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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 전주'와 '2005년 대구'는 닮은 꼴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5. 9. 29.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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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잡아떼고 남에게 책임전가...
'98년 전주'와 '2005년 대구'는 닮은꼴
텍스트만보기   조영동(haidong21) 기자   
▲ 대구 국감 술자리 추태 파문의 주역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
ⓒ2005 오마이뉴스 남소연

대구 술자리 폭언 파문을 일으킨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지난 27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장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이번 사건은 오마이뉴스가 조작한 사건’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주 의원은 이 자리에서 “사건의 본질은 ▲오마이뉴스의 사건 조작 ▲위장 시민단체의 진실 왜곡 ▲대구 동구을 재보궐선거와 관련한 추악한 배후가 있다는 것”이라면서 “만일 내가 제시한 이 세 가지 사안에 대한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의원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규명에 ‘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의 진을 친 주성영 의원의 발언에 대한 책임감이 주목되고 있다. 그런데 주 의원의 대구 사건에 대한 대처방식이 지난 98년 전북 전주에서 발생한 주 의원(당시 전주지검 검사)의 도지사 비서실장 폭행사건 처리과정과 묘하게도 닮은꼴이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일단 무조건 부인하고 본다?

주 의원은 대구 사건이 불거지자 처음에는 ‘무조건 나는 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과 수 시간 후 주 의원은 손님을 대접하는 입장에서 준비가 소홀함이 미안해 ‘야 XX 너무하는 것 아니야~’라는 말은 했다고 시인했다.

전주지검 공안부 검사로 재직 중이던 지난 98년 당시 술자리에서 언쟁 끝에 도지사 비서실장이었던 박모씨를 술병으로 때려 전치 4주의 중상을 입혔을 때도 주 의원은 ‘말다툼이 있었을 뿐 폭력은 없었다’고 일단 부인했다.

그러나 그 자리에는 눈이 너무 많았다. 당시 술자리는 전북지역 공안 관계자 회의를 마치고 도지사가 관계자들을 격려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주 의원은 술에 취해 도지사를 부여안고 스킨십을 시도하는 등 추태를 연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보다 못한 박모 전 비서실장이 주 의원의 행동을 저지했고, 이 과정에서 주 의원은 술병을 들어 박 실장의 머리를 내려쳤다.

이후 주 의원은 이 사건 자체를 부인했다. 일단 부인하는 폼이 첫 번째로 닮았다.

내 탓이 아닌 네 탓으로 돌려라?

처음엔 ‘무조건 안했다’던 주 의원이 ‘소홀함에 대한 무안함의 표시로 약간의 대접성 발언을 한 적은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리고선 이튿날엔 아예 당시 술자리에 동행한 정 모 검사를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이렇게 지목된 정 검사는 ‘술자리를 마치고 계산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으로 인해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며 피해 당사자에게 사과했다. 사건 일부분의 책임에 대해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술자리가 파하는 시점에서 빚어진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사과이지, 앞선 술자리에서의 폭언사건에 대한 사과가 아님’을 정 검사는 분명히 하고 있어 여전히 주 의원의 술집 관계자에 대한 폭언 부분은 의혹으로 남았다. 전주에서도 그랬다.

주 의원은 당시 자신의 폭력 행사를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되자, 이번에는 ‘비서실장이 먼저 주먹을 휘둘렀다’며 사건 발발의 책임을 비서실장에게 돌렸다.

당시 지역방송과 지방 일간지 등을 보면 ‘내가 먼저 때리지 않았다’는 주 의원의 주장이 실리는 등 사건을 박 실장에게 전가하려 했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그런데 비서실장에게는 증거가 있었다. 먼저 맞아 피로 범벅이 된 넥타이가 그것이었다. 물론 주위의 증언도 있었지만 말이다. 박 실장은 이 증거를 당시 모 방송 기자에게 전달했고 이 사건의 진상은 바로 알려질 수 있었다.

결국 주 의원의 두 번째 작전도 실패로 돌아갔다. ‘남에게 미루기’ 이것이 두 번째 닮은꼴이다.

마지막 카드는 지역정서 활용

주 의원은 지역 연고를 마지막 카드로 내세웠다. “비서실장이 지역감정을 유발시키는 발언을 하길래 한 수 가르쳐 주는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망국병인 지역감정을 추스르고 봉합하는 애국자 역할을 자처했던 것이다. 그래야 비서실장에게 행사한 폭력의 정당성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 의원은 또 잘못 짚었다. 학창 시절부터 학생운동과 농촌봉사활동에 열심이던 박 실장은 지역감정을 해소하는 활동 또한 열심이었다. 그런 활동의 인연이었는지 박 실장은 경북대 졸업생인 부인 김모씨를 만날 수 있었다. 김씨는 당시 지역감정 해소의 선봉에 서 있었던 학생서클 ‘쌀패’의 단원이었다.

