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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도룡농 소송에서 승리한다면 30년간 '개발'이야기 함부로 못할 것

한국작가회의/[문학회스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6. 1. 6.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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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도롱뇽 소송에서 승리한다면
30년간 '개발' 이야기 함부로 못할 것"
[단독인터뷰] 지난 9월부터 단식중인 지율을 만나다
텍스트만보기   윤성효(cjnews) 기자   
▲ 지율 스님이 묵고 있는 경북 안동의 한 거처.
ⓒ 오마이뉴스 윤성효

말문이 막혔다. 광대뼈가 툭 튀어나온 얼굴에 눈은 풀렸으며, 채 5분도 앉아 있지 못하고 이내 누워버렸다. 한참 동안 말이 나오지 않아 얼굴만 바라보고 있는데, 먼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5일 새벽 0시30분경 경북 안동의 한 거처에서 만난 '천성산 지킴이' 승려 지율의 첫 모습이다. 기자는 수소문 끝에 하루 전날 경남 창원에 머물다가 안동으로 내달렸다. 밤 12시 넘어서 현장에 도착했다. 안동시내를 조금 벗어나니 한적한 시골마을이 나왔다.

도로 가에 승용차를 세워놓으니 마을의 모든 집들은 소등한 상태라 깜깜했다. 논두렁 건너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집이 한 채 보였다. 더듬거리며 집 앞에 섰다. '스님' 하고 불렀더니 기척이 없다. 서너번 불렀더니 문 여는 소리가 났다. 스님을 돌보고 있는 보살이 나와 문을 열어 주었다.

그 보살은 "방금 전까지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는데, 조계종 호법 스님들이 막았다"고 말했다. 지율의 거처가 알려진 뒤 4일 저녁까지 경찰은 물론, 안동시장까지 찾아와 안부를 물었고 언론사 기자들이 인터뷰를 위해 진을 치고 있었다는 것.

조심스럽게 방에 들어섰다. 방안 공기는 따뜻했다. 지율도, 기자도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서로 얼굴만 바라볼 뿐이었다. "왜 왔어요, 할 말도 없는데…"라며 운을 뗀 지율은 "그래도 천성산 문제에 대해 처음부터 취재해온 기자니까 반갑다"며 손을 내밀었다.

"혼자가 아니라 우리 식구들이 다 하는 싸움이다"

▲ 지난 해 12월 신륵사에서 단식할 때의 지율 스님 모습. 5일 새벽 만난 지율 스님은 사진을 찍자는 말에 고개만 내저었다.
ⓒ 용인시민신문
지율은 "이 싸움은 혼자 하는 게 아니고 우리 식구들이 다 하는 거다"고 말했다.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사람을 앞에 놓고 무슨 말을 물을 수가 없었다. 지율이 하는 말을 들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만약에 대법원에 계류 중인 도롱뇽 소송에서 승소한다면, 우리나라에서 30년 동안은 개발을 함부로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중요한 의미가 있는 소송이다. '그까짓 도롱뇽이냐'고 했던 소송인데 지금은 대법관 전체회의에서 다루어질 정도가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

시간이 조금 지나니 방 안의 물건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나무로 깎은 부처상이 지율의 맞은편에 있고, 방 바닥에는 무와 과실을 잘게 썰어놓고 말리고 있었다. 방바닥 그릇에는 큼지막한 무 3개가 담겨 있었다. 하반신은 마비되었지만, 손을 쓸 수 있어 기력을 되찾기 위해 운동 삼아 무와 과실을 잘게 썰었다는 것이다.

지율은 "우리 사회는 여론과 확률로 움직이기보다는 진실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율이 지난 해 9월부터 다시 단식에 들어간 이유이기도 한 말이다.

