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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앨범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한국작가회의/영화연극음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3. 8.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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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을 바꿀 개혁신문 경남도민일보] - www.dominilbo.co.kr

[315광장]졸업 앨범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며칠 전 졸업앨범을 보고 화가 난 한 학부모가 흥분된 목소리로 전화를 해왔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이가 받아온 앨범 속의 사진은 얼굴선이 뚜렷하지 않을뿐더러 눈이 꼭 죽은 사람처럼 초점이 없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옆집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의 졸업앨범과 견줘보면서 질이나 가격 면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걸 알게 되었던 것이다.

아이들 수가 많으면 앨범의 단가가 떨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어찌된 셈인지 그 아이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옆집 초등학교 졸업생보다 학급수가 훨씬 더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졸업앨범의 가격은 무려 9000원이 더 비쌌다. 결국 많은 돈을 주고 질이 떨어진 앨범을 받은 셈이다. 학생이나 학부모 모두가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더 이상 간과 할 수 없는 일이다. 얼마 전까지 어느 지역에서는 앨범을 만드는 몇몇 사진업자끼리 학교앨범에 대한 권리를 돈으로 사고파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몇 년 전에도 이런 비슷한 일이 신문방송을 통해 보도된 적이 있다. 이제는 학부모들의 의식도 많이 바뀌었고 시대도 많이 달라졌다. 몇몇 사람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잘못된 졸업앨범제작의 관행이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그 피해자는 결국 돈을 내는 학부모와 앨범의 주인공인 학생들일 수밖에 없다. 새학기에 맞추어 몇 개의 학교가 새롭게 문을 연다. 사진업자들이 새롭게 생긴 학교의 앨범을 만드는 일을 맡으려고 안간힘을 쓸 것이다. 그러나 되풀이되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는 꼭 지켜야 할 일이 있다.

시장가격과 맞지 않아 말썽이 많았던 조달청 가격이 2004년 4월부터 없어진다. 우선 무엇보다 졸업앨범은 공개입찰방식으로 해야 한다. 몇몇 사람들에 의해 사사로이 계약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아울러 2년 동안 학교 내 행사를 찍은 업자라 할지라도 졸업앨범을 만들 때는 공평하게 ‘졸업앨범공개입찰’에 참여시키고 그동안 찍은 학교행사 사진 필름을 반납하는 조건으로 해야 한다. 2년 동안 학교행사 사진을 찍었다는 이유로 그 업자에게 졸업앨범을 만들 권한을 주는 일도 결국은 특혜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치기 전에 학교장 권한으로 사진업자를 미리 선정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3월에 학교운영위원회가 새롭게 짜이지 않았다 해서 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고 졸업앨범 업자를 정하는 것은 공정하게 업자를 선정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학교졸업앨범 업자를 정하는 일은 학교운영위원회가 짜이고 충분한 심의를 하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다. 학교운영위원회에서는 졸업앨범을 공개입찰해서 값싸고 질 높은 졸업앨범을 학생에 안겨줘야 한다. ‘졸업앨범공개입찰’이라는 방법은 그동안 여러 가지 잡음을 일으켰던 졸업앨범제작 과정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동시에 학교 행정을 맑게 하는 첫걸음이다.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는다면 바르고 옳은 길을 가르쳐야할 어른으로써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거짓을 가르치는 일이다.

<한중권(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마창진 지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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