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가족은 TV 없이 살 수 있나요? | ||||||||||||||||||||||||||||||||||||||||||||||||||||||||||||
가족간 대화 넘어 사회성 헤친다면 중독물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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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균 기자 iglee2@dominilbo.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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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팔룡동 임성재(39·가명) 씨 집안의 대화 스타일. 우선 임씨가 아들에 대화를 청하는 상황. 오후 7시에 임씨가 먼저 다섯 살
아들에게 말을 건다.
식사와 함께 하는 소주 한잔, 끝없는 이야기가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다. 오늘은 가끔 오는 아들을 상대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려한다. “이봐라. 오늘 작업반장이 안 있나? 글마 거기 완전히 돌았다 아이가.” TV를 보던 아들이 가끔씩 눈길을 주며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 그러나 부친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고개는 아예 TV 쪽에 고정된다. “저기 말이 되나? 택도 아닌 것들이. 내가 볼 때는 안 있나”면서 부친이 대화를 유도하지만 아들은 TV만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다. 대를 이은 악순환. TV는 사람을, 대화를 귀찮게 만든다. 내 생각은 TV와 한 몸이 돼 있는데 왜 자꾸 떼어놓으려 해! 저리 가! 벽을 뜯어야 유선을 끊는다 창원시 동읍 정판근(35·가명) 씨의 딸(5세)은 오전 6시에 엄마·아빠보다 먼저 일어난다. 눈을 비비며 황급히 거실로 나와 처음하는 일은 TV를 켜는 일. 가끔 부모를 깨워 같이 놀자고 보채기도 하지만 어른들은 어림없다. 그렇게 세시간 동안 눈길 고정. 8시부터 밥 먹이랴, 씻기랴, 옷 입히랴 부모들이 부지런을 떨지만 딸은 세면장에 갈 때 볼륨을 두배로 높인다. 딸의 아침선택은 TV일 수밖에 없다. 정씨가 유선방송을 끊겠다는 정도의 판단을 내리는데도 몇 달이 걸렸다. 자신도 자정 넘어 유선방송의 심야영화를 끊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유선방송 선을 뽑아버릴 수도 있지만 영악한 딸은 그 정도의 ‘페인팅’을 가볍게 극복한다. “아빠, 이건 이렇게 고치는 거야”하면서. 그래서 결정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유선방송을 끊을 수 없다고 해도, 기어코 연결선을 없애게 해달라고 주장하겠다는 것. 아침에 눈 떠서 잠 잘때까지 무심코 보는 TV 관리소장과 마주 앉았다. 소장은 공동주택 유선방송의 경우 집단으로 계약해 공동단자로 연결되기 때문에 가구별 철거는 불가능하다는 원론적 답변을 앞세웠다. 기다렸다는 듯 정씨는 말했다. “제가 선택한 게 아닙니다. 어떻게 됐든 연결선을 집에서 보이지 않게 치워주십시오.” “소유자이십니까? 세입자이십니까? 선을 빼내려면 벽을 뜯어야 합니다. 괜찮겠습니까?” 세입자인 정씨는 벽을 뜯지 않고는 유선방송을 끊을 수 없다는 말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두지 않았다. 나는 TV 중독자인가 지난 5월 회원 89명의 가족을 대상으로 3일간 ‘TV 안 보기’ 실험을 했던 마산YMCA 는 다음과 같은 12항목의 기준을 만들었다.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이다. 이 중 7개에만 걸려도 TV에 중독된 집안이라니 완벽한 100점 짜리 가족도 많을 듯 하다. 가족간 대화 넘어 사회성 헤친다면 중독물체 그런데 이 정도로 당연한 관행이 왜 문제가 된다는 걸까? 마산YMCA 이윤기 부장은 이에 대해 “이 틈에 가족이 있을 수 있겠느냐. 가족 문화가 절대적 기준이면서 결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대화, 가족 등의 의미는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의사소통, 사회성이라는 개념과 연결된다. TV가 이 기준을 해친다면 중독물체”라고 덧붙였다.
반론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집약된다. ‘아무리 일방적 매체라 하더라도 TV는 현대인의 의사소통에 가장 핵심적인 도구인데, 도대체 어떻게 소통하란 말인가. 일부 오락프로 그램과 드라마, 왜곡된 뉴스처럼 현실을 오도하는 것도 있지만 있는 그대로의 사실과 긍정적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게 TV 아닌가. ‘애증(愛憎)’의 대상일 수는 있어도 선택의 대상 이 될 수 없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자. 방송과 광고분야 15년 경력의 미국인 생태운동가 제리 맨더는 <텔레비전을 버려라>라는 책의 서두를 이렇게 시작했다. ‘나는 초월적인 마술사처럼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의 머릿속에 직접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고, 미디어가 머릿속에 남긴 인상은 사람들에게 어떤 생각도 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을 배웠다. 처음에는 이 권력에 흥미를 느꼈고, 그 다음에는 감탄했으며, 그 다음에는 그것이 어떤 영향을 불러일으키는지 자세히 알게 되면서 완전히 매료됐다. 후에 나는 매체를 다소 가치 있어 보이는 목적에 이용하려 노력하였다. 그러나 곧 한계에 부딪혔고, 광고나 텔레비전 같은 대중매체가 어떻게 사용되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문제는 이미 결정돼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때 나는 미국의 모든 광고주들이 자신들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매년 250억달러 이상을 쓴다는 사실을 알았다. 언론의 자유는 가진 자들에게만 해당된다.’ 잠깐 뜸을 들인 그는 ‘보르네오의 밀림이나 뉴스, 역사적 사건들을 보여주는 텔레비전 화면은 결코 시청자 자신의 경험이 될 수 없다. 더구나 사실과 같은 수준의 신뢰를 받을 수도 없다. 이는 단지 어두컴컴한 방에 앉아서 번쩍거리는 빛을 주시하며, 조작되고 잘리고 편집되는 텔레비전의 화면조작에 의해 제공되는 제한된 이미지일 뿐이다. 인간의 의식을 유린 할 수 있는 텔레비전의 기능으로 말미암아 보는 것이 믿는 것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3일간의 TV 안보기 운동 참여기록은 이게 곧바로 나의 일임을 알게 한다. 조현석 군 어머니의 기록. ‘3일-TV를 안 보니 남는 시간을 무얼 해야 할지 공허하기까지 하다. 4일-무의식 중에 보지도 않는 TV를 켜놓기도 하고, 가사 일을 편하게 해보려고 애들에게 무심코 TV를 보여주었던 것 같다. 5일-애들도 그렇지만 아빠가 제일 심심해하는 것 같다.’ 이세진 양의 어머니 ‘6일-아이 얼굴을 보며 대화하고 스킨십이 늘어났다. 시간이 많이 늘어났다. 친지들에게 연락을 하게 됐다. 쭈~욱 안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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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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