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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시락 메뉴는 가끔 입맛이 없을 때면 양푼 비빔밥과 함께 제가 잘 만들어 먹는 것 가운데 하나지요. 오늘, 도시락을 마음 먹고 만든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벼르고 별렀던 추억의 분홍 소시지를 사 왔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분홍색 소시지는 요즘 나오는 맛있는 고급 소시지, 햄 때문에 잘 찾게 되지 않는 것이죠. 고기를 갈아 만든 것이라기보다는 생선살로 만든 어묵에 가까운 것이지만 그래도 어릴적 도시락에 넣어 다녔던 기억이 있어서인지 때로는 '사무치게' 생각날 때가 있더군요. 달걀물을 씌워 전을 부치면 너무 맛있으니까요. '음식의 천국'이라는 홍콩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고 어쩌다 한국 식품점에서 구하려면 한국에서 샀던 가격의 예닐곱 배가 넘는 만 원 가까운 가격이라 그동안 꾹꾹 참고 있었는데 며칠 전 집 앞 백화점 이벤트로 '한국 식품 대전'을 하는 곳에서 바로 이 소시지가 눈이 들어오지 뭡니까? 가격도 별로 비싸지 않은, 한 개에 2천원 정도였습니다. 망설일 것도 없이 두어 개를 장바구니에 집어넣었습니다. 소시지를 산 기념(?)으로 뚝뚝 썰어 전을 부치고 내친 김에 신김치도 볶고, 멸치볶음이랑 감자볶음, 그리고 단무지가 없기에 아쉬운 대로 장아찌를 담아 도시락을 쌌습니다. 나름대로 추억의 도시락 반찬 0순위라고 생각되는 것들로 담아봤습니다. 양은 도시락이 없어 조금 아쉽긴 했지만요. 막상 도시락에 반찬을 담고 보니 2-3명이 둘러앉아 먹어도 충분할 만큼의 양이라서 점심을 먹고 남긴 반찬을 그대로 냉장고에 넣어두었습니다. 남편도 저녁을 먹고 늦게 들어온다고 하니 저녁에 고추장이랑 김치를 송송 썰어 넣고 참기름을 넣어 비벼 먹을 생각이었지요. 그런데 그렇게 비벼 먹을 생각을 하다보니 문득 '도시락 비빔밥'이 떠오르면서 나도 모르게 빙그레 웃음을 짓게 되더군요. 학창시절, 양은 도시락에 친구들이 싸 온 반찬을 한 데 넣고 아래 위로 마구 흔들어서 비벼 먹던 그 도시락 비빔밥! 도시락을 다 먹을 즈음이면 교실 난로 위 주전자에서 따끈한 보리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기에 점심시간은 더 푸짐하고 넉넉했습니다. 보리차를 따라 마실 컵은 종이컵도, 사기 머그컵도 아닌 비록 낡은 도시락 양은 뚜껑이었지만 그 구수한 보리차 맛이 쌀쌀한 요즘 참 그립게 느껴지네요. 예전에 비해 외식산업이 번창하면서 세계 각국의 다양한 요리에서부터 퓨전요리에 이르기까지 메뉴도 다양해졌고 돈만 있으면 초호화 고급 도시락도 배달시켜 먹을 수 있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그저 신김치볶음에 감자볶음 정도를 넣은 이 추억의 도시락이 오늘따라 제 입에는 더 맛있게 느껴집니다. '돈을 주고도 사 먹을 수 없는 도시락'이라서 그런 것일까요? 추억의 도시락을 같이 한 번 만들어 보실래요? 재료 분홍 소시지 부침(달걀, 카레가루, 청홍고추, 소금 약간) 신김치(들기름, 깨소금 약간) 감자볶음(채 썬 양파, 소금, 후추 약간) 단무지 무침(고춧가루, 설탕, 다진 파 마늘 약간, 참기름) 멸치볶음(연재 기사 중 '추억의 도시락반찬 멸치볶음의 변신'을 참조하세요) [소시지부침]
2. 달걀을 푼 것에 카레가루 약간과 다진 청홍고추를 넣어 3. 프라이팬에 올려 약불에서 부쳐낸다.
[신김치볶음]
1. 신김치를 살짝 물에 씻어 낸 후 2. 들기름을 넣어 달달 볶아주고 깨소금을 뿌리면 완성
[감자볶음]
1. 감자를 얇게 채 썰어 찬물에 담가 녹말기를 뺀다. 2. 채 썬 양파와 같이 프라이팬에 볶은 후 소금, 후추로 간한다.
