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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글] 천대받는 쌀

요리조리쿡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5. 10. 30.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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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년 들녘 걸으면 다리보다 가슴이 아프다
[기고] 박인자 한국생협연합회 진주생협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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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농산물을 살리기 위해 제주부터 서울까지 걸어올라오는 '소달구지 대장정'이 지난 1일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상정된 '쌀협상 비준동의안'은 농민의 한숨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박인자 한국생협연합회 진주생협 이사장이 '우리쌀 살리기'에 소비자가 나설 것을 촉구하는 글을 보내왔다. <편집자 주>
▲ 10일 오후 여의도공원 문화광장에서 열린 '이경해 열사 정신계승·WTO반대·우리쌀 지키기 2005 전국농민대회'에 참가한 농민이 이어지는 발언을 들으며 시름에 찬 표정을 하고 있다.
ⓒ2005 오마이뉴스 남소연

'나이 먹어야 철이 든다'는 말에 '하루에 먹은 밥그릇 수가 얼마나 되느냐'고 물어보는 선배가 있었습니다. 순진하게도 그 때는 나이에다가 세 끼 밥그릇을 곱해가며 누가 더 철이 들었는지 따지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올해 들어 몇 번이나 그 말을 되새기게 됩니다. 결혼해서 아이 둘을 낳는 동안 내가 먹은 밥그릇이 얼마인지, 밥 먹은 값을 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결혼을 준비할 때 가장 두려운 일 중 하나가 밥을 해서 먹는 일이었습니다. 천방지축으로 자라며 쌀을 씻어 밥을 해 먹어본 적 없이 살다가 하루 세 끼를 내 손으로 해서 먹고 다른 사람에게도 먹여야 한다는 것이, 지금 생각하면 우습기도 하지만 그 땐 온통 머릿속을 걱정스럽게 한 일이었습니다.

철없던 걱정은 약한 아이를 기르면서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먹는 대로 간다'는 어른들의 말은 우리 세대에도 정말 맞는 말이지만, 그 본뜻은 이제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뭐든지 잘 먹고 많이 먹는 아이가 튼튼하다'는 말이 이제는 '안전하지 못한 음식을 먹은 아이들이 아토피나 소아비만 등 질병으로 고생한다'는 말이 된 것입니다.

안전한 음식을 먹은 아이가 튼튼하다

'모성만큼 강한 것이 없다'고들 하는데 철없는 엄마들이라고 해서 아이들의 고통을 무심하게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엄마들은 생협을 통해 안전한 먹거리로 밥상을 바꾸고, 식품안전법은 어떻게 돼야 하는지 공부도 하고, 농산물이 밥상에 오르기까지 고생하시는 농부들의 터전도 찾아다니며 우리 아이가 아프고 세상이 온통 썩어들어 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의 고통이 아이들에게서 나타난다는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이지요.

하지만 그런 깨달음도 이미 늦었다는 듯이 올해는 WTO(세계무역기구) 쌀 협상이 합의됐고 10년 넘게 싸워온 농민들은 어느 해보다도 처절하고 아득한 가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우리 땅을 살리는 건 고사하고 남의 나라 쌀을 사먹기 위해 그동안 지켜온 곡식들을 포기하게 하는 상황, 참으로 안타깝다 못해 분노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생협 조합원들은 아이들과 함께 계절마다 자연을 체험하고 사라져가는 이웃을 느껴보는 의미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볕좋은 봄에는 바구니 들고 쑥을 캐러 가고, 여름이면 캠프를 열어 아이들 스스로 바른 음식을 찾는 훈련도 하며, 날씨가 시원해지면 가을걷이하는 생산자들과 손발을 맞춰 어설픈 수확의 기쁨도 누려봅니다.

