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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증후군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5. 9. 16.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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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증후군
가족의 배려가 절실하게 필요해
텍스트만보기   정기상(keesan) 기자   
"술 한 잔 하자며 보자네."
"이 밤에?"
"하소연을 하지 않으면 터질 것 같데요."
"그럼 안 돼지."

아내는 술을 마시지 못한다. 한 잔만 들어가면 얼굴이 빨개지고 머리가 아파 견디지 못한다. 속상하는 일이 있을 때면 남들처럼 술을 마시고 풀어버리고 싶었지만 몸이 말을 들어주지 않으니 그럴 수가 없어 더욱 난감해 하곤 한다. 술을 마시지도 못하는 집사람에게까지 하소연을 해야 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쌓인 스트레스를 제때에 풀어주지 못하면 그 것이 화병으로 발전될 수밖에 없다.

화병.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만 있는 병이라고 한다.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참고 또 참다가 생긴 병이라고 한다. 서양 사람들은 화가 나면 그때 그때 해소해 버려 화병이 생기지 않지만 우리나라 사람은 유교 문화탓에 마음 속 답답함을 풀 수가 없으니 생길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일면 이해가 간다. 조선 시대처럼 유교적인 관습이나 제도는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현대인에게는 그에 못지않은 스트레스가 있다.

특히 주부들이 당하는 스트레스는 위험 수준을 넘어선 지가 오래다. 남편의 뒷바라지를 위해서 온 힘을 다하고 아이들을 잘 가르치기 위하여 동분서주하다 보니 세월은 흘러갔고 나이에 장사가 없으니 남아 있는 것은 늙어버린 육체뿐이다.

주름살 투성이인 얼굴만 보아도 울컥 화가 치밀어 오르는데 남편과 자식들에게 무시까지 당하게 되니 화병이 생기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이다.

아내가 돌아왔다. 사연을 들어보니 명절증후군이었다. 추석에 해야 할 일이 걱정이 되어 생긴 스트레스였다. 죽도록 일만 해야 하는 것에 미리 겁부터 먹어 생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가족들은 편안하게 즐기는데 며느리만 희생하고 있다는 생각이 참을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일면 이해는 간다. 명절에 죽어나는 것은 틀림없는 며느리들이다. 생색나지 않는 고된 노동에 화가 나고 피하고 싶은 마음이 어우러져 생긴 병이다.

명절이 얼마나 걱정이 되었으면 그렇게까지 되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명절 증후군을 극복하려면 가족들의 배려가 중요하다(특히 남편). 인정해주고 도와주고 격려해준다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당사자도 피하려 하지 말고 당당하게 맞서는 자세가 필요하다. 가을 들녘에 서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예쁜 가을꽃들이다. 파란 하늘에 당당하게 서 있는 아름다운 자태처럼 환한 웃음꽃을 피어낼 수 있도록 가족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春城>
2005-09-15 19:32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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