[단무지무침] 1. 단무지를 한입 크기로 작게 썰어 얼음물에 담가둔다. 2. 꼭 짜서 물기를 제거한 후 분량의 양념으로 조물조물 무친다. [멸치볶음]
완성된 반찬은 알루미늄 호일에 하나씩 따로 담아 반찬통에서 양념이 섞이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밖은 비록 추운 날씨지만 '추억의 도시락'을 만들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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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볶음을 만들기는 참 쉽고 간단하지만 그 맛이 집집마다 다른 걸 보면 참 흥미로운 요리란 생각이 듭니다. 같은 조림용 멸치라도 멸치볶음이냐, 멸치조림이냐에 따라서 그것도 고추장 양념이냐 간장 양념이냐에 따라서 현저한 맛의 차이가 나거든요. 저희 어머니 식의 멸치조림은 짜거나 맵지 않은 심심한 간장 맛이었습니다. 가끔은 감자도 같이 볶아서 넣으셨던 것 같고요. 그런데 엄마가 만드신 그 멸치조림은 친구들 도시락에 들어 있던 고추장이 들어간 새빨간 멸치볶음에 비해서 제 입맛에 솔직히 맛이 없었습니다. 뜨거운 밥 김에 눅어서 바삭하지도 않았고요. 게다가 멸치조림에서 흘러나오는 간장이 흰 밥에 스며드는 날이면 정말 도시락 먹는 일이 고역이었습니다. 그래도 어머니는 날마다 어김없이 멸치조림을 도시락에 넣어주시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 도시락부터 동생 도시락까지…. 그러니까 매 끼니마다 멸치조림을 먹어야 하는 것은 우리 가족 모두가 감당해야 할 일종의 의무였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집에 가져온 빈 도시락에는 늘 남은 멸치 반찬이 남아 있기 일쑤였죠. 그러면 또 어김없이 어머니의 잔소리가 이어집니다. "왜 반찬을 남겨 오니?" "그럼 멸치조림 같은 것 말고 다른 반찬 싸주면 되잖아. 정말 먹기 싫어!" "멸치만큼 몸에 좋은 반찬이 어디 있다고 그래? 일부러 애써 도시락 반찬으로 따로 만든 건데." "내일도 또 멸치 싸 주면 도시락 안 먹고 매점에서 빵 사 먹을 거얏."
엄마께 가끔 안부전화를 드리는 날이면 제가 도리어 '멸치 잔소리'까지 늘어놓는다니까요. "엄마, 연세 드신 분들은 칼슘을 많이 드셔야 골다공증에 안 걸린대요. 그러니까 멸치볶음 해 두시고 식사하실 때마다 몇 개씩 꼭 챙겨드세요, 아셨죠?" 멸치는 우리 몸의 뼈만 튼튼하게 해 줄 뿐 아니라 세월이 흐를수록 가족간의 정을 단단하게 엮어주는 고마운 칼슘 식품인 것 같습니다. 자! 몸과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멸치 볶음을 만들어봅시다 먼저 양념장을 준비합니다.(간장+들기름+기름+설탕+맛술+생강즙) 멸치를 볶으면서 한 두 숟가락씩 양념을 떠 넣다보면 멸치의 일부분에만 양념이 스며들어 맛이 골고루 배어들지 않거든요. 미리 섞어 만든 후 한꺼번에 뿌려서 볶는 것이 좋습니다. 재료 멸치 2-3줌, 기름(식용유나 올리브 오일) 2큰술, 들기름 1큰술, 간장 2큰술, 설탕 1큰술, 맛술 1큰술, 생강즙 1/2큰술, 통깨 1큰술, 들깨가루 2큰술, 고추(취향에 따라서)
단맛을 좋아한다면 물엿이나 꿀을 넣으면 되구요. 단, 물엿을 넣을 때에는 맨 나중에 들깨가루를 넣는 순서에서 넣어 슬쩍 버무리면 됩니다. 처음부터 넣어서 볶으면 쉽게 타고 너무 딱딱해지는 수가 있습니다. 더 업그레이드 시키자면, 호두나 잣을 넣어도 맛이 좋지요. 다음에는 고추장을 넣은 멸치볶음을 한 번 만들어볼까 합니다.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던 그 맛과는 전혀 다른 멸치볶음이 되겠지요. 어머니께서 제가 만든 멸치볶음을 잡수시고 과연 뭐라 하실지 궁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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