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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관람불가?

요리조리쿡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5. 10. 24.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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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관람불가?
메뚜기 수컷의 생사를 건 짝짓기
텍스트만보기   권용숙(sonamu07) 기자   
날씨가 추워진다는 일기 예보에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습니다. 바로 곤충들입니다. 언제부터 곤충들 걱정을 하며 살았는지 저 자신 놀래고 피식 웃음도 나옵니다. 베짱이가 놀던 퇴비장 옆 호박밭에 호박순이 다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간밤에 서리가 내렸다며 호박밭 주인아주머니는 호박순과 애호박을 따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고 한숨을 쉽니다.

덩달아 한숨이 나옵니다. 나와 놀던 곤충들이 다 얼어 죽어 있을 것 같아서 입니다. 그런데 저의 상상이 어긋났습니다. 아직은 얼어죽기에 이릅니다. 마치 증명이라도 하듯 내 발 앞에 툭 떨어진 메뚜기 한 쌍에 돌팔이 곤충 사진사 신이 났습니다.

▲ 등검은메뚜기 짝짓기하며 뛰어다니는 중입니다
ⓒ2005 권용숙
메뚜기과 곤충들의 짝짓기 사진을 찍으며 늘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암컷에 비해 수컷은 비교도 안 되게 작다는 것입니다. 마치 모르는 사람들은 처음 볼 때 엄마가 아이를 업은 바로 그 모습입니다. 방아깨비도, 벼메뚜기도, 등검은 메뚜기도 암컷의 넓은 등 위에 수컷이 업혀있습니다.

추운 늦가을에 짝짓기를 하는 등검은 메뚜기는 벼메뚜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짝짓기를 하면서 쉴 새 없이 뛰어다닙니다. 행여 떨어질까 암컷 등에 딱 달라 붙어있는 수컷 메뚜기. 여기저기 수컷을 등에 업고도 저 가고 싶은 곳 다 뛰어다니는 암컷 메뚜기의 지치지 않는 힘. 메뚜기 세계에선 단연 암컷이 강자입니다.

▲ 암컷의 등에 업힌듯 짝짓기중인 등검은메뚜기
ⓒ2005 권용숙
암컷이 강자란 걸 증명이라도 하듯 어디선가 메뚜기 두 마리가 내 발 앞에 툭 떨어졌습니다. 하마터면 밟을 뻔 했는데 자세히 보니 두 마리는 짝짓기 중입니다. 어떡하다 수컷이 암컷 등에서 떨어졌는지는 모릅니다. 보기에도 처절하리만치 암컷에 의해 끌려 다니는 수컷이 불쌍하기조차 합니다.

수컷의 두 배도 넘을 것 같은 암컷의 당당함! 암컷에 의해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수컷의 생사를 건 짝짓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아무리 힘들고 위험해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저러다 수컷의 다리 날개가 성할까 걱정을 하며 훔쳐봅니다.

그 와중에도 암컷은 저 앞에 먹을 것이 있으면 야금야금 식사까지 합니다. 질질 끌려 다니는 수컷은 추운겨울이 오기 전 성공적인 짝짓기를 위해 인내합니다.

▲ 내 발 앞에 툭 떨어진 메뚜기 두 마리. 자세히 보면 꼬리 부분이 붙어있다.
ⓒ2005 권용숙
▲ 암컷이 잎사귀 위로 뛰어올랐는데, 수컷은 아무 힘이 없이 끌려 다닌다
ⓒ2005 권용숙
▲ 가랑잎 위의 암컷의 당당함, 수컷의 처절한 눈빛,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다
ⓒ2005 권용숙
▲ 제발 그만좀 움직여! 이때부터 짝짓기 끝날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2005 권용숙
수컷을 끌고 여기 저기 튀어 다니던 암컷이 지쳤는지 저의 색깔과 비슷한 말라빠진 가랑잎 위에서 꼼짝 않고 쉽니다. 나도 덩달아 조그만 바위에 걸터 않아 쉬고 있습니다.

한 십 분이 흘렀을 때 수컷이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눈 깜짝할 새 암컷만 남기고 포르르 날아갔습니다. 짝짓기를 무사히 끝낸 수컷의 비행입니다. 잠시 후 수컷이 말도 없이 날아간 것을 눈치 챈 암컷도 어디론가 날아갔습니다. 암컷은 산란을 할 것이며 목숨 건 짝짓기에 성공한 수컷은 이제 날씨가 더 추워져도 내년에 태어날 2세를 생각하면 아무 걱정이 없을 것입니다.

나와 풀무치는 높이 나는 메뚜기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봤습니다.

▲ 풀밭의 신사 풀무치
ⓒ2005 권용숙
수컷은 5미터 정도, 암컷은 그 배인 10미터 정도는 한번에 날았습니다. 나는 것도 암컷이 더 멀리 더 높이 날았습니다.
2005-10-23 19:30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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