않았다"
"청렴하다는 것은 전두환 전 대통령 혼자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5공 전체를 말하는 것이다. 5공 권력 실세들이나 각료들이 이권에 개입한 적은 없다. 그리고 전두환 전 대통령이 청렴하지 않다? 물론 비자금만 가지고 말한다면 청렴하지 않다. 그러나 한국정치 현실을 보라. DJ도 비자금 받지 않았나. YS가 안기부 돈 끌어다 써도, 대통령이 5억불을 김정일 갖다줘도 아무렇지도 않은 나라 아닌가.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도 상대방 불법 정치자금의 10분의 1만 받았다며 당당해 한다. 한국 정치구조가 문제지 전두환 전 대통령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 드라마 <제5공화국>이 '전두환 죽이기'라고 주장했는데 근거는 무엇인가. "드라마 제작진의 의도를 모르겠다. 그들은 우리를 직접 취재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들의 의도를 추측할 따름인데, 전두환 죽이기가 아니라면 그렇게 험하게 나갈 수 있나. 완전히 조폭 두목으로 나가고 있다. 그것도 완전히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말이다. 이미 죽은 사람 또 죽이려는 의도가 다분히 있어 보인다. 그러나 누군가 뒤에서 조정하거나 권력층에서 지시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정말이지 제작진이 무슨 생각을 하고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 당시 진압부대가 착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착검을 증명하는 사진도 있다. "그럴 리 없다. 데모 진압할 땐 절대 착검 해서는 안된다. 공수부대가 여자 젖가슴 도려냈다, 임신부의 배를 칼로 찔렀다, 뭐 이런 소문이 있는데 모두 사실이 아니다. 드라마를 보면 모두 군인들의 만행만 나온다. 시민들이 탄약고를 터는 것은 절대 안나온다. 그런 식으로 군대를 보여주면 국가에 이득되는 것은 없다." - 5.18 희생자들도 5공의 피해자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 군인도 시민도 모두 피해자다. 광주사태가 왜 일어났나. 10.26이 없으면 12.12도, 12.12가 아니면 광주사태도 없다. 모두가 유신이 불러온 파편들이다. 그러나 우리 시선과 광주 시민들의 진실은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여러가지 정황을 보면 광주시민과 진압 군인 모두 똑같은 피해자다."
"여기에는 진실에 대한 견해차가 있다. 이 경우에는 광주 시민들이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 무조건 광주 시민들이 잘못했다는 게 아니다. 화해를 위해서는 피해자가 먼저 용서할 뜻을 밝혀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화해의 길이다. 그렇지 않고 신군부가 먼저 '화해합시다'하면 문제가 더 꼬인다. 광주 피해자들이 먼저 장래를 위해 용서한다고 하면 전두환 전 대통령도 사과할 것이다. 국가를 책임진 사람으로서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먼 훗날을 위해서 진실은 진실대로 기록을 해야 한다. 누가 잘했다 못했다의 문제가 아니라 진실이 무엇인지를 밝혀야 한다." - 과거 신군부 사람들과 드라마를 보며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가. "드라마에 대해서 말들이 많다. 누구라고 말은 못하지만 드라마를 보다가 화가 나서 중간에 꺼버린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난 끝까지 다 본다. 다 보고 확인해야 나중에 따질 것은 따질 것 아닌가. 전두환 전 대통령도 드라마를 보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은 '너희들이 그런 일도 했었냐', '왜 일을 그런 식으로 처리했느냐'며 드라마를 통해 새롭게 아는 경우도 있다. 드라마에 대한 소송은 차차 고민해 보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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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5공 출범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그는 12·12에 대해 "정당한 임무수행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강변한 바 있지만, 5·18에 대해서는 "아직 방송이 나오지 않아 코멘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허씨는 15일 저녁 인터넷신문 <독립신문>에 '5공 드라마를 보는 마음'이라는 제목의 시청소감문을 올려 5·18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허씨는 자신의 글에서 "1995년 드라마라는 이름으로 5공 주역들을 단죄하기 위한 분위기를 고조시켰던 MBC가 지난 4월부터 또다시 5공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다"며 "6월 11일과 12일, 2회에 걸쳐 방영된 광주상황을 보고 비로소 그들(<5공> 제작진 - 필자 주)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5공>은 지난 주말 방영분에서 80년 광주에 투입된 공수부대의 잔혹한 진압으로 인해 피로 물든 광주의 참상을 생생히 그려냈다. 