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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탄핵 놀음'이나 하고 있을 땐가?

한국작가회의/영화연극음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3. 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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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탄핵 놀음'이나 하고 있을 땐가?
[고태진 칼럼] 제 할 일 못한 국회부터 먼저 탄핵받아야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고태진(ktjmms) 기자   
민주당 지도부가 4일 밤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해 노 대통령이 선거법 위반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 곧바로 탄핵 안을 발의하기로 결의하고 한나라당도 또한 탄핵을 주장하고 있어 대통령 탄핵이라는 엄청난 정치적 사안이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물론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라는 최종 절차가 남아있어 실제로 이루어질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이지만 노 대통령의 '못해 먹겠다'는 재신임 폭탄에 이어 '노무현을 몰아내자'는 대통령 탄핵 폭탄이 등장함으로써 국민들을 지속적으로 혼란에 빠트리고 있는 셈이라 하겠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 불법선거운동 규탄대회’에서 "지금 청와대, 정부, 열린우리당이 자유당의 3·15부정선거를 능가하는 어마어마한 관권부정선거를 획책하고 있다”며 “노 대통령과 우리당은 일체의 불법선거개입과 관권선거를 중단하고 사죄하라”고 주장했다.

"불법관권 선거" 주장은 과장된 정치 공세

열린우리당이 불법선거운동이 가장 많이 적발되고 공천자중에서 가장 먼저 구속된 후보가 청와대 출신의 열린우리당 소속이었으며 열린우리당의 현역의원이 돈 봉투를 돌리다 적발되어 후보를 사퇴하기도 하였다.

노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는 있지만, 불법관권 선거가 획책되고 있다는 주장까지 등장하는 것은 너무 과장된 정치공세가 아닌가 보여진다. 지금 대통령이 그 정도 힘이나 권력이 있다고 믿는 사람은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의원들밖에는 없는 것 같다.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지지한다는 것이나 열린우리당이 공개적으로 여당임을 자부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단지 노 대통령이 그것을 입밖에 냈다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라 할 것이다. 물론 대통령도 공직자인 만큼 그런 발언을 할 수 있는 지는 논란거리가 될 수 있지만, 그것을 관권불법선거로 이름 붙여 대통령 탄핵까지 주장하는 과단성에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지금 시급한 것은 대통령 탄핵이 아니라 정치 관련법의 조속한 처리이다. 민주당은 지난 3월 2일 밤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합의하여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던 획정안을 자신에게 유리한 수정안을 기습적으로 제출함으로써 결국 본회의의 파행을 초래했다. 어이없는 것은 수정안을 제안설명한 양승부 의원조차도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했을 정도로 비밀스럽고 즉흥적이었다는 점이다.

시급한 것은 탄핵이 아니라 정치관련법의 처리

민주당의 기습으로 정치 관련법 제정이 늦춰지는 바람에 여러 가지 국가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정치 신인들은 여전히 손발이 묶여 불공정한 선거 운동이 계속되고 있으며 선거 준비 일정의 차질이 초래되고 있다. 총선을 불과 한달 여 남겨 놓은 시점에서 선거구나 의원 정수조차 확정이 되고 있지 않은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탄핵을 받으려면 국회부터 먼저 탄핵을 받아야 한다. 도무지 국회, 특히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거대 야당은 이제껏 대통령 욕하고 허물 들춰내는 일 말고 뭘 제대로 한 일이 있나?

친일규명법을 보더라도 그렇다. 본회의에서 압도적으로 찬성해서 통과시킬 사안을 그리 지연시키고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만 봐도 국회의 비능률성을 알 수 있을 정도다. 허무맹랑한 '민경찬의 원맨쇼'을 물고 늘어져 허비한 국가적 낭비는 또 얼마인가?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대통령 탄핵을 향해 다가가는 모습은 집요하기까지 하다. 두 당은 선관위가 대통령의 발언이 위법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중립적 기관인 선관위를 부단히 압박했다. 유지담 선관위원장의 국회출석 요구안을 통과시키고 “선관위가 의무를 다하지 못한다면 위원장부터 탄핵할 수밖에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

결과적으로 선관위의 팔을 비틀어 위법이라는 결론을 짜내어 이제는 대통령이 위법 행위를 했으니 탄핵해야 한다고 나서고 있다. 검찰이 불법 자금의 출구 조사를 지구당으로 확대시키려 하자 한나라당의 최병렬 대표는 한나라당의 당원이 모두 모여 검찰을 점령하자고까지 했다. 도무지 거대 야당의 안중에는 대통령이고 검찰이고 선관위고 국민이고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한달 앞으로 다가온 국가적 대사인 국회의원 선거의 규칙과 방법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국회가 지금 '탄핵 놀음'이나 하고 있을 때인가? 국회가 정작 제대로 해야 할 일은 제쳐두고 대통령 검찰이나 선관위의 일에 간섭과 압력을 행사하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있으니 국민들에게 외면을 당하는 것이다.
고태진 기자는 고정칼럼니스트 겸 편집자문위원 입니다. 경북의 한 소도시에 살고 있는 평범한 시민입니다.

2004/03/05 오전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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