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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돼야 한다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2. 25.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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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돼야 한다
사탕 주는 아저씨와 재미있는 책이 있는 도서관이 되길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문동섭(surfingman) 기자   
제가 근무하는 곳은 대구의 중심에 위치한 전문대학 도서관입니다. 보통 대학도서관의 이용자를 보면 학생, 교수, 직원이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제가 근무하는 도서관에는 또 다른 귀한 손님들이 있습니다. 바로 동네 꼬마들입니다.

대학에 있는 평생교육원과 스포츠센터의 수강생 어머니들이 강습시간 동안 자신의 아이들을 도서관에 맡겨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본의 아니게 보모의 역할을 종종 하게 됩니다.

꼬마 손님들은 허리까지 오는 높다란 의자에 힘겹게 올라앉아 자신의 상반신을 다 가릴 정도의 큰 그림책을 곧게 세워 책을 봅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제게 있어 무척이나 즐거운 일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장난 끼가 가득한 꼬마녀석들이 나타나 도서관을 휘젓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초등학교 3, 4학년쯤으로 보이는 두 명의 꼬마들은 도서관 컴퓨터에 앉아 인터넷게임을 시끄럽게 하는가 하면, 도미노처럼 서 있는 서가의 이쪽 저쪽을 뛰어다니며 술래잡기 놀이도 합니다. 그러다 놀이에 지치면 만만한 동화책을 골라 읽기도 합니다.

두 꼬마의 소란이 며칠째 계속되었습니다. 시끄러움을 참지 못한 한 복학생이 드디어 폭발했습니다. 거칠게 두 꼬마의 팔을 낚아챈 그 복학생은 "도서관은 조용히 책을 보거나 공부하는 곳이지 놀이터가 아니다"라며 눈물이 쏙 빠질 만큼 혼을 냈습니다. 마지막엔 한번만 더 그러면 더욱 심하게 혼을 내주겠다는 으름장까지 놓았습니다.

다음날 두 꼬마들은 올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도서관은 그 복학생 덕분(?)에 평온함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물론 두 꼬마의 소란을 제 손으로 진압(?)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제가 혼을 냄으로 해서 아이들이 '도서관은 조용하지 않으면 혼나는 곳', '도서관에 일하는 아저씨는 무서운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 될 것이 염려되어서였습니다.

우리들의 아이들 중 상당수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도서관을 한번도 가보지 않습니다. 그러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리포트, 시험공부를 위해 반강제적으로 도서관을 찾게 됩니다. 고학년이 되거나 졸업을 하게 되면 자격증 공부와 영어 공부를 위해 도서관내 열람실에 죽치고 앉아 수험서적만 봅니다.

취업을 하면서 본격적인 사회생활이 시작되면 그나마 이용하던 도서관도 서서히 뇌리에서 잊혀져 가는 추억의 장소가 되어 버리는 것이지요. 즉 도서관의 이용과 인식이 대부분 축소 왜곡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도서관이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기관으로 존재하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의 도서관에서는 부모의 손을 잡고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어릴 때부터 도서관을 친숙하고 생활의 일부분으로 여겨지도록 하기 위한 국민정서에 기인하는 바 큽니다.

쾌적한 도서관 환경과 부모와 전문적 사서의 지도를 통해 도서관의 영양분을 흠뻑 섭취하면서 자란 미국과 유럽의 아이들은 보다 탄탄하고 바른 가치관의 형성과 다양하고 깊이 있는 지식의 함양이 가능한 것입니다. 이는 장래에 훌륭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미국과 유럽의 아이들과 우리들의 아이들이 커서 경쟁을 한다면 그 경쟁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도서관의 이용이 지적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만은 아닙니다. 흔히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합니다. 그 길이란 올바른 상식과 건전한 가치관의 형성을 위한 길입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올바른 길을 선택하고 갈 수 있도록 도서관은 도와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도서관은 존재해야 하고 이용되어야 합니다.

요즘 도서관에 인터넷시설이 잘되어 있어서 아이들이 게임방 대신에 도서관을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일부에선 도서관의 게임방화라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에는 '아이들을 도서관을 어떻게 오게끔 하느냐'가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게임 하러 오는 아이들을 어떻게 책과 놀게 하느냐'라는 보다 진전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엄마를 기다리면서 게임을 하거나 책상에 엎드려 자는 아이들에게 사탕과 '해리포터'를 쥐어주었습니다. '도서관에 가면 달콤한 사탕을 주는 아저씨와 재미있는 책이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사탕과 책을 받아 든 아이들은 날이 거듭될 수록 사탕보다는 다른 책을 찾는 것을 보았습니다.

도서관을 놀이터 삼아 놀던 아이들이 어른(부모 혹은 사서 그리고 우리들)의 관심과 약간의 지도를 통해 책과 친숙해 질 수 있음을 알게 된 저는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논다는 그 자체가 얼마나 희망적인 일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입니다. 보다 건강하고 밝은 미래를 위해서 우리 아이들을 도서관에서 놀게 해야 하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도서관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야 합니다.

2004/02/23 오후 5:11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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