그런데 올 가을엔 풍년을 기뻐할 만큼 마음이 여유롭지 못합니다. 쌀의 위기는 길거리에서 싸우는 농민들만의 것이 아니라 그것을 먹는 소비자와 국민의 위기이기 때문이지요. 안전한 밥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농민들의 땅과 생활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소비자들은 알고 있습니다. 쌀이 무너지면 우리 땅에서 나는 다른 모든 농작물도 위태로워진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이미 쌀을 제외하면 우리 농산물의 자급율은 5%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시장에서 우리 농산물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당연해졌고 우리 것을 찾는 일은 어리석은 행동이 됐습니다. 정말 소비자들은 원하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시골 구석구석까지 중국산·칠레산·미국산 농산물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우리 농산물 찾기 어렵다. 쌀마저 사라진다면...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밥상은 값싼 외국 농산물 투성이로 변했지만 농민들은 우리 것을 더 이상 빼앗기지 않기 위한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에 전국의 소비자들도 의지를 모으자는 의미에서 10월 30일 여의도에서 소비자 1만인대회가 열립니다. 이미 생산자들은 소비자들의 행사가 성사되기를 바라며 추수할 논밭을 두고 소달구지를 끌고 국토순례에 나섰습니다. 이들은 땅끝 해남에서 여의도까지 1000리 넘는 길을 걸으며 '우리 쌀을 지키자'고 국민들에게 외치고 있습니다.

시작은 생산자 분들이 했지만 지금은 순례단이 지나가는 지역에서 소비자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걷기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엄마를 따라 달구지를 따라 걷는 아이들은 그저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하며 무슨 축제라도 하는 줄 압니다. 그러다가 발이 터지도록 걷고 또 걷는 순례단에게 묻습니다. '우리 쌀을 지키려면 밥을 많이 먹으면 되지, 다리 아프게 자꾸 왜 걷기만 하느냐'구요.

함께 걷는 소비자들은 그간 막연하게 지니고 있던 불안감을 한 걸음씩 내딛는 동안 가슴 아프게 확인하고 있습니다. 풍년이 든 들녘은 넉넉하고 평화롭기 그지없는데 우리가 걷는 이유는 사라져 버릴지도 모를 우리 땅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절규이기 때문이지요. 우리 쌀을 먹이고 싶어도 없어서 못 먹일 앞날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 '우리쌀 지키기, 우리밀 살리기'를 위한 소달구지 대장정단이 경남 고령군 고령읍내로 향하는 모습.
ⓒ2005 추진본부 제공
"우리 쌀 지키려면 밥을 먹어야지, 왜 걷나요?"

순례단은 지난 15일 경북 성주에서 중간보고 행사를 했습니다. 농민들과 소비자들은 한숨이 절로 나오는 현실을 잠시 잊은 채 수확 농산물 전시회도 하고 비빔밥도 같이 먹고 소달구지와 사진도 찍으며 막걸리 한 잔에 노래도 불렀습니다.

행사를 마치기 전 생산자 자격으로 참석하신 할아버지 한 분이 일어서시려다 말고 다시 무릎을 꿇고 앉으셨습니다. 그러고는 순례단과 소비자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인사하셨습니다. 농촌을 지키려고 소비자와 순례단이 이런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하시면서. 눈물이 나서 얼굴을 들 수 없었지만 마음속에서는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지금이라도 미약한 소비자들의 힘을 모아 우리 쌀을 지켜내야 합니다. 농업의 미래는 곧 이 땅에서 살아갈 우리 아이들의 미래이기 때문이지요. 할아버지와 마주한 사람들 모두 같은 생각이었을 것입니다.

쌀이 생명이자 주권이라면 쌀을 지켜내는 일에는 누가 먼저라고 할 순서가 없습니다. 소달구지가 가는 길마다 쌀을 지키려는 국민들의 마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는 30일 1만인대회가 우리 땅을 지키려고 싸워온 농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소달구지 때문에 저는 울보가 됐습니다
[릴레이기고 ②] 조열제 (사)한국생협연대 가공 생산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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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농산물을 살리기 위해 제주부터 서울까지 걸어올라오는 '소달구지 대장정'이 지난 1일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상정된 '쌀협상 비준동의안'은 농민의 한숨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조열제 (사)한국생협연대 가공 생산자 대표가 '소달구지 대장정'의 대전~공주 구간을 함께 한 뒤 '우리쌀 살리기'에 소비자가 나설 것을 촉구하는 소감문을 보내왔다. <편집자 주>
▲ '우리쌀 지키기 우리밀살리기 소비자 1만인대회 추진본부'가 지난 20일 대전에서 '소달구지 순례단 중간보고 대회'를 열고 있다.
ⓒ2005 심규상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으로 글을 올립니다.