이 같은 사실로 인해 주 의원의 해명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서로 척을 지지 않은 다음에야 처가동네를 비난하고 자극하는 사위는 흔치 않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주 의원의 마지막 작전도 호응을 얻는데 실패했다.

주 의원의 지역감정 유발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2004년 총선 당시 주 의원은 ‘전주 사건’이 선거이슈로 등장하자 ‘박 실장의 지역감정 유발론’을 또 꺼내 들었다. 이런 주 의원의 호도에 박 실장은 강력히 항의했다. 주 의원은 이른 아침 박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정중히 사과해야 했다.

이랬던 주 의원이 대구 사건에 대해 ‘재보궐 선거를 겨냥한 추악한 음모설’을 제기했다. ‘동, 서’전략이 ‘정략적인 음모’로 바뀌었다는 것일 뿐, 전주 사건에서 ‘폭력’이라는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고 ‘지역’을 들먹거리며 물타기와 발뺌으로 일관하려 했던 전법이 세 번째로 닮았다.

주성영 의원은, 아니 당시 주성영 검사는 자신의 폭력을 정당화 하려는 이 세 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박 실장에게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27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시 피해자였던 박 실장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공인의 신분을 망각하고 항상 이런 추태 사건에 주 의원이 등장하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주 의원은 이유야 어쨌든 국민을 실망시키고, 물의를 일으킨 자신의 행동에 대해 깊이 반성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 이라고 충고했다.

 

 

'술자리 폭언' 바라보는 언론의 엇갈린 시선
[신문 비평] 일부 신문, 진실게임 도중 주 의원에게 '면죄부'
텍스트만보기   손병관(patrick21) 기자   
대구 국정감사 술자리 파문과 관련해 한나라당과 주성영 의원이 강공으로 돌아서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신문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27일자 조간신문들은 일제히 1면과 관련기사들을 통해 '술자리 공방'을 상세히 보도했다.

대다수 신문들이 이번 사건을 여야 정치공방으로 다뤘지만, 일부 신문들은 주 의원의 '잘못'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고 또 다른 일부는 주 의원의 주장을 편드는 듯한 기사를 게재했다.

<한겨레> <서울신문>, 주 의원 주장 그대로 실었다가 최종 기사 보완

▲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의 국회 법사위 신상발언을 제목으로 뽑은 <한겨레> 28일자 8면 기사.
ⓒ2005 한겨레 PDF
<한겨레>는 주 의원이 27일 국회 법사위에서 <오마이뉴스>를 '쓰레기'라고 공격한 신상발언("오마이뉴스를 쓰레기라 욕하면 전국 쓰레기들이 떨쳐 일어날 것")을 8면 기사의 제목으로 뽑았다.

한겨레는 전날 저녁 7시경 웹사이트에 올라온 기사에서 "이번 사태가 검사의 부적절한 처신 문제로 마무리되고 있다...(중략) 주 의원은 거칠게 불만을 터뜨렸을 뿐 그 이상의 심한 욕설을 하지 않았고, 술집 주인에 대한 성적 폭언 등은 정 차장검사가 한 것으로 정리되는 셈"이라고 썼다.

그러나 종이신문에서는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한시름 놓은 표정이다. 하지만 주 의원이 술자리에서 '폭언'을 지속했다는 주장도 여전해, '진실 게임'이 말끔히 정리되지 않는 양상"이라고 수정했다.

<서울신문>도 28일자 가판에 한나라당이 제시한 녹취록을 근거로 "이씨가 주 의원과의 통화에서 오마이뉴스 보도와 관련, '90%가 엉터리죠. …현 사장이 전화해서 '야 이 개야, 니가 기자냐, 너는 소설가다, 너는 기자의 양심도 없는 놈이야'라고 말했다'고 밝혔다"고 썼다가 배달판에서 해당부분을 삭제했다.

<동아일보>는 2면 '한나라 "술자리 사건은 정치공작"' 제목의 기사에서 한나라당 주장과 <오마이뉴스>의 반박을 함께 다뤘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이강철씨 측근 '이걸 왜 사건화 안합니까' 협박" 한나라 녹취록 공개' 기사에서 주 의원과 '목격자' 이모씨의 통화내용을 담은 녹취록을 상세히 소개했다.