천성산 공동환경조사를 약속해 놓고 고속철도시설공단과 정부측에서 불공정행위를 계속했고, 정부와 몇몇 언론이 약속위반과 왜곡보도를 하는 데도 가만히 있는 우리 사회에 대해 지율만이라도 문제제기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5년간 하면서 한번도 두렵거나 힘들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처음에는 도롱뇽이 뭐냐고 하지 않았느냐. 소송 1심과 2심에서 졌을 때 변호사를 비롯해 모두 힘들어했는데, 나는 그렇지 않았다. 5년간 안해본 일이 없지 않느냐. 참 많은 일을 했다."

"오늘부터 묵언"

지율은 5일 오후 동국대 일산불교병원에 입원할 예정이다. 지율은 "오늘까지 찾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그래도 말은 했는데, 이제부터는 묵언이다"고 말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되었다.

기자는 조심스럽게 사진을 찍자는 말을 꺼냈지만, 지율은 고개만 내저었다. 기자는 더이상 요구하지 않고 일어났다.

지율은 천성산 공동환경조사위원에서 탈퇴한 뒤, 지난 해 9월부터 혼자서 단식을 시작했다. 경기도 신륵사에 머물던 지율은 지난 해 12월 9일경 언론에 거처가 노출되면서 이곳 안동의 한 거처로 옮겨왔다.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지율이 말했다. "나를 욕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그러나 그들을 미워하지 않는다. 그 사람들도 관심이 있기 때문에 그러는 것 아니겠느냐. 우리 사회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기 바란다. 언론도 그렇게 해달라."

ⓒ 오마이뉴스 윤성효
젓가락질하는 그 모습, 다시 보고 싶습니다
지율스님의 무탈과 회복 그리고 쾌유를 기원하며
텍스트만보기   임윤수(zzzohmy) 기자   
▲ 이 모습, 커다란 근심 없이 삼보일배를 마친 청년불자들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이런 모습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습니다.-2003. 6. 15. 속리산 법주사에서-
ⓒ 임윤수
천성산 지킴이로 널리 알려진 지율스님의 생명이 위독하다는 소식입니다. 인터넷 신문에서 '생존가능성 희박'이라고 촐랑거리는 선입견에는 '사망'이라는 말을 연상시키고 있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보채지 않아도 누구나 가야 할 그 죽음의 길을 당신의 선택으로 저만큼 앞서가는 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앞섭니다. 어쩌면 당신의 선택이나 자청에 의해서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뭔가에 등 떠밀리듯 여기까지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 ‘지율’이란 스님의 법명은 어느덧 천성산과 단식을 연상시킵니다. (2003. 5. 1 충남 아산)
ⓒ 임윤수
아른거리는 아지랑이 속에서 나풀나풀 날갯짓을 하는 노랑나비처럼 법계의 하늘로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불안함과 초조함을 감추지 못해 명심보감에 나오는, '사람의 나고 죽음은 명에 달렸고…'라는 뜻의 '생사유명 부귀재천(生死有命 富貴在天)'이라는 말과 인명재천(人命在天)이라는 글귀에 마음을 의지하며 위안을 받고 싶습니다.

언제부터, 어디서, 누가, 무엇으로, 어떻게, 왜 뭇 생명의 공존과 가치를 주장하는 당신을 여기까지 오게 하였는지 궁금하지만 현재의 저로서는 세세히 알지는 못한다. 정말 미물 중의 미물이라 할 도롱뇽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인지, 아니면 명분에 등 떠밀린 어리석음의 산물인지조차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그 명분이란 것은 마(魔)와 같은 사회적 편견일 수도 있고 제도적으로나 의식적인 가치의 미비일 수도 있습니다.

▲ 새만금을 살리겠다는 750리 길 삼보일배의 행렬에 동참하였던 스님의 젓가락질은 당당하고 힘이 있었습니다.
ⓒ 임윤수
속세를 떠나 구도의 길을 걸으며 수행의 결정체로 얻었을지도 모를 지고지순한 스님의 결행을 어림하려는 이 자체가 가소롭기 그지없는 한 중생의 어리석은 발상일지 모르지만 속세를 살아가는 범부의 눈높이에 맞춘 상식과 가치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뭇생명'이란 말을 썼습니다. 인간에게만 생명이 있는 게 아니라 한 그루의 나무와 한 포기의 풀에도 생명은 있고 가치가 있다는 말에 정색하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들에게 있어 '뭇'이란 접두어는 필요할 때만 이용되는 입발림용일 때도 많습니다.

