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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펙 기간에는 일하지 말라고?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5. 11. 9.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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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펙 기간엔 일 하지 말라고?
[APEC에 피해보는 사람들] 건설노동자 '공사중단'에 실직 위기, 파견경찰 숙소 불편 등
텍스트만보기   윤성효(cjnews) 기자   
▲ 부산 에이펙 정상회의가 며칠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제1차 정상회의장인 해운대 벡스코도 막바지 준비작업이 한창이다.
ⓒ2005 연합뉴스 조정호

부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13~19일)가 코 앞에 다가온 가운데, 에이펙 때문에 피해를 보고 생계까지 위협 받는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이는 'APEC반대 부시반대 부산시민행동'에서 에이펙 반대 차원에서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에이펙 행사장 주변 건설현장의 노동자들을 비롯해, 에이펙의 성공을 위해 경비업무를 맡은 경찰, 에이펙 행사장 주변 화단 조성을 위해 사유지를 내준 주민들이 그들이다.

[일용건설 노동자] 에이펙 기간 동안 공사중단으로 실직자 신세

▲ 에이펙 행사장 주변은 공사장은 행사기간 동안 공사가 중단된다.
ⓒ2005 오마이뉴스 윤성효
일용 건설노동자들은 에이펙이 열리는 동안 실직자 신세가 될 처지에 놓여있다. 부산광역시가 해운대 동백섬 회의장과 벡스코 주변에서 짓고 있는 아파트 등 공사현장에 대해 작업중단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원활한 에이펙 회의 진행과 안전 위협에다 도시미관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공사중단을 요청했다. 부산시는 공사중단 요청이지만 업체측에는 사실상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일대에는 대우건설과 포스코건설, 벽산건설, 이수건설, 롯데건설 등에서 대형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이들 업체는 아직 대부분 공사중단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에이펙이 임박하면 이와 같은 결정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중단으로 인한 피해는 일용 건설노동자들이 보게 되었다. 공사준비와 자재공급 등을 따져볼 때 길게는 12~13일 가량 일을 하지 못할 판이다.

아파트의 경우 이미 분양을 받았기에 공기를 맞추어야 하는데, 열흘씩 공사를 중단할 경우 기한 내 완공이 어려울 수도 있다. 일부 업체에서는 평소 오후 5시 30분~ 6시 사이 작업을 종료했는데, 에이펙 기간 공사중단에 대비해 최근에는 밤 9시까지 야간근무를 하고 있다.

원청회사로부터 (재)하청을 받은 일용 건설노동자들은 공사중단으로 인한 손해를 주장하며, 부산시가 보상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건설노조 부산지부 강한수 지부장은 "에이펙 행사장 주변 공사장의 공사중단으로 실직자 신세에 놓인 건설 노동자가 대략 3000여명에 이른다"면서 "부산시가 대책을 세워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건축행정계 관계자는 "이미 현장소장과 간담회를 열어 공사중단을 협조해 놓은 상태다"면서 "일용 건설노동자들에 대한 보상계획은 없고, 단지 업체에서 알아서 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파견근무 경찰] 임시숙소 생활에 불편 이만저만

▲ 부산 해운대 동백섬 입구 주차장에 설치된 파견 경찰관 임시 숙소.
ⓒ2005 오마이뉴스 윤성효
경찰과 군인들은 에이펙 행사장과 주변에서 경비업무를 보거나 외국 정상들의 차량에 대한 호송업무 등을 위해 파견근무를 서고 있다. 파견근무를 나온 경찰관들은 동백섬 입구에 있는 주차장의 바닷가 쪽에 컨테이너와 천막을 설치해 놓고 임시숙소로 이용하고 있다.

이곳 임시 숙소에서는 야간 근무자들이 새벽에 와서 자기도 하는데, 경찰관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에이펙이 열리기 전부터 이 곳에서 생활하는 경찰관은 250명 정도다. 최근에는 경찰관들이 불편함을 호소해 컨테이너 화장실이 증설되기도 했지만 불편하기는 마찬가지.

경찰관들은 잠자리가 가장 불편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방 마루는 시멘트바닥으로부터 불과 25cm 가량 높이에 있는데, 신발을 신고 지나가면 먼지가 생겨나 방안 공기가 늘 나쁜 상태다. 특히 방안 옷장과 옷걸이도 턱없이 부족하고, 세면장도 비좁을 뿐만 아니라 최근 날씨가 추워졌는데도 더운물이 나오지 않아 아침에 세수를 하지 않는 경찰관들이 많다.

한 경찰관은 "밤에 잠을 자는 경찰관들이 있는데 얼마 전까지 춥다고 하소연했더니 온풍기를 설치해 주더라"면서 "공무원은 국가 행사를 위해 희생되어도 좋다고 하지만 최소한 사람이 살 정도는 해주어야 하지 않느냐"면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국방부에서 파견 나온 군인들은 해운대 한 콘도에서 집단으로 생활하고 있다"면서 "물론 그 곳도 좋은 시설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형평에도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는 "예산이 배정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부산시가 철저한 준비를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사유지 사용] 부산시, 주민 동의 없이 화단 조성

▲ 부산시가 동백섬 공원을 조성하면서 사유지에 대한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2005 오마이뉴스 윤성효
동백섬 입구이면서 웨스틴조선비치호텔 맞은편에는 8일 오후 서너명의 주민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석달 전에도 "지주 동의 없는 부산시의 사유지 강제점유를 규탄한다"라고 쓴 펼침막과 피켓을 걸어놓고 농성을 벌인 적이 있다.

동백섬 일대는 군사보호구역으로 있다가 10여년전 해제되었다. 부산시는 군사보호구역 해제 이후에도 동백섬 입구에 철조망을 설치해 놓았다. 그런데 에이펙을 앞두고 이곳에 화단을 조성하면서 철조망을 철거하기도 했다.

그런데 부산시가 조성한 화단 속에는 사유지가 포함되었던 것이다. 김형철씨 등 주민 20여명의 사유지가 '동백섬공원 화단'에 들어갔다. 위치에 따라 값이 다르지만 공원부지인 탓에 대략 평당 100만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김씨는 "사유지는 모두 밭이었는데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어 농사도 짓지 못했다"면서 "부산시가 화단을 조성하면서 왜 땅 주인한테 동의도 구하지 않고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서 농성을 하고 있으니 부산시 관계자가 전화를 해서 '농성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면 매매계약을 맺을 수 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녹지공원과 관계자는 "주민들이 관리를 하지 않아 해송림이 우거져 있기도 한 곳을 에이펙을 앞두고 화단 등으로 조성했다"면서 "지금 문제를 삼고 있는 주민들은 몇 명이며, 남아있는 동백공원 시설비 잔액 15억원으로 매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05-11-08 23:43
ⓒ 2005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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