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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낱말은 익고…." "'낱말은'이 아니고 '낱말을'!" "낱말은!" "자-아 계속해서 다음 봅시다. 새끼손가락을 걸고…." "섹씨손가락을 걸고…." "쎅씨!" "하-하-하-"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연신 싱글벙글이다. 지난 15일 오전 10시 30분. 전라남도 무안군 청계면에 있는 한 어린이집.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 쪽으로 귀를 세우니 한글을 배우고 있는 듯했다. 분명 아이들의 목소리는 아닌데…. 알아보니 우리나라에 와서 살고 있는 외국인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한글교육 시간이었다. 외국인들에게 어렵게만 여겨지는 한글을 가나다라 기초부터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일주일에 두 차례 운영하는 무안이주여성학교(교장 강옥희·청계어린이집원장)의 풍경이다. 이 학교에 출석한 학생은 어림잡아 30여 명. 그러나 이들이 업고 오거나 데려온 아이들이 많아 강의실은 북적거렸다. 아이를 안은 채 분유를 먹이면서 한글을 배우는 여성,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제지하느라 쫓아다니는 여성도 있었다. 하지만 배우겠다는 의지로 눈망울들은 모두 빛났다.
이들은 대개 우리나라에 온 지 5∼7년 정도 됐다. 하여 한국말은 귀에 익숙한데 그것을 읽고 쓰기가 여전히 어렵다고 했다. 필리핀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가 우리나라에 온 마르빌(34)씨는 "한글은 발음도 어렵고 비슷한 낱말도 많아 정말 배우기 어렵다"면서도 "그래도 너무 재밌고 즐겁다"고 했다. 무안이주여성학교는 지난 8월 외국인 여성들의 정착과 자녀교육을 돕기 위해 강옥희(48) 원장이 개설했다. 이주여성들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가 의사소통이라는 사실을 안 그녀가 적극 나서 만든 사설학교인 셈이다.
그녀는 또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우리말로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엄마로 인해 아이들까지 우리말을 배우지 못하고 있으며 이들이 커서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더라도 피부색이 다르고 우리말도 제대로 못해 '왕따'를 당할 우려가 높다"면서 이들에 대한 한글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학습공간과 함께 학습에 필요한 교재와 문구를 강 원장이 제공하고 이들을 학습장까지 태우고 와서 다시 집까지 데려다주는 것도 어린이집 차량으로 하고 있었다. 수업은 매주 화·금요일 두 차례 한글교실과 한국문화와 공예 체험으로 진행되고 있다. 강의는 무안 월선리예술촌에 살면서 글을 쓰고 있는 김대호(34·성화대 겸임교수)씨가 맡고 있다. 김대호씨는 "한글을 더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늘 고민하고 있다"면서 "어떤 목표를 정해 주고 성취감 같은 것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최영선(여·48)씨는 "외국인 주부들이 한글을 배우면서 자신감을 갖고 표정까지 밝아지고 있다"면서 "한글교육은 이들에게 의사소통 능력을 길러주고 자립심을 키워주는 데 목적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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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월선리예술인촌에 같이 사시는 윤숙정 선생님을 괴롭혀 보기로 했다. 윤 선생님은 목포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다도와 전통예절을 강의하시기 때문에 제대로 된 교육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평소 나를 예뻐하시는 분이라 차마 거절하지는 않을 테지 하고 조심스럽게 부탁을 드렸는데 완전히 수지맞았다. '떡'까지 해오시고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사범 여섯 분을 대동하고 오셔서 폼 나는 된 교육을 해주신 것이다.