오늘(22일)도 새벽 미명부터 걷고 계실 소달구지 행렬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련히 아파옵니다. 마치 부정맥을 앓는 환자처럼 말입니다.

하루 반밖에 걷지 않았는데도, 오늘 오전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이부자리에서 뒤척였습니다. 군에서 행군을 한 뒤 처음 걷는 것이기도 했지만, 그 속도가 무려 시속 7~8km 정도라니 건강한 남정네도 쉽지 않았습니다. 같이 걷던 아들 녀석은 힘들면 소달구지나 얻어 탈 요량으로 참가했다가 '아버지에게 속았다'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답니다.

순례단 일행을 이끌고 계신 박종권 단장님과 소영석 총간사님은 이 길을 22일째 걷고 계십니다. 저를 포함해 일행의 대부분은 숙소에 도착할 저녁 무렵이면 파김치가 돼 밥 먹기 무섭게 눕기에 바쁩니다.

그렇지만 총단장님과 총간사님은 하루 평가회와 다음날 일정 준비 상황을 확인하고 지역 농민회 관계자, 생산자 방문을 접견하며 일행을 위로하는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밤 12시가 넘어서 자리에 주무셨습니다.

21일 밤 저는 몸이 극도로 피곤했지만, 잠이 오질 않았습니다. '저분들은 무슨 힘으로 저렇게 걷고 있을까? 왜 걸어야 하는 걸까? 걷기만 하면 우리 농업을 살릴 수 있을 것인가?' 이 질문들은 소달구지 행사를 시작할 때부터 가슴에 묻어둔 이야기들인데 그 밤에 반짝이던 별처럼 초롱초롱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22일전 해남에서 발대식을 하던 날이었습니다. 제주 출정식을 하고 다음날 발대식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동지들은 해남의 땅끝 마을로 모여들었습니다. 우리 쌀순이도 도착했고 보급간사 곽해상님은 소를 지키기 위해 풍찬노숙을 했습니다. 물론 추위를 이겨야 한다는 명목으로 소주도 엄청 드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출발한 소달구지는 30분만에 쌀순이의 무릎 관절염 때문에 사람이 소달구지를 끌고 가는 상황으로 바뀌었습니다. 기계로 농사를 짓는 요즘 시대에 달구지를 끄는 소도 드물 뿐더러 걸을 일도 별로 없었을 소의 형편을 생각하면 아스팔트를 걷는 것이 애초부터 무리였던 듯합니다.

이 일로 많은 분들이 과연 소달구지로 800km 대장정을 마칠 수 있을 것인지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이러한 염려는 소달구지 행사를 넘어 현재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한 우리 농업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중첩됐습니다.

"WTO(세계무역기구) 체제와 신자유주의 파고 속에서 이미 국제 경쟁력을 잃어버린 우리 농업을 살리자는 외침이 비교우위론에 젖어 있는 관료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차를 타면 6시간이면 도착할 서울길을 30일에 걸쳐 소달구지와 함께 걷는 것이 저들에게 얼마나 무모하게 보일까. 속도와 성장과 국제 경쟁력에 사로잡힌 경제 관료들에게 우리의 행진은 얼마나 비경제적으로 보일 것인가."


"안타까운 눈물이 아니라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싶습니다"

대전 행사장에서 충남 생산자 대표 양선규님은 이렇게 울먹이며 호소했습니다. "저는 별로 할 말이 없어유, 소달구지 행렬을 보니 눈물이 나유."

해남 땅에서 밤새 소를 지키며 여물을 챙기시던 이 분의 눈물이 제겐 잘 걷지 못하던 쌀순이의 눈물 같아 보였습니다. "우리 생산자들 불쌍해유, 소비자 여러분이 지켜 주셔야 해유." 그리고 눈물만 주룩 주룩 흘리셨습니다.

