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8]‘참정권 갖기에 우린 아직 어린가요?’ | |
김범기 기자 / kbg@dominilbo.com | |
청소년들의 참정권 요구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지난 23일, 봄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오후 창원 중앙동 정우상가 앞에서 20여 명의 청소년들은 현수막과 그들의 목소리를 담은 피켓을 들고 확성기를 메고 거리로 나섰다. 그들의 손에 들린 현수막에는 ‘4·15 총선 관련 영남 지역 고교-YMCA 청소년의 목소리’라고 적혀 있다. “군대에 가는 우리들에게도 선거권을 달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지 않기를…”, “정치인 용돈으로 빠지는 눈물 젖은 우리 세금”, “부정부패로 부푼 배, 다이어트 합시다”. 그들의 손에 들린 피켓의 문구에서 현행 정치권에 대한 따끔한 질타와 청소년 참정권 요구가 온전히 느껴진다. 청소년 참정권 요구는 현재 모 방송국에서 방영중인 드라마 제목처럼 ‘낭랑 18세’ 운동으로 이미 몇 해 전부터 우리 사회에서 일어났었다. 이런 청소년들의 참정권 요구에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만 19세로 선거연령을 낮추는 선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청소년의 참정권 요구를 일정 정도 받아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일부 정당 현역 국회의원들은 청소년의 참정권 보장에 여전히 인색하다. 거부한다는 표현이 오히려 맞을 수 있겠다. 그들이 내세우는 표면적인 이유는 청소년들이 참정권을 가지기에는 아직 어리다는 것. 그러나 이런 국회의원들의 논리를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드물다. 금배지를 두고 벌이는 그들의 쟁탈전에 청소년의 참정권 보장이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당리당략적인 판단에 따른 거부라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현재 전국 각지의 청소년단체나 모임 등은 이번 4·15 총선을 맞아 다양한 청소년 참여활동을 기획·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남의 한 청소년활동가에 따르면 ‘낮추자(선거 연령을 만18세로 낮추자)’ 등 전국의 다양한 청소년단체나 모임에서 청소년 참정권 관련 활동을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00년 총선에서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이 크나큰 사회적 이슈를 불러일으켰다면 올해 4·15 총선에서는 청소년들의 다양한 총선 참여활동이 또 다른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 의무는 있되 참정권은 없다 거창·구미·김해·대구·마산·부산·안동·진주·창원 등 9개 영남 지역 고교 YMCA 청소년들은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김해에서 수련회를 갖고 오는 4·15 총선을 맞는 청소년의 목소리를 모았다. 이들은 수련회 프로그램의 하나로 마산·창원·김해의 주요 시내에서 길거리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청소년의 63.5%가 총선에 관심을 보이고 있음에도 정작 청소년들은 선거권이 없어 단지 ‘쉬는 날’정도로만 인식되고 있다는 것. 따라서 정치권에 현행 선거법을 고쳐 선거 연령을 만 18세로 하향 조정하자고 제안하며 그 이유로 “학교에서부터 작은 선거를 몇 번씩이나 치르며 선거를 배워왔다”, “아직 순수한 우리가 부정부패에 현혹되기 쉬운 어른들보다 오히려 깨끗한 투표를 할 수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불행하게도 청소년들에게 선거권이 주어지지 않고 있어 이번 17대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자에게 영남 지역 청소년의 의견을 전달한다”며 △부정부패 없는 깨끗한 선거 △자신의 공약 지키기 △교육부 장관에 따라 매번 바뀌는 교육정책으로 혼란 주지 않기 △청소년 복지문제 해결 △청소년 문화시설 확충 등 5가지를 요구했다. 임태효(김해고·1학년)군은 “너무나 상업적인 우리 사회에서 돈이 없으면 청소년들이 마땅히 갈만한 곳이 없다”며 청소년 문화시설 확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 “청소년 인권의 신장과 보호를 위한 노력과 청소년 할인혜택 등 복지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들은 다음 총선 때부터라도 청소년들의 권리를 지키고 청소년들이 나라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선거권을 만 18세로 하향 조정해달라는 것을 빼놓지 않았다. ◇4·15 총선일, 청소년 모의투표한다 영남 지역 고교Y 청소년들은 이번 4·15 총선을 맞아 지역별로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실천활동으로 4가지 계획을 세웠다. 이들의 주요 실천활동을 보면 △총선 당일 청소년 모의투표 △청소년 정책실현 후보자 서명 △인터넷을 활용한 캠페인 △대중매체 적극 투고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활동은 단연 총선 당일 지역별 청소년 모의투표 시행이다. 청소년의 참정권을 정치권에 요구하는 것과 함께 청소년도 충분히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해당 지역구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청소년 모의투표를 시행한다는 것. 이에 대해 경남도선거관리위 관계자는 청소년들의 생각과 취지는 이해하지만 자칫 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도선관위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계획한 모의투표의 구체적인 방법을 알 수 없어 확실한 판단을 내리긴 힘들지만 현행 선거법에 ‘투표용지와 유사한 것을 이용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어 선거법 위반 소지가 많다”며 “청소년들이 참정권을 갖기 위해 선거연령을 낮춰달라는 등의 그 뜻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낭랑 18세로 이야기되는 청소년 참정권 갖기 운동은 이번 총선을 맞아 전국적인 현상으로 다양하게 표출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난 2000년에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으로 선거법 해석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겪었듯 이번 17대 총선에서는 청소년들의 다양한 총선 참여운동이 또 다른 선거법 해석 논쟁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 |
* 경남도민일보는 언론개혁을 바라는 시민들이 힘을 모아 만든 신문입니다. 기사게재일자 : 2004/02/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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