동아일보의 4컷만화 '나대로 선생'은 "주 의원에게 덮어씌우려다/실패한 사람들/폭탄주 마시고/부끄러움을 잊는다"는 내용으로 사건의 진실이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주 의원에게 '면죄부'를 줬다.

<국민일보>는 ''술자리 폭언' 주역은 검사'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1면 하단에 실었다. 국민일보는 또 다른 기사에서 "현재까지 나온 증언들을 보면 주 의원이 일부 폭언을 했으나 상당히 과장되고 왜곡된 것으로 보인다"며 주 의원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경향신문> <한국일보>, "뭔가 석연찮은 게 많다"

반면,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는 이번 사건을 여야 공방으로 처리하면서도 몇 가지 의문점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경향신문은 2면 기사에서 "뭔가 석연찮은 게 많다, 특히 목격자 이씨와 여주인 ㅎ씨가 진실을 말하는지 의심스럽다"는 검찰 고위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한국일보도 5면 머리기사에서 "주 의원의 책임 부분이 상당히 덜어졌지만 여전히 미심쩍은 대목들이 남아있다, 계산과정에서의 정선태 차장 폭언은 드러났지만, 당초 문제됐던 술자리의 성적 폭언을 누가 했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4면 <대구 '술자리 폭언' 당사자는 주성영 의원 아닌 검찰간부> 제목의 기사에서 정선태 검사의 사과를 중점적으로 보도하면서도 한나라당의 '정치공작' 주장은 한 문장으로 짤막하게 전했다.

중앙일보는 "호텔 바 여주인 현씨가 대구여성회에서 기자회견을 하려 했으나 여성회 측에서 장소 제공을 거절해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도 '"주성영 의원 잘한 것 없다"' 제목의 기사에서 "검찰 조사결과, 주 의원은 상당부분 책임을 덜게 됐으나, 이번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선 이날 한나라당이 공개한 녹취록을 놓고 '입을 맞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당일 술자리를 주선하고 사건 초기의 폭언 정황이 확인된 주 의원을 <오마이뉴스>에 뭇매를 맞는 피해자로 그린 만평을 내보냈다.

물 만난 지방지, 대구 분위기 소개하며 강점 발휘

중앙일간지들이 여야 공방을 단순히 중계한 데 비해 대구지역 신문들은 주 의원의 인터뷰와 대구 분위기를 상세히 소개하는 등 지역발 기사의 '강점'을 발휘했다.

<영남일보>는 "강철이 형(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지칭)은 몰랐다, 밑의 애들이 큰 실수를 했다, 이제 우리는 수세에서 공세로 간다, 나는 빠진다"라는 주 의원의 전화통화 내용을 전했다.

또한 <대구일보>는 사태의 불똥이 선거전에 미칠 역풍을 우려하는 열린우리당 대구시당의 움직임을 보도했다.

1막 주성영 폭언, 2막 정 검사 성희롱
[사건의 재구성] 그날 밤 'L바'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텍스트만보기   김영균(gevara) 기자   
▲ 대구 모호텔 지하 L칵테일바.
ⓒ2005 오마이뉴스 편정아

국회 법사위의 대구고·지검 국감 당일(22일) 밤 여야 의원들과 검사들이 모인 술자리에서 일어난 '폭언과 성희롱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지난 22일 밤 대구 모 호텔 지하 L바에서 벌어진 '술판'은 한 국회의원의 욕설과 폭언, 만취한 검사의 여사장 성희롱, 그리고 국회의원과 고위검사들의 부적절한 향응 술자리였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애초 이 사건은 L바 여사장 H씨에 대한 주성영 의원의 '욕설 폭언' 의혹으로 시작됐지만, 상황이 전개되면서 현장에서 심각한 '성희롱'도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 장본인은 대구지검 정선태 차장 검사. 하지만 당초 욕설 폭언 당사자로 지목된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이나, 주 의원으로부터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된 정 차장검사는 처음에는 모두 "그런 일이 없었다"고 발뺌했다.

<오마이뉴스>는 H씨가 자신을 찾아온 기자들에게 사건의 일부 실체만 밝힌 지난 23일 오후부터 지금까지 사건이 벌어진 L바를 중심으로 여러 관련자를 취재했다. 그날 밤 L바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H씨와 정 차장검사, 여야 의원, 목격자, 술집 여직원 등을 통해 재구성한 22일 밤 11시 L바 홀로 들어가 보자.