그렇지만 흐르는 눈물에 비관만 담겨있는 것은 아닙니다. 해남 땅을 출발한 소달구지 일행은 충남 공주를 지나 서울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걱정과 불안을 안고 출발했던 소달구지 일행은 지금 한국 농업 희망의 쌀부대를 싣고 홍천, 과천을 지나 서울 여의도에 입성하기 위해 오늘도 걷고 있습니다.

1000만 소비자 여러분, 그동안 400km에 걸친 대장정을 하느라 발가락 지문이 닳아 없어져 버리고, 발톱이 너덜거리고, 티눈에 물집이 겹쳐 너덜너덜해진 소달구지 일행들을 구합시다. 전국 농민의 탄식과 바램을 싣고 온 소달구지를 소비자 여러분이 구해 주셔야 합니다.

소달구지는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한국 농업의 상징입니다. 소달구지는 농촌의 희망을 싣고 여의도를 향해 걷고 있습니다. 한국 농업의 희망은 우리 민족과 자손의 터전입니다. 여기에 여러분의 격려와 위로, 염원이 함께 담긴다면 경천동지할 함성이 울려 퍼져 비관과 불안과 비교 우위론, 패배주의가 단숨에 물러갈 것입니다.

저는 울보가 됐습니다. 양선규님의 말씀에서, 총단장님과 총간사님의 지문 없는 발바닥에서, 낙오할 것 같았지만 구간을 끝까지 완주했던 아들을 보며, 대전~공주 구간 걷기에 참여한 연로하신 진경희 회장님의 걸음을 보면서 바보같이 눈물이 자꾸 났습니다.

앞으로는 안타까운 눈물이 아니라 소비자 여러분의 참여와 격려로 인한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싶습니다.

 

 

내 아이 입에 들어간 납 김치, 표백 쌀...
[릴레이기고 ③] 허선주 한국생협연합회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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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농산물을 살리기 위해 제주부터 서울까지 걸어올라오는 '소달구지 대장정'이 지난 1일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상정된 '쌀협상 비준동의안'은 농민의 한숨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이 글은 릴레이기고 세번째로 허선주 한국생협연합회 편집위원장이 보내왔다. <편집자 주>

남편이 지방근무를 가게 되자 아들 녀석과 저, 단 둘뿐인 저희 가족의 살림살이는 너무도 간편해졌습니다. 빨래, 집안청소, 밥상 차림까지 일의 양이 절반으로 줄어들었지요.

주말가족 생활이 익숙해질 무렵 아들 녀석이 제게 묻더군요.

"엄마, 요즘 밥상이 왜 이래? 왜 맨날 반찬이 두 개뿐이야?"
"뭐? 왜 반찬이 두 개야? 여기 김치도 있고, 김도 있고, 생선도 있잖아. 국도 있구만."
"이런 거 말고. 왜 아빠만 오면 맛있는 거 해주고 나한텐 안 해주는 거야?"
"그대신 밥이 맛있잖아. 따끈하고 고슬고슬하니."
"치~이, 그런 거 말고. 아빠만 챙기지 말고 나한테도 신경 좀 써줘~."


남편과 함께하는 밥상과 단 둘만의 밥상이 조금 차이난다는 것을 눈치챘나 봅니다. 자기 밥상에도 신경 좀 써달라는 아들 녀석의 항변이 자꾸 마음에 걸립니다.

어디 그게 단지 반찬의 가지 수 때문이었을까요? 남편이 오는 날이면 식탁에 앉아 한 주 동안 일상의 자잘함을 미주알고주알 얘기하면서 먹지만, 아들 녀석과 단둘이 앉는 밥상에서야 단촐하단 이유로 어떻게 하면 간편하고 간단하게 한 끼 밥상을 때울 것인가를 고민하게 됩니다.

외식이 잦아진 것도 이런 속마음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내 속내를 아들한테 들킨 것 같아 미안했습니다.

