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새 둥지 트니 이제 살 것 같습니다.

박종국교육이야기/함께하는교육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5. 11. 5. 00:28

본문

728x90
"새 둥지 트니 이제 살 것 같습니다"
대전 '모두사랑 장애인 야간학교' 이전 기념식 풍경
텍스트만보기   박병춘(hayam) 기자   
▲ 테이프 절단식. "새 둥지를 튼 모두사랑 장애인 야간학교! 축하합니다."
ⓒ2005 박병춘
대전 모두사랑 장애인 야간학교(교장 오용균)가 쫓겨난 세입자 신세를 면하고 가까스로 새로운 보금자리에 정착했다.

장애로 배움의 기회를 잃은 성인 장애인들을 위해 2001년 6월에 개교한 모두사랑 장애인 야간학교는 대전 월평동에서 둔산동 임대 건물로 이전한 뒤,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학교 건물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다 옛 서구의회 건물 1층에 새 둥지를 틀었다.

모두사랑장애인학교는 지난 1일 저녁 100여 명의 방문객과 함께 학교 이전 기념식을 갖고 기쁨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이어갔다.

이날 기념식에서 오용균 교장은 인사말을 통해 "접근성과 이동성이 용이한 옛 서구의회 1층에 학교를 이전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하고, "자원봉사자, 교사, 후원자, 시교육청 등 이전을 위해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2005 박병춘
대전시장을 대신해 참석한 박성호 정무부시장은 "무엇보다 모두사랑 장애인 야간학교는 비장애인들의 딱딱한 마음을 바로잡아 주는 귀중한 학교"라고 말한 뒤, "휠체어를 타고 입술이 부르트도록 학교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오용균 교장에게 감사드린다"고 격려했다.

오광록 대전시교육감을 대신하여 참석한 윤인숙 교육국장은 축사를 통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 초중등 장애 학생들이 역경을 극복하고 더욱 발전하여 비장애인들에게 표본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2005 박병춘
이어 국회 교육상임위 소속 구논회(열린우리당, 대전 서구을) 의원은 축사를 통해 "국회 진출 후에 특수교육진흥법 개정을 위한 체계적인 연구와 검토를 했다"며 "성인 장애인 교육기관을 위해 재정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전무한 것이 현실"이라며 "성인 장애인 교육을 특수교육진흥법에 포함하는 방법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해 모두사랑 장애인 야간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은 전교조 대전지부도 성광진 지부장이 참석하여 "시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성인 장애인 야학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더욱 많은 일선학교 교사들을 자원봉사자로 지원하여 전교조의 참교육 정신을 구현하겠다"고 역설했다.

뇌성마비 1급 장애인 엄일섭군의 특별한 연주

한편 이날 특별 연주에 나선 중증 장애인 엄일섭(사이버대학 사회복지학과 재학 중)군은 키보드를 코로 연주하는 그만의 '코보드' 연주 실력을 발휘, 참석자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 엄일섭군의 '코보드' 연주.
ⓒ2005 박병춘
"엄군은 사지를 제대로 가늠할 수 없는 뇌성마비 1급 장애를 갖고도 2002년 5월에 중학교 입학 검정고시 대전 수석을 차지하고, 이듬해에는 고입, 대입 검정시험을 연달아 합격하는 등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한 수재"라고 오 교장은 전했다.

미국, 중국, 캐나다 등지에서 코보드 순회 공연도 가진 바 있다는 엄군은 첫 곡으로 <사랑으로>를 연주했고, 참석자들의 일부는 감동의 눈시울을 적셨다. 엄군이 연주를 마치자 구논회 의원이 앙코르를 외쳐 <사랑은>이라는 곡을 더 연주하여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기념식 후반에는 대전예술고교(지도교사 최병진) 학생들이 첼로 연주와 가야금 병창으로 열기를 고조 시켰고, 참석자들은 모두사랑 장애인 야간학교의 발전을 소망했다.

"만학도 여러분, 피곤해도 결석하지 마세요"
[일문일답] 모두사랑 장애인 야간학교 오용균 교장

▲ 모두사랑 장애인 야간학교 오용균 교장
ⓒ박병춘
- 먼저 축하드린다. 이전 소감이 어떤가?
"우선 우리 학교가 새 둥지를 트는 데 헌신적으로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차량 자원 봉사자, 자원교사 여러분께 고마울 뿐이다. 우리 학교가 완전히 정착한 것은 아니지만 2년 동안 무상 임대를 해 준 교육계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 새 둥지로 이전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다.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성인 장애인 교육이 대전에서 첫걸음을 걸은 지 이제 4년여 세월이 지나고 있다. 장애인 야학에 대한 인식 부족을 깨우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이제 장애인 교육에 대한 인식이 좋은 쪽으로 바뀌고 있어 다행이다."

- 모두사랑 장애인 야간학교의 역사를 간단히 말해 달라.
"우리 학교는 사전 준비 기간을 거쳐 2001년 6월에 개교했다. 첫 해 월평동에서 시작할 때 건물주가 부도를 내 임대 보증금도 못 받고 길거리로 내몰렸다. 많은 후원자들이 나서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2002년 둔산동에 터를 잡았다가 임대 기간이 끝나 이번에 다시 이 건물로 오게 되었다. 모두가 한결같이 도와주신 분들 덕택이다."

- 재학생 및 졸업생 현황은 어떤가?
"재학생은 현재 61명으로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중증장애인을 포함, 정신지체 장애인까지 다양한데 진정한 통합교육 차원에서 내년에는 대전시에서 특수교육보조원을 채용해 줄 계획이다. 대입검정시험에 합격한 졸업생이 12명인데, 이 중 3명은 취업을 했고 9명은 대학에 진학했다. 열심히 따라주는 학생들에게 고맙다."

- 학교 운영에 부족한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 생각인가?
"더 많은 후원 회원을 확보할 것이다. 공교육이 못 다한 부분을 우리 학교가 대리하고 있다.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교육부 차원의 예산 지원을 해 줄 것을 요청할 것이다. 잘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교장으로서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만학도들이 많다. 대부분 직장을 갖고 있어 너무 힘들고 피곤해 한다. 하지만 열의를 갖고 수업에 임하는 학생들 보면 자랑스럽다. 교장으로서 욕심이 있다면 예습 복습 잘 해서 자기 실력을 쌓기를 바란다. 특히 결석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웃음)"

- 자원봉사자들의 노고가 많다고 들었다. 한 말씀 한다면?
"차량 두 대로 대전 시내를 장애 학생들을 이동시키는 데 역부족이다. 많은 차량 봉사자들이 고생하고 있다. 고마울 따름이다. 열심히 지도해주는 현직 교사들께도 감사드린다. 하지만 여전히 차량 봉사자들이 부족하다. 더 많은 관심을 바란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놀랍다. 우리 장애인을 보는 시각이 예전과 다르다. 새로 둥지를 마련한 뒤 주위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도와주려 한다. 주민들께 고맙다. 후원해주고 격려해주는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학교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
**대전 모두사랑 장애인 야간학교
- 홈페이지 : modoosarang.or.kr
- 전화 및 팩스 : (042)521-9933~4, FAX (042)521-9935
2005-11-02 09:51
ⓒ 2005 OhmyNews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