▲ 먹어야 삽니다. 먹기 위해서 사는 것은 아니지만 살기 위해서, 뭔가 할일을 하기 위해서라면 당연히 먹어야 합니다.
ⓒ 임윤수
'~이니까' 안 되고 '~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하지만 가치와 편리에 따라서는 '~이니까' 되고 '~이기 때문에' 된다고도 하는 경우처럼 말입니다. 흔한 예로 '여자이니까' 바람을 피워서는 안 되고 '여자이기 때문에' 불륜을 저질러서는 안 되지만 똑같은 상황에서도, '사내 녀석이니까' 괜찮고 '남자이기 때문에' 괜찮다고들 합니다. '뭇'이라는 접두어 역시 지레짐작으로 나에게 도움이 되면 가져다 붙이지만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경우에는 굳이 사용하지 않는 그런 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가끔은 '나'라는 인간의 생존 자체가 환경을 오염시키고 파손의 주체임을 실감해 섬뜩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무리 생리적인 작용이라고는 하지만 먹고 싸대니 거기서 배출되는 똥오줌이 맑은 물을 오염시키고, 연명하기 위해 음식을 먹고 옷들을 걸친다지만 그것들은 다름 아닌 무엇인가를 죽였거나 파손시켜 얻은 결과물입니다. 생태계의 순환을 들먹이고 자정능력 운운하지만 절대적인 기준으로 본다면 생존하기 위한 최소의 조건이라고 하는 모든 것들도 엄밀히 말해 그 자체가 살생이며 환경오염이고 자연파괴입니다.

▲ 배불리 먹고 에너지가 충만하니 이렇듯 누군가를 위해 그 에너지를 나누어 주셨던 적도 있습니다.
ⓒ 임윤수
이럴 때 우리는 '뭇'이라는 말로 그들의 가치를 인간의 가치와 동격화하지 않습니다. 예외를 두기 시작하면 그 예외는 또 다른 예외를 낳고 그 예외를 그럴싸하게 포장하면 바로 명분으로 등장하는 것은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짧은 생각에 얽힌 실타래처럼 정리되지 않는 반문들만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답답한 마음에 사인이라도 하듯 연필을 들어 하얀 백상지에 방하착(防下着)이라는 글을 수십 번이고 휘갈겨 써 봅니다. 놓으라 했는데, 착(着)을 놓으라고 했는데 혹시 스님께서는 중생들의 눈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어떤 착을 잡고 계신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 에너지를 나누어 주는 스님의 모습엔 여유가 보였고 아름다움도 있었습니다.
ⓒ 임윤수
뭇생명에 있어 당신의 생명은 정말 예외적 가치인지도 묻고 싶습니다. 저는 도롱뇽은 알지 못합니다. 도롱뇽이 전부가 아니라 상징적일 거라는 것을 생각하고는 있지만 도롱뇽의 생명을 귀하게 여길 만큼 진지하게 뭇생명의 존귀함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성직자 이전에 인간으로서 스님인 당신의 생명은 자연인 누구누구의 생명만큼이나 고귀하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만큼은 확고합니다.