납 김치·표백제 쌀·기생충알까지... 우리 농산물이 역시 안전

더군다나 우리가 즐겨 사먹는 김밥 중에는 중국에서 수입한 찐살을 햅쌀처럼 보이기 위해 표백제까지 사용해 유통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니 그동안 사먹은 김밥을 다 게워내고 싶어집니다.

그뿐인가요? 중국산 김치에서 납이 검출되고 최근에는 기생충알이 검출됐다는 소식까지 들려옵니다. 이 김치가 백화점·할인매장·식당으로 유통돼 우리 식탁으로 올라오고, 외식하러 간 식당에서 우리 입으로 들어왔다고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24일 충남 홍성에서 예산까지 가는 소달구지 순례단에 참여해 아들 녀석과 함께 걸었습니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어 보이던 그 길에서 아들 녀석은 마침내 제 허리를 감싸 안고 울었습니다.

눈물을 보인 것도 속상한데 '힘들면 뒤따라오는 차를 타고와라'는 말까지 친구들 앞에서 듣자 11살짜리 아들 녀석의 자존심이 무너졌나 봅니다. 땟물이 흐르는 손으로 눈물까지 훔쳐내며 "그래도 끝까지 걸어서 갈 거야, 차를 타고 싶지는 않아"라고 하더군요.

힘든 여정을 잘 마치고 집에 온 아들 녀석이 이것저것 묻던 끝에 "그럼 엄마, 아까 그 생산자 아저씨들 진짜로 땅끝에서부터 걸어온 거야?"라고 물었습니다.

"당연하지"라는 제 대답에 아들 녀석은 "많이 아프겠다"고 하더군요. 시선을 떨어뜨리면서 툭 내뱉는 한마디가 제 귀엔 마치 생산자분들의 고단함까지도 다 이해한다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건강한 '밥 한 끼'는 오뉴월의 뜨거운 태양과 대지를 적시는 비바람, 농촌을 지키며 힘들게 농사짓는 농부의 수고로움이 없으면 얻을 수 없습니다.

내일은 세상에서 가장 뜨스운 밥 한 끼를 해서 맛나게 먹어야겠습니다. 이 '밥 한 끼'가 이처럼 많은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아들 녀석과 이야기하면서 말입니다.

 

 

이 땅에서 '잘 먹고 잘 살기'는 불가능한가
[릴레이 기고 ④] 안인숙 한국여성민우회 생협 조직팀장
텍스트만보기   오마이뉴스(news) 기자   

연일 언론에서 중국산 김치에 대해 다루고 있다. 중국산 수입농산물이 언론을 타는 일도 잦아졌다. 그것도 대형 사고로 말이다.

포르말린에 절인 장어, 말라카이트 그린으로 키운 민물고기, 항생제로 칠갑한 돼지고기, 납으로 버무린 김치, 게다가 기생충알까지 나왔다니…. 화가 난 시민들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도대체 한국에 살면서 이렇게 먹을 게 없다니, 이게 패닉 아냐!"

수입산, 특히 저가품을 의미하는 중국산 농산물은 이전에도 심심찮게 등장해서 시장을 뒤숭숭하게 만들곤 했다. 지역에서도 '어떤 학교에서 중국산 김치를 사용했다더라'는 식의 확인하기 어려운 말들이 유령처럼 흘러 다니기도 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그 누구도 먹을거리의 안전성 측면에서 밥상이 나아지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론매체에서 기사가 사라지면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우리나라 식품산업과 식품정책에 대해 믿음을 갖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총체적인 해결책 없이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일시적으로만 대응하는 대책과 변명에 오히려 짜증만 늘 뿐이다.