특히 군인들이 독서실에까지 난입해 학생들에게 사정없이 곤봉을 휘두르고, 비무장한 민간인을 총검으로 찌르는 장면은 5·18을 직접 체험하지 못한 젊은 층에게도 큰 충격을 안겨줬다. 잔혹한 진압 장면에 뒤이어 당시 신군부 실세였던 허씨가 95년 검찰 조사에서 "당시 광주사태는 일부 폭도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하는 장면이 나오자 시청자들의 공분은 극에 달했다. 음모설 제기 "제작진의 초점은 반군, 반미 정서 부추기려는 것 아닐까?" 허씨의 시청소감문을 보면 그의 역사관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는 듯하다. 허씨는 "제작진의 초점은 이미 정치적으로 끝나버린 한 줌의 5공 주역들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반군(反軍), 반미(反美)정서를 부추기려는데 있지 않을까?"라며 정치적 음모설을 제기했다. "그들은 5공 당사자들에 대한 확인 한마디 없이 재판기록에 의존하여 촬영하고 방영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재판과정에서 확인되거나 시비가 되지 않았던 부분은 제작진의 창조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계엄군이 시민의 가슴에 대검을 찌르는 참혹한 장면이 대표적 예이다. 그 장면이야말로 5공드라마를 방영하는 방송사 제작진의 진정한 의도의 한 부분이 아닐까. 그것은 왜곡의 극치다." 허씨는 이어 "5·19 이전까지 계엄군 및 시민 쌍방간에는 어떠한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계엄군은 착검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허씨의 이같은 주장은 그동안 밝혀진 사실관계조차 부인하는 것이어서 거센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허씨 주장을 무색케 하는 대표적인 반론은 95년 7월 18일 검찰의 수사 발표문에서 찾을 수 있다. "군 관계자들은 대부분 시위대를 진압하면서 대검을 사용한 일이 없다고 주장하나, 착검 상태에서 트럭을 타고 위력시위를 하던중 시위대로부터 투석 공격을 당하자 일부 부대원이 착검 상태에서 하차하여 시위대를 추적, 체포하였던 사실이 인정되는 바, 그 과정에서 대검부분으로 피해가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있음. 실제로 하헌남, 최승기, 김인윤, 이인선, 최미자 등이 당시 자상을 입었고, 사망자 손옥례, 권근립, 윤개원, 김평용, 박종길, 민병렬, 허봉, 김경환 등의 사체에서 자상이 발견된 점으로 종합하면, 지휘관의 의사와 무관하게 공수부대원들에 의하여 시위진압 현장에서 대검이 사용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음." 80년 관선 광주시장이었던 구용상(96년 작고)씨도 80년 작성한 보고서에서 "금남로에서 군인들에게 쫓긴 대학생들이 북동 쪽 민가에 잠입하자 군인들이 가정집을 수색하여 대학생으로 보이는 장발 청년과 여자를 마구 때리고 차고 대검으로 찌르는 등 난폭한 행동을 한 후, 차에 실어 연행해감"이라고 80년 5월 18일 오후 3시45분 상황을 그리고 있다.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부인으로 일관
허씨는 "진실에 충실해야 할 책임이 있는 공영방송이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일까? 선입견 없는 대다수 국민들을 이처럼 우롱해도 되냐?"고 반문한 뒤 "남은 기간 또 얼마나 많은 날조와 왜곡과 과장이 계속될지 지켜보겠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한편 <5공> 제작진은 최근 시청률 호조 등에 힘입어 당초 4회 방영하려던 <광주민주화운동> 편을 5회로 연장 방영하기로 했다. '전두환 미화' 논란으로 화제가 된 포털사이트 다음의 '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도 게시글을 읽으려는 네티즌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16일 현재 회원수가 1만명을 넘어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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