스님께서는 생명존중을 모토로 환경파괴를 저지하려 온몸을 던지셨습니다. 그럼에도 작금의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고리타분하고 어리석게도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이 자꾸 떠오릅니다. 수신이라 할 당신의 생명보존조차 명분에 따라 마음대로 결론지으려 한다면 그건 순리가 아니고 자가당착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해한다거나 알 것 같다'라는 말이 얼마나 위선적이고 심오하게 고민하고 있는 당사자를 김빠지게 하는지를 한두 번 정도는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생사의 기로에 설만큼, 암 덩어리만큼이나 커다란 고뇌나 걱정꺼리도 삼자의 입장에서는 손톱 끝에 박힌 가시만큼도 아프지 않고 성가시기만한 게 사실이니 해답을 얻기 위한 고민이나 궁리는커녕 노력조차 하지 않거나 한다고 하더라도 시늉에 가까우니 밋밋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니 감히 생명존중이나 자연환경에 대해 스님의 염려나 고뇌를 이해한다거나 알겠다는 표현으로 얼버무리려 하지는 않겠습니다. 막연하나마 정말 지고지순한 가치를 가지고 있고 그 가치의 인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의 몸을 던지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을 솔선하고 계심에 경배의 예를 올릴 뿐입니다.

저 역시 불자로 입문하며 가장 기본이 된다는 의례로 수계를 받았습니다. 수계식에서는 불자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계율로 오계(五戒)를 다짐하게 하였습니다. 살생하지 말라, 거짓말 하지 말라, 삿된 마음을 갖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술 마시지 말라. 이렇게 다섯 가지가 불자가 지켜야 할 기본 계율이 되는 셈인 모양입니다.

▲ 작금의 스님은 ‘생존가능성 희박’이라는 머리글로 소개되는 불귀의 객처럼 기사화되기도 하였습니다.
ⓒ 임윤수
지금 스님께서는 불가의 스승인 승(僧)으로 구도와 수행의 길을 걷고 있으면서 정작 가장 기본이 되는 이 오계 중의 하나, '살생하지 말라'는 계율조차 당신에게만은 가장 끔찍한 방법으로 만천하에 공표하며 부인하고 계신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놓을 수가 없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뜻을 미처 헤아리지도, 어림하지도 못하는 범부의 어리석음이 시공을 초월한 스님의 숭고하고도 고매한 가치를 재단하려드는 우를 범하는 것일지 모르지만 이승에서의 가치와 자연의 섭리는 승속(僧俗)에 걸쳐 따로따로가 아닌 불이(不二)로 대동소이할 거란 생각입니다.

▲ 이렇듯 작열하는 태양아래서도 어깨 부딪히며 함께 고민하고 대화를 나누었듯 완쾌한 건강으로 아름답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 임윤수
촐랑거리는 선입견에 빗대어 스님의 유고시를 상상해 봅니다. 설사 그것이 장기적 측면에서 본다면 생산적 갈등으로 결론 내려질지라도 스님에게 유사의 변이 생겼을 경우 치르게 될지도 모를 홍역 같은 반목과 대립이 정말 싫습니다. 수박 겉핥기식의 가벼운 생각일지 모르지만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단적인 결론만을 도출하려는 시도로밖에 보이질 않습니다.

남들은 구걸하지 못해 안달을 하는 당신의 목숨까지 기꺼이 버릴 수 있는 그 용기와 거칠 것 없는 맑은 혜안으로 이쯤에서 모두를 어우를 수 있는 반야의 용선을 내보이고 그 반야의 용선에 희망과 화합의 돛을 활짝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기회가 있어 스님의 힘찬 젓가락질을 두 눈으로 목견하고 카메라에 담았던 사람으로, 수도승들이 화두를 깨치는 그 찰나에 맛본다는 환희심으로 다시 한 번 여유로운 미소를 흘리며 힘차게 젓가락질하는 스님의 모습을 보고 싶음을 진지하게 전하고 싶습니다.

치료하고 회복되는 과정을 거쳐 건강해진 모습, 생면과 자연을 생각하고 환경을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뭔가를 고민하며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삶에 에너지를 얻기 위해 힘차게 젓가락질하며 진지하게 고민하는 당신의 모습을 꼭 다시 보고 싶습니다.