[1막] 욕설의 시작, 주성영 "야 XX, 준비가 다 됐다더니…"

▲ 대구 모호텔 지하 L칵테일바 내부 홀 전경. 22일 밤 이 자리에서 주성영 의원을 비롯해 동료의원과 대구지검 간부검사 등이 폭탄주를 마신 것으로 보인다.
ⓒ2005 오마이뉴스 편정아
이날 국회 법사위 대구고·지검 국감을 마친 일행들은 저녁 7시부터 밤 9시까지 지검 구내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이들은 이후 숙소인 모 호텔로 돌아와 1층 칵테일바에서 1차 술자리를 가졌다. 밤 11시께 주성영 의원과 여야 의원, 정 차장검사 등 검찰간부 일행 10여명은 2차 술자리를 위해 지하 1층 L바를 찾았다.

이곳 사장인 H씨는 이미 1층에서 술을 마시던 주성영 의원 등을 만나 "최근 가게를 열었다"며 자신의 가게에 한번 들러줄 것을 요청한 상황이었다. 지하 1층에 자리잡은 L바는 3~4인용 객실(룸) 1개와 노래방 시설을 갖춘 7~8인용 객실(룸) 1개, 그리고 4인용 홀 테이블 3개, 바 등으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이날 밤 10명이 넘는 주 의원 일행이 L바를 찾았을 때는 다 함께 앉을 자리가 없었다. 그날 술집에는 홀 테이블에 앉은 손님 2명과 바에서 혼자 술을 마시던 이아무개(39·제약유통업)씨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또 사장 H씨, L씨 등 여종업원 2명이 손님을 접대하고 있었다.

L바는 홀이 길고 좁아 늦게 온 주 의원 일행은 자리에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H씨는 부랴부랴 홀에 있던 손님 2명에게 양해를 구해 작은 객실로 옮기고, 주 의원 일행을 홀 테이블로 안내했다. 잠깐동안이긴 하지만 주성영 의원과 일행이 서서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야 XX, 준비가 다 됐다더니…."

주 의원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온 것은 이 순간부터였다. 술자리 준비 과정부터 '상소리'를 한 것은 주 의원 본인은 물론 H씨, 그리고 주 의원이 주요 증인으로 내세운 목격자 이씨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주 의원은 이에 대해 "특정인에게 한 상소리가 아니고 일행에게 미안해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이 지역 지역구 의원으로서 미안함을 감추기 위해 한 소리라는 얘기다.

엇갈리는 진술

이후 술자리가 마련된 뒤부터 진술은 서로 엇갈리고 있다. 처음 H씨는 불편한 서비스에 불만을 품은 주 의원으로부터 술자리 내내 폭언을 들었다고 밝혔다. H씨는 사건 다음날인 23일 오후 자신을 찾아온 기자들에게 "눈만 마주치면 (주 의원이) 욕을 했다"(연합뉴스)거나 "XX년, 입(또는 아가리) 닥쳐라"(목격자 이씨) 등의 욕설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주 의원은 "욕설은 안 했다"고 펄쩍 뛰고 있다. 처음 상소리를 한 것은 인정하지만, 그 뒤 술자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목격자라는 이씨도 "('이 X팔', '아가리 닥쳐'인지 '입 닥쳐'인지 등을 빼고는) 욕설 같은 것은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여종업원 L씨는 "그날 나는 룸에 들어가 있어서 바깥 일은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다른 참석자들은 주 의원에게서 심한 욕설이 있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날 함께 술을 마신 열린우리당 A의원은 "<오마이뉴스> 보도보다 더 심한 욕설이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다른 B의원도 "무슨 일이 일어날까봐 불안해서 빨리 나가자고 다른 의원들을 다그쳤다"고 전했다. 그날 동석했던 대구지검 검찰 간부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날 술자리에서의 폭언은 대부분 주 의원이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H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 의원이 욕설을 한 것은 시종일관 인정하고 있지만 그 정도에 대해서는 매체마다 다소 다르게 표현하고 있다. 목격자인 이씨를 제외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나 검찰 간부들도 적극적인 공개증언은 꺼리며 정확한 진상을 밝히지 않고 있다.