이젠 김치마저... 믿고 먹을 음식이 없다

▲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 미생물팀 연구원들이 21일 오후 식약청 실험실에서 중국산 김치의 기생충 검사를 하고 있다.
ⓒ2005 연합뉴스
최근 20년 사이 서구적인 식생활이 뿌리를 내린 결과 아동에게서 아토피성 질병 등이 창궐(신생아 50%, 경희의료원 설문, 2005년 10월)하고, 성인들 역시 그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런 가운데서도 마늘과 고춧가루가 듬뿍 들어간 김치는 식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며, 한국인의 건강을 지켜주는 발효식품이라고 세계적으로 인정받아왔다. 그런데 바로 이 김치가 문제가 됐으니 참으로 유감스런 일이다.

외식이나 학교급식 확대로 가정 밖 식사가 증가했으며 시중 음식점의 절반 이상이 중국산 김치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이번 사건은 한낱 '반찬'에서 일어난 해프닝이 아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김치가 반찬에 불과할지 몰라도, 국가적 차원에서는 국민 건강을 지켜주는 감초같은 존재였다.

김치를 직접 담그겠다는 소비자들의 바쁜 발걸음 속에서 배추가격은 이미 3배 이상 급등했다. 올해 김장 비용은 작년보다 5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중국산 김치 먹느라 쓴 돈도 아까운데, 돈을 더 들여 김치를 먹어야 한다니. 도대체 한국이라는 나라는 '개인'이 '돈'으로 해결해야 되는 일이 너무나도 많다.

수입농산물 뿐 아니라 구제역, 광우병, 조류독감 등도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올해도 철새의 이동경로를 따라 발생위험지역이 예고되고 있으며, 그 지역도 확대될 것으로 연일 보도되고 있다. 동물에게서 발병하는 전염병이 인간에게도 옮겨올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살기 힘든 상황으로 가축들을 내몰았기에, 바이러스가 돼지 안에, 소 안에 있지 못 하고 사람에게로 튀어나왔단 말인가' 하는 자탄의 한숨마저 나온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열에 약하므로 식용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기사도 나오고 있다. 문득 작년에 카메라 앞에서 '삼계탕'을 먹던 고위 공직자들의 떠오른다.

그러나 지금은 몇몇 다국적 제약업체의 즐거운 비명 속에서 국내 축산생산기반은 흔들리고, 자영업자들은 실질적 실업을 견뎌나가는 대단한 공황상태가 아닐 수 없다.

소금은 산자부가, 축산물은 농림부가, 식수는 환경부가?

우리 땅에서 식품안전에 관한 논란은 기사거리를 찾는 대중매체에 화제거리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한 것인가? 관련 공무원들의 노력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등 관련 보도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종합적인 식품안전대책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책임자와 정책결정자의 직무유기의 혐의가 있다. 식품안전사고를 양심없는 한탕주의에 빠진 보따리상인이나 상인들 탓으로 돌리기에는 이미 비슷한 사고가 너무 많이 반복돼 왔다. 정책적인 대안을 요구하는 시민의 의식 또한 높아져 있다.

따라서 해마다 늘어가는 수입농산물을 관능검사나 10% 미만의 샘플 검사로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

안전 문제와 관련해 소금은 산업자원부에서, 축산물은 농림부에서, 식수는 환경부에서 책임지는 구조가 문제이다. 재배공장은 농림부가, 매장판매는 식약청이 관리하는 식으로는 식품관리에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11개 부처가 30여개의 식품관련법령을 유기적으로 적용할 수 있었다면, 이런 사건사고들이 비일비재하게 반복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후 약방문이 결코 좋을 것이 없지만,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다면 소를 키울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

▲ 지난 2003년 12월 조류독감이 발생한 한 양계장에서 방역요원들이 닭을 수거하는 사이 닭장을 탈출한 닭한마리가 주위를 배회하고 있다.
ⓒ2004 이화영
농장에서 식탁까지, 먹을거리는 안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농장에서 식탁까지(farm to table)' 포괄하는 먹을거리에 대한 안전개념을 담은 '식품안전기본법'을 하루 속히 마련하자. 기본법은 모든 식품관련법의 상위법으로서의 위상을 지닌다.

그와 함께 관련 하위법들을 정비해 나가자. 또한 현재 식품관련 각 부처의 전문성을 살리면서도 각 기관을 총괄할 수 있는 행정기구의 법적 근거도 마련해 가자.