탈의실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데 최영선 상담선생님이 '김 선생님만 나가시면 여기가 탈의실이네' 하니 모두 '와' 하고 웃는다. 학교에서 유일한 남자인 나는 얼굴이 홍당무가 돼서 사무실로 쫓겨난다. 윤숙정 선생님은 한복 입은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워 자꾸 한국 출신 주부들로 착각하셨는지 '한복 입고 힐 신으면 팔푼이가 돼요' 등등 이주여성들이 알아들을 수없는 농담을 했다가 썰렁한 분위기에 무안해 하신다. 그래도 뭐가 그리 좋으신지 연신 싱글벙글이시다. 옷고름을 매는 방법부터 시작했는데 아마도 이것이 오늘 수업 중에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었던 것 같다. 나도 한복을 즐겨 입지만 모두 개량한복인지라 미처 몰랐던 것을 알게 됐다. TV에서 보면 큰절을 하다 엉덩방아를 찍은 외국인들을 보고 웃곤 했는데 한 사람도 실수를 하지 않는다. 친정엄마 뻘 사범들에 재잘재잘
이번에는 선생님들이 뮬리타씨에게 상대의 이마에 손등을 얹는 필리핀식 인사도 배웠고 2주차 새댁 쟌박(태국 출신·21)씨에게는 불교의 합장과 같은 태국 인사법도 배웠다. 엔지니어인 한국인 남편과 현지에서 사랑에 빠져 가나에서 한국까지 시집온 나나(39)씨에게 그 나라의 인사법과 예절도 배워보고 싶었는데 오늘은 결석했다.
송편 만드는 시간은 완전히 선생님들이 창피(?)를 당했다. 그래도 '떡' 하면 우리라는 생각과 달리 '쌀가루'를 보자마자 능수능란하게 반죽을 하기 시작해서 마치 기계로 찍어 낸 듯이 송편을 빚기 시작하는데 입을 떡 벌리고 쳐다 볼 뿐이었다. 강옥희 교장선생님도 손수 팔을 걷어붙이고 송편 빚기에 나선다. 마치 친정엄마가 시집갈 딸들을 가르치는 것처럼 보기에 오지고 정겹다. '아! 만두를 만드는 솜씨들이 있었구나?' 하는 내 말에 박장대소를 터트린다. 그 많던 쌀가루는 20분도 안돼서 쟁반 위에 가지런히 놓여진다. 솔잎 얹어 쪄내서 먹기도 하고 일일이 봉지에 담아 가족들과 함께 미리 추석 맛보라는 안부도 전했다.
다도 시간에는 한 학생이 '선생님, 차도 소주처럼 어른 앞에서는 고개를 돌리고 마셔야 돼요?' 선생님들은 웃는데 학생들은 진지하다. 우리와 다르게 이들에게 너무나 궁금한 일이었던 것이다. 진즉에 이들에게 재교육의 공간이 제공되었다면 한국에 적응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을 터인데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추석 완전정복 프로젝트 대성공!
목포, 영암, 함평 쪽에서 애까지 업고 차를 몇 번이나 갈아타고 무안까지 오시는 분들을 보면 고마우면서도 괜스레 미안해진다. 이분들도 우리 국민들이고 똑같이 세금도 내고 동시에 유권자이기도 한데 최소한의 재교육 기회조차 부여되지 않고 있으니 안타깝다. TV에서 이주여성 인권문제를 언급할 때는 그것이 제일 심각한 문제인 것 같았는데 그보다 시급한 것은 '재교육프로그램'인 것 같다. 그리고 이주여성 자녀들 문제도 그렇다. 우리 딸아이 반만 해도 12명 중 3명이 이주여성 자녀들인데 이주여성 엄마에게 말을 배우다 보니 말이 느리고 피부색과 모습이 달라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수업이 있는 날마다 와서 자원봉사를 해주시는 아주머니, 깊은 시골도 마지않고 일일이 태우러 다니시는 기사아저씨, 거기다 노트며 학용품을 보내주시기로 하신 분도 계시다. 가난하지만 우리처럼 마음부자, 사람부자인 학교는 없는 것 같다. 반장인 마리빅씨는 "주부들에게 명절은 괴로운 일이라고 하는데 이주여성들에겐 공포스러운 일이다. 특히 사람을 대하는 예절과 호칭, 높임말 같은 것들이 어려웠는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며 "특히 아이들과 같이 부를 수 있는 동요와 자장가를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한다. 부디 이주여성들의 2005년 추석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달같이 풍성하고 기쁨으로 넘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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