[2막] 검사의 성희롱

▲ 대구 모호텔 지하 L칵테일바 내부 모습.
ⓒ2005 오마이뉴스 편정아
술자리를 마칠 때 또 한번의 큰 사단이 벌어졌다. 밤 12시20분께 주 의원 일행이 자리를 파할 즈음, 정 차장검사는 자신이 '카드'로 술값을 계산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하지만 사장 H씨는 "개업한지 얼마 안돼(카드 리더기가 아직 설치돼 있지 않음) 카드로 계산이 안된다"며 "현금으로 계산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10여분 사이 주 의원 일행은 모두 L바를 빠져 나왔다.

지하에 있는 L바에서 1층으로 나가려면 'ㄱ'자로 꺾인 복도를 지나 좁은 계단을 타고 올라가야 한다. 주 의원 일행을 배웅하던 H씨는 여기서 성희롱 사건이 일어났다고 지인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차장검사는 또 호텔 앞 화단에 노상방뇨를 하는 추태를 부렸다. 주 의원 일행을 배웅하고 돌아온 H씨는 평소 잘 아는 사이로 이날 혼자 술 을 마시고 있던 이씨에게 이 사실을 털어놨다.

27일 현재 술자리 이후 '추태'의 장본인은 정 차장검사로 밝혀졌다. 그날 정 차장검사는 만취한 상태에서 H씨에게 "얼마면 되냐, 한 10억쯤 주면 되냐(같이 잘 수 있나)", "10억 이하로 (다른 사람에게) 주면 구속시켜버리겠다"는 등 막말을 내뱉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차장검사의 모욕적 말을 듣고 노상 방뇨까지 지켜본 H씨는 격분했다. H씨는 지하 L바로 내려와 이 사실을 목격자 이씨에게 털어놨고, 이씨는 H씨를 위로하기 위해 L바에서 술을 마시면서 노래방 기기가 설치된 객실에서 노래를 함께 불렀다.

새벽 2시30분께 이씨가 L바를 나섰고, 10여분뒤 H씨가 뒤따라 나갔다. 이씨는 당시 속이 상한 H씨와 소주를 한 잔 더 한 뒤 헤어졌다고 말했다.

검찰의 내부조사에서 드러난 것은 2막

다음날인 23일 오전 정 차장검사는 자신의 '추태'를 무마하기 위해 H씨에게 전화를 걸었고,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정 차장검사는 H씨에게 백배사죄했다. 정 차장검사의 말에 따르면 당시 H씨는 "이 일을 덮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정 차장검사는 처음부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성희롱 사건'을 숨겼다. 25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도 정 검사는 "성희롱 사건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26일에는 "술이 너무 취해 급한 마음에 노상 방뇨를 했다"며 일부 사실을 시인했다.

그럼에도 성희롱 사실은 쉽게 드러나지 않았다. 정 차장검사는 H씨가 25일 밤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엄청난 일'이라고 표현한 대목에 대해서는 "그날 나를 비롯해 모두가 많이 술에 취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27일 검찰 진상조사 결과, 정 차장검사의 성희롱 사건은 사실로 밝혀졌다. 물론 정 차장검사는 지금도 "(당시) 술자리를 파할 무렵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명하고 있다.

27일 '국감 술자리 추태'를 자체 진상조사한 대검찰청은 정 차장검사의 성희롱 사실을 인정하면서 그 결과에 따라 응분의 인사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대검은 또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에게 "정 차장검사가 부적절한 언행을 한 사실이 인정됐다"며 정 차장검사로 인해 그동안 언론에서 사실과 다르게 보도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주성영 의원과 정 차장검사의 진술이 상반되면서 진실공방을 벌였던 성희롱 사건의 진상은 정 차장검사의 시인으로 그 윤곽이 예상보다 일찍 드러나게 됐다.

여전히 1막, '욕설 폭언'이 남았다

▲ 술자리 폭언 논란에 휩싸인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27일 법사위 국정감사에 참석해 "결백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2005 오마이뉴스 남소연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다. 22일 밤 L바 술판의 전모는 1막 '술자리 욕설 폭언'과 2막 '술자리 이후 성희롱'으로 요약된다.

애초 주 의원의 욕설 폭언을 증언했던 H씨는 25일 밤 <오마이뉴스>에 전화를 걸어 "(주 의원의 욕설과 폭언은) 사실이다"라고 다시 한번 확인했다. 정 차장검사의 성희롱이 치명적인 문제였지만, 당초 H씨가 문제를 제기했던 주 의원의 욕설 폭언 역시 결코 간과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인 셈이다.