식품은 가계지출의 20%를 넘는 중요 지출항목의 하나인데도 제도와 법으로 막을 수 있는 식품사고를 되풀이 하는 것은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일이다. 국민의 건강을 둘러싼 '식품'에 대한 포괄적인 철학이 없는 미봉책 남발에, 국민들은 분노를 넘어 무기력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

현재 계류 중인 식품안전기본법이 활발한 논의를 거쳐 높은 수준의 법안으로 만들어질 것을 기대한다. 식품의 생산과 소비 전 과정을 포괄하면서,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동·식물의 건강과 복지 및 환경의 보호까지를 담아내는 근본법이 탄생해야 한다.

이와 함께 식품안전기본법에는 우리나라 농업을 유지하는 것이 식품안전의 출발이라는 이념이 반드시 담겨야 한다. 쌀을 비롯한 한국인의 기본 식품, 즉 식량의 국내자급기반 마련 방안까지 포괄하는 장기적인 안목이 담긴 법안을 기대하고 싶다.

 

 

 

천대받는 쌀... 소비자는 반성해야 한다
[릴레이 기고 ⑤] 김영숙 부산푸른바다생협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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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농산물을 살리기 위해 제주부터 서울까지 걸어올라오는 '소달구지 대장정'이 지난 1일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상정된 '쌀협상 비준동의안'은 농민의 한숨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이 글은 릴레이기고 다섯번째로 김영숙 부산프른바다생협 이사장이 보내왔다. <편집자 주>
올해로 3년째 해마다 남녘땅 순천에서는 사라져가는 우리 밀을 살리기 위한 밀축제가 개최돼 왔다. 우리 땅에서 우리 밀을 찾는 것이 특별한 사람의 별난 소비가 돼버린 현실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밀은 농민들마저 외면해버린 농작물이었지만, 소비자가 스스로 소비처가 되면서 밀농사는 다시 시작됐다. 이제 국내 밀 자급율을 1%정도로 올려냈다.

이제 우리는 우리 쌀을 지키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나는 어떤 모습으로 어떤 곳에서 우리쌀 지킴이로 살아갈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란 말이다.

10월 30일 여의도에서 전국에 있는 소비자, 생산자, 시민들이 모여 스스로 우리쌀 지킴이가 되고자 '우리쌀지키기·우리밀살리기 소비자 일만인 대회'를 개최하게 된다. 우리 농업문제가 농민만의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같이 고민하고 풀어 가야할 문제이기에 우리 소비자가 나서는 것이다.

▲ '우리쌀 지키기, 우리밀 살리기'를 위한 소달구지 대장정단이 경남 고령군 고령읍내로 향하는 모습.
ⓒ2005 추진본부 제공
농업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소비자가 반성해야

5천년을 이어온 우리 민족의 쌀이 위기에 처했다. 농업의 희망이 사라지려 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나는 밥상머리 교육을 받았다. 쌀이 나오기까지는 여든여덟번 손이 가야 한다는 것과, 여름 뙤약볕에서 얼굴 검게 그을려가며 수고한 사람을 생각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한다고 아버지에게서 배웠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 쌀과 농업이 천대받고 농민이 하찮게 여겨지는 풍조가 생겼다. 경악할 일이다. 우리 소비자는 반성해야 한다. 우리의 아버지, 할아버지가 농사꾼이었고 지금도 농사꾼으로 묵묵히 우리의 고향을 지키고 계신다. 우리는 이분들의 고마움을 모르고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지금도 살고 있는 것 아닌가.

이제는 WTO협상안이라는 것이 순박한 시골농부들은 잘 알아듣기도 힘든 말과 논리로 우리농업을,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쌀 수입개방이 현실이 될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때 우리 소비자의 의식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우리가 하루 먹는 농산물이 50~60여가지나 된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수입농산물을 먹고 있고, 그것을 어쩔 수 없는 현실인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대개의 경우 우리 농산물인지 확인하려 하지도 않고 길들여진 습관대로 수십 가지에 달하는 수입농산물을 먹고 있다. 이렇듯 자의든 타의든 소비자들은 우리 농산물을 이용하지 못하고 지켜내지 못한 책임이 있다.

