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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오천항 키조개 맛보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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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2. 5.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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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오천항 키조개 맛보러 가자

부드러운 속살 가슴 떨리고
낍히는 감칠맛 기가 막히다

포구를 찾아가는 여행길은 흐뭇하다. 먹는 즐거움 때문이다. 제철 맞은 해산물이 쏟아져들어오는 포구에선 그래서 배를 타지 않아도 즐겁다. 뱃머리를 선착장에 들이밀고 춤추는 배들을 바라보며, 직접 고른 싱싱한 해산물을 먹는 맛이 바로 포구여행의 맛이다. 자, 봄이 무르익었고, 바닷바람도 입맛을 다시며 짭짤하고 상큼하게 겨드랑이를 파고든다. 서해바다, 안면도를 마주하고 천수만 깊숙이 자리잡은 충남 보령시 오천항으로 간다. 170가구 300여명이 사는 아담한 이 포구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건, 부드럽고 감칠맛 나는 키조개다. 포획이 금지된 7~8월(산란기)을 빼고는 굳이 제철이 따로 없는 해물이지만, 4~5월이 가장 많이 나오고 맛도 뛰어난 때다.

 

부드러운 속살 지닌 ‘서해 미인’

곡식을 까불러 쭉정이·티끌 따위를 걸러내는 농기구 ‘키’를 닮아 키조개다. 겉모습이 홍합과 비슷하지만 길이가 30㎝에 이르는 대형 조개다. 키조개 맛의 핵심은 껍질을 여닫는 근육 부분인 관자(패주)다. 어민들은 그냥 ‘눈’이라고 부른다.

“이 눈을 기양 회로 먹어도 좋고, 데쳐 먹어도 좋고, 구워 먹어도 좋고, 보글보글 끓여 먹어도 좋은데, 어떻게 먹으나 매한가지인 건 맛이 기가 막히다는 거지요.” 오천항 잠수기수협 지소장 양석우(54)씨의 키조개 맛자랑이다. 한때는 잡히는 양의 90% 이상을 일본으로 수출했지만, 최근엔 국내 소비가 7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단백질이 풍부하고 아미노산·핵산이 많아, 건강식·미용식으로 좋다고 한다. ‘동해 미인’으로 불리는 홍합에 견줘 키조개를 ‘서해 미인’으로 일컫기도 한다.

동·서·남해에서 키조개가 잡히지만, 오천항은 전국 물량의 60% 이상이 나오는 대표적인 키조개 생산지다. 바닥에 모래와 뻘이 적당히 섞인 오천항 앞바다가 키조개 서식에 알맞기 때문이다. 잠수부들이 작업을 하는 잠수기어선(머구리배) 37척중 25척이 키조개잡이 배다.

 

목숨 건 작업 키조개잡이

잠수부들은 공기 호스가 연결된 잠수복을 입고 보통 20~30m 바다 밑바닥으로 내려가 갈고리로 키조개를 잡는다. 최근엔 오염과 자원 고갈 등으로 수심 40~50m가 되는 곳으로 나가야 잡힌다고 한다. 인간이 잠수복을 입고 내려갈 수 있는 최대치가 60m 정도라는데, 키조개잡이 일꾼들은 작업 때마다 인간 한계치 가까이 도전하고 있는 셈이다. 30분 작업을 하고 올라올 때는 1시간에 걸쳐 천천히 올라와야 하는데, 5~10분씩 쉬면서 압력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적응시간이 충분치 않을 경우, 수압으로 혈관에 녹아들었던 질소가 기포를 만들어 목숨을 잃게 된다고 한다. 상어 또한 무서운 적이다. 5~6월 이 해역엔 식인상어가 나타나 잠수부들을 노린다. 4월 중순부터는 그래서 작업때 2명이 내려가 한명은 상어 공격에 대비한다. 작업은 한달에 두번, 물 흐름이 느린 조금 때 7~8일씩 이뤄진다.

키조개는 5년 정도는 자라야 상품이 되므로 잡는 양을 하루 4000마리로 제한한다고 한다. 마구잡이를 막고, 적정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래도 한겨울이면 파이프로 바닥을 훑는 이른바 불법 ‘파이프빵’ 배들의 기승으로 종패들이 부서져 피해가 크다고 한다. 요즘 경매가는 마리당 1300원선. 소매가는 3000원 안팎이다.

키조개 맛있게 먹는 법 세 가지. 첫째, 패주를 둥근 모양이 나오게 썰 것. 씹을 때 질기지 않다. 둘째, 완전히 익히지 말고 살짝 익힐 것. 그래야 살이 연하고 부드럽다. 셋째, 회로 먹을 땐 되도록 얇게 썰어 약간 얼린 상태로 먹을 것. 감칠맛이 살아난다.

순흥수산(041-932-4086) 등 오천항의 키조개 도·소매업소에서 얼린 키조갯살을 1㎏에 3만(패주 40여개)~3만5000원(30여개)에 살 수 있다. 오천항 잠수기수협 (041)932-4215. 보령시청 문화공보과 (041)930-3541.

 

보령/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키조개축제 보고 돌아가는 길
오천성·갈매못도 돌아보세요

 

보령 오천항은 주변 육지와 섬들이 자연 자연방파제를 이루고 있는 천혜의 항구다.

예로부터 ‘팔풍대석’(여덟 방향의 바람이 불어도 안전하게 배를 댈 수 있는 자리)의 군사 요충지로, 조선시대 충청수군절도사영이 있던 곳이다. 이때 쌓은 석성 오천성이 포구 오른쪽 야산에 남아 있다. 성을 따라 걸으며 시원하게 열린 천수만 내해를 감상할 수 있다. 성 안에 진휼청·장교청 등 건물이 복원돼 있다.

5월7~11일 포구에서는 제1회 오천항 키조개축제가 오천면번영회 주최로 열린다. 키조개를 널리 알리기 위해 주민들이 스스로 마련한 첫번째 행사다. 키조개요리 경연대회, 우수 키조개 선발대회, 어부왕 선발대회, 키조개 1일 중매행사 등이 벌어진다.

오천항 주변의 볼거리로 천주교 순교성지인 갈매못, 백제시대 정절의 상징인 도미부인 사당, 보령 석탄박물관 등이 있다.

오천항 오가는 길에 시야를 좀 넓혀 안면도에서 열리는 꽃축제장(26일~5월11일)도 들러볼 만하다. 지난해 열렸던 꽃박람회보다 규모는 많이 줄었지만, 꽃지해안에 넓게 조성된 유채꽃밭과 야생화관·분재원·초화원·약초원·구근원 등에서 화려한 꽃잔치를 감상할 수 있다. 안면도는 섬 자체가 커다란 소나무숲일 정도로 소나무가 많다. 안면도휴양림과 휴양림 뒤편 산책로 주변의 소나무숲이 특히 아름답다. 꽃지해변과 휴양림 사이엔 다양한 수종을 가꾼 수목원이 조성돼 있다. 안면도 꽃지해안공원 사무소 (041)673-1061.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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