성희롱 추태를 시인한 정 차장검사도 27일 기자들에게 배포한 해명서를 통해 "당초 언론에 보도된 술자리 추태의 내용은 술자리가 파할 무렵 이후가 아닌 음주과정에서 있었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었으므로 나름대로 억울함을 호소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음주과정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긴박하게 사건이 전개되고 주성영 의원과 일부 언론이 '성적 욕설 폭언=성희롱'으로 간주하면서 두가지의 개별 사건, 즉 '욕설 폭언'과 '성희롱'의 경계가 희석되고 있다. 아울러 매년 고질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국감 뒤 피감기관의 국회의원 향응접대에 대한 비판도 거의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주 의원은 정 차장검사의 성희롱을 빌미 삼아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검측은 "주 의원의 욕설과 폭언은 검찰의 자체 진상조사 대상이 아니어서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 의원의 폭언은 본인도 일부 시인한 부분도 있어 고소가 들어오면 사건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이 세상 밖으로 드러나는 단초가 됐던 주 의원의 '욕설 폭언' 추태. 그 진실을 가리는 데 사법조사까지 필요한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당장에라도 국회는 국회의원이 연루된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주성영 의원은 본질을 호도하지 말라
[입장] 27일 국감장에서의 "오마이뉴스가 조작" 발언에 대해
텍스트만보기   오마이뉴스(news)   
대구 국감 술자리 파문의 당사자인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27일 서울고검·서울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이 사건의 가장 본질적인 것은 사이비 황색 언론 오마이뉴스에 의한 사건 조작"이라고 말했다.

주 의원은 이어 "아무런 확인도 없이 자의적인 조작에 따라 개인의 인격을 모독하는 기사를 계속 보도해서 사회적 약자에게 피해를 주고 무고한 피해자를 양산하고 결과적으로 사회적 민주주의의 기초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가 이번 사건에 대한 보도를 "아무런 확인없이", "자의적인 조작"을 하면서 보도했다는 주 의원의 주장은 명백히 사실을 오도하는 것이다. 오마이뉴스는 문제의 룸바 사장 H씨의 '첫 증언'(23일)을 5명의 다른 언론사 기자와 함께 들었으며 어떤 "자의적인 조작"도 한 바가 없다.

H씨의 증언을 함께 들었던 연합뉴스, MBC 등 다수의 언론사가 오마이뉴스 첫 보도 이후 비슷한 맥락에서 H사장의 증언을 바탕으로 보도를 했기 때문에 오마이뉴스가 유독 주성영 의원에게 불리한 기사를 "자의적으로 조작"했다는 주 의원의 주장은 더욱 사실과 다르다.

사실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주 의원이 오마이뉴스와 관련해 허무맹랑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은 국감기간중의 피감기관과의 부적절한 술자리와 폭언에 대한 비판여론을 모면하고 자신이 주장해온 음모론을 정당화하기 위한 궁색한 시도로 보인다.

오마이뉴스는 H 사장의 '첫 증언'을 바탕으로 한 첫 보도 이후 핵심 당사자들의 인터뷰와 추적보도를 통해 사건의 진실에 접근해왔다.

실제로 오마이뉴스의 첫 보도를 계기로 여야 국회의원과 피감기관 관계자들이 2~3차례에 걸쳐 '부적절한 술자리'를 가졌고, 그 술값을 피감기관 쪽에서 치르려했다가 뒤늦게에야 국회의원들이 내고, 주 의원의 폭언 외에도 차장 검사의 성희롱 발언이 있었다는 '추악한 진실'이 속속 드러났다. 이야말로 국민의 대의기관을 감시 비판하는 언론의 본질적인 소명이자 책무 아닌가.

여야당과 국회는 당장에라도 윤리특위를 가동해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고 국회의원의 품위를 떨어뜨리고 직분을 망각한 소속 의원들을 경중에 따라 징계 조처함이 마땅할 것이다. 그럼에도 오히려 소속 정당은 해당 국회의원을 감싸고 돌거나 자기 당 소속 의원만 빼놓고 제소하는 후안무치를 저지르고 있다.

심지어 피감기관과의 술자리를 주도한 주 의원은 자숙하거나 반성하기는커녕 신성한 국감장에서 <오마이뉴스>와 관련한 허무맹랑한 주장을 내놓았다. 참으로 본말이 전도된 어처구니없는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주 의원은 국감장에서 '오마이뉴스에 의한 사건 조작'을 증명하지 못하면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했다. 공인으로서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국감장에서 행한 발언인 만큼, 그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오마이뉴스에 대해 아무런 근거도 없이, 매우 구체적인 명예훼손을 저지른 것에 대해서도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2005년 9월 27일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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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2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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