우리 농업, 우리 쌀을 지키겠다는 의지들이 사회적으로 뭉쳐서 여러 가지 다양한 약속들을 만들어내고, 소비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먹거리를 국내산 농산물로 이용하며 적어도 쌀만큼은 우리 쌀을 이용하겠다는 구체적 실천을 할 때 우리 농업의 희망은 살아날 것이다.

어차피 먹을 밥, 기왕이면 우리 쌀로 밥 해먹고 우리 아이들에게 건강한 미래를 물려주자.

▲ '소달구지 순례단'의 대전중간보고대회에 참가한 어린이들. 고사리 손들도 '우리 쌀 지키기'에 나섰다.
ⓒ2005 심규상
날로 초췌해지는 순례단, 우리 농업같구나

얼마 전 땅끝에서 서울까지 걸어가는 순례단에 소비자조합원들과 아이들 등 17명이 합천에서 성주까지 합류하여 걸었다. 우리 일행에는 수술을 앞둔 정민이도 기꺼이 참여해 함께 걸었다.

대부분 6살에서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들을 이끌고 소달구지와 함께 걷는 길을 하루 동참한 이 때 참 느낀 점이 많다. 우리 농촌마을을 지날 때 이 풍요로운 들판을 언제까지나 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농업이 제대로 된 직업으로 인정받아야 농촌에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 농사를 지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숲으로 둘러싸인 외딴 논에도 벼는 누렇게 익어 추수할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읍내를 지날 때 연로하신 어르신들의 환영의 박수를 받았는데, 젊은이가 없는 우리 농촌의 현실에 다시 한 번 가슴아파해야 했다.

순례단과 같이 걷는 모든 시민들이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서로 아끼고, 격려하고, 위로하며 걸었음에도 여간 힘든 길이 아니었다. 순례단은 날이 갈수록 의복도 초라해지고 얼굴도 초췌해져갔다. 말을 하진 않았지만 그런 순례단의 모습이 마치 우리 농업의 현실인 것만 같았다.

우리 쌀을 살리려는 순례단의 길이 많은 소비자들의 의식을 일깨웠을 것이고, 나 또한 참으로 유익한 하루를 보내었고 각오를 새롭게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정말 우리 소비자가 떨쳐 일어나야할 때로구나'하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다.

정부에서 할 수 없는 일을 우리 소비자들이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우리 쌀의 미래가 보였다. 우리는 할 수 있다. 소비자 1만인 대회 성사뿐 아니라 우리 쌀도 지킬 수 있고, 우리 농지도 지킬 수 있고, 우리 농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강한 신념과 의지가 생긴다.

▲ '우리쌀 지키기 우리밀살리기 소비자 1만인대회 추진본부'가 지난 20일 대전에서 '소달구지 순례단 중간보고 대회'를 열고 있다.
ⓒ2005 심규상
우리쌀 지키기, 정부는 못 해도 소비자는 할 수 있다

지난 22일 우리 동네에서 거리축제가 열렸다. 거기에 우리 쌀을 지키자고 시민들에게 서약을 받기 위해 나섰다. 유기농 쌀로 떡하고, 우리밀로 호떡 반죽하여 거리로 나갔다.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우리 쌀이 위기이고 우리 농업이 위기인 것을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이런 작은 실천과 노력이 농민들에게 큰 기쁨이 되고 희망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소비자 1만인대회'를 앞두고 우리 쌀과 우리 농업 지키기의 중요성을 알리고 희망을 키우기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을 했다. 소달구지 순례, 거리캠페인, 서약운동 등 집에서 내 식구의 안전과 건강만을 챙기던 소비자들이 거리로, 농촌으로 열심히 뛰어다녔다. 소비자 1만인대회는 이러한 소비자, 시민들의 우리농업 지키기 운동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 농업을 지키는 희망둥이가 되어 우리의 생명과 환경을 지키는 일에 끝까지 함께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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