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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의 소녀', 그 순백의 판타지

요리조리쿡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5. 9. 29.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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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소녀', 그 순백의 판타지
고정된 성역할 조성하는 광고들
텍스트만보기   김연실(nyusuck) 기자   
얼마 전 한 소녀가 남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일이 있었다.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었을 법한 앳된 얼굴에 하얀 티셔츠를 입고 수줍은 미소를 짓는 이 소녀는 '삼성생명 소녀'다. 처음으로 여성 속옷을 입고 밥을 먹던 소녀가 등을 다독이는 아버지의 손이 그것을 눈치챌까 부끄러워 하는 모습을 담은 이 광고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긴 인생 아름답도록'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그 나이쯤에 누구나 겪었을 법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 공감을 얻었다는 평이다.

그런데 시리즈로 제작된 '아내의 인생을 길다'편이 방송되면서 꿈틀거리던 비판의 목소리가 밖으로 터져 나왔다. '생리대를 부끄러워하던 아내가 이젠 아줌마가 다 되었다. 미안한 생각이 든다'는 남편의 내레이션이 생리대는 부끄러운 것이라는 인식을 재생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삼성생명 소녀 역시 '소녀'라는 순백의 판타지로 '사랑하고 결혼하고 엄마가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여자의 인생인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를 받았다.

정체되어 있는 광고 속 이야기

▲ 삼성생명 광고 '소녀' 편
ⓒ2005 삼성생명
사실 광고에서 고정된 성역할을 보여주거나 여성의 상품화를 시도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가족이 등장하는 광고에서 엄마는 늘상 전업주부이며 자녀는 주로 두 명, 남자아이 하나, 여자아이 하나. 가족이면 으레 그래야 하는 것처럼 스테레오 타입화된 광고들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새로 등장한 가족의 형태들을 은연 중에 배제하는 결과를 낳는다.

'늘 곁에 있다'라는 콘셉트를 드러내기 위해 빨간 옷을 입은 늘씬한 미녀가 자동차 뒤를 따라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여주는 SK 정유 광고는 필요 이상으로 짧은 여성의 바지와 붉은 색 상의가 보는 이를 불편하게 한다. 광고의 역사는 이제 더 이상 광고 없는 세상은 기대할 수 없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는데 광고가 담고 있는 내용은 고정관념 즉, 사람들이 익숙한 것에 호소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광고, 공감을 시도하는 언어

광고의 본질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판매 촉진에 있다. 이를 위해서 광고는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 받고 사랑 받아야 한다. 광고는 소비자로 예상되는 사람들에게 강하게 어필하기 위해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뽐내야 하는 동시에 그들에게 깊은 공감을 얻어내야 한다.

이때 이 아이디어와 공감은 상당히 반대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아이디어는 지금까지 누구도 생각지 못한 신선한 것이어야 하는데 공감은 누구나 알고 있는 보편적인 감정을 이끌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광고의 이중적인 성격이 드러난다.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정서나 관념을 담되 이를 매력적인 아이디어로 포장하는 것이다.

광고 평가하기

광고의 이러한 특징 때문에 같은 광고를 두고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 있다. 아무리 상업성이 짙은 것이 광고라 하더라도 그 아이디어의 참신함과 표현의 완성도를 바탕으로 하나의 작품으로써 평가받을 수 있다. 그것이 보다 발전한 형태가 칸광고페스티벌과 같은 축제가 될 것이다.

또 한 편으로 광고의 본질, 즉 제품이나 서비스의 판매 촉진을 유도했는지 여부를 통해 광고를 평가하기도 한다. 아무리 사회적인 관심을 받은 광고라 할지라도 그것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나쁜 광고라는 인식이다.

이때 광고가 얼마나 사람들을 공감하게 하는가가 문제시된다. 그래서 광고는 보다 보편적이며 사람들이 예전부터 간직해 온 생각에 발을 맞추려 한다. 그것이 인습이든 무엇이든 크게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또 다른 시각에서 광고를 보는 사람들이 광고가 하나의 매체로서 가지는 영향력에 주목한다. 아무리 물건을 팔 의도로 만들어지는 광고라도 그 엄청난 영향력을 감안했을 때 광고가 사람들의 사고나 생활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광고, 아름답도록

삼성생명 광고에 대한 여러 목소리들은 어느 한 관점에서 시작되어 자라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시리즈 광고를 보고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고 자신의 가족을 떠올리고 감상에 젖었다면, 그래서 그 광고를 좋아하고 제품에 대한 이미지를 재고했다면 한편으로 이 광고는 훌륭하다.

그러나 그 광고 속에서 언뜻언뜻 비춰지는 여성에 대한 판타지 혹은 여성용품에 대한 잘못된 인식 등이 불편하다면 이 광고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형편 없는 광고일 것이다. 사실 이 두 관점이 명백하게 따로 존재한다고는 볼 수 없다. 사람들은 보다 복잡한 감각 신경을 가지고 있고 사회적 통념 역시 교묘하게 그 외향을 바꾸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딱 잘라 '이 광고는 이러하다'고 정의를 내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그런 복잡미묘함 속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광고가 가지고 있는 '참신함'이라는 에너지는 성장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건강한 목소리들과 함께 할 때 더욱 그 빛을 발할 것이며 광고는 무방비 상태의 절대 다수에게 제공되는 하나의 매체라는 점이다.
서강대학교 방송문화 웹진 ZIME(www.zime.co.kr)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05-09-27 10:00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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