 

 

입원한 지율, 병원서도 단식 계속
정맥주사 등 치료 거부... 아직 생명엔 지장 없는 듯
텍스트만보기   윤성효·안홍기(cjnews) 기자   
[3신 : 5일 오후 6시5분]

병원 치료 거부... 동료 스님 "설득 후 치료 시작할 것"


▲ 5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에 위치한 동국대 일산병원으로 후송된 지율스님이 병원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아 중환자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5일 오후 경기도 동국대 일산병원에 입원한 지율 스님은 계속해서 단식을 고집하고 있다. 지율 스님은 현재 '암환자'처럼 몸이 마르고 기력이 떨어져 몸을 가누지 못하는 것은 물론 말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태다.

세영(신륵사 주지) 스님과 김영권(동국대 일산병원 중환자실) 실장은 이날 오후 4시 10분께 병원 5층 중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율의 상태 등에 대해 기자들에게 상세히 설명했다.

김 실장은 지율 스님이 혈압과 맥박은 정상이지만 체중이 급격히 줄어 31kg밖에 되지 않는 다고 밝혔다. 또 근력저하로 팔과 다리를 움직이기가 매우 힘든 상태다. 이 때문에 지율 스님은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은 알아듣지만, 자신이 말하는 데에는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명이 위독한 상태가 아니냐"는 질문에 김 실장은 "갑작스럽게 문제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답해 일단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것 같다는 소견을 밝혔다.

하지만 지율 스님은 입원 후에도 단식을 풀지 않고 있다. 김 실장은 "스님이 지금 필요한 것은 수분공급인데도 정맥주사를 거부하고 있다"며 "동료 스님들과 동생을 통해 지율 스님이 물을 섭취하도록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머지 상태는 정밀검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며 "다행히 스님이 혈액 검사는 수긍을 해 채혈은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지율 스님은 또 병원 치료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영 스님은 "지율 스님이 아직 치료를 거부하고 있다"며 "함께 (천성산 터널 반대) 활동한 스님 등 가까운 이들이 설득하고 이해시켜 치료를 받게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경애 불교환경연대 국장은 "추측컨대 지율 스님은 천성산 공동조사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부에 대한 실망과 천성산 생명들과의 약속 때문에 또 다시 단식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 후 세영 스님은 언론에 지율 스님을 공개하려 했으나 다른 스님들과 의견이 맞지 않아 다시 비공개로 입장을 바꿨다.


▲ 5일 오후 지율스님이 입원해 있는 동국대 일산병원 중환자실에 의료진이 들어가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2신 : 5일 오후 4시]

지율, 동국대 일산병원 도착


지율은 5일 오후 3시 15분께 동국대 일산병원(경기 고양시 일산 동구)에 도착해 3층 중환자실로 이송됐다.

지율은 회색 털모자를 쓰고 이동침대에 실려 구급차에서 내렸고, 이불을 얼굴까지 덮어 언론 공개를 피했다. 구급차에는 진관, 세영, 각천스님 등이 동석했지만, 취재진의 물음에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지율이 머물고 있는 병실은 일체 공개되지 않은 채 세영은 3시 45분께 지율의 근황과 단식 여부에 대해 브리핑할 예정이다.


[1신 : 5일 오후 1시 35분]

지율, 병원으로 후송


'천성산 지킴이' 지율이 5일 동국대 일산병원으로 후송됐다. 지율은 지난해 9월부터 음식을 끊은 채 단식을 해왔으며 12월 9일부터는 경북 안동의 한 거처에서 지내왔다.

지율은 당초 입원을 거부했지만,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과 불교환경연대 수경 상임대표, 신륵사 세영 주지 등의 설득을 받아들였다.

이들은 장거리 이동으로 인한 부담 때문에 지율의 경북대병원 입원을 검토했다가 애초 일정대로 동국대 일산병원에 입원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 지난 9월부터 100일 넘게 5차 단식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지율이 5일 오전 병원에 후송됐다. 구급차에 실린 그의 목이 앙상한 뼈만 남아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외부로 모습 드러내는 순간... 100일 넘게 5차 단식을 해온 지율이 5일 병원 후송을 위해 신륵사 세영 주지의 등에 업힌 채 거처를 나오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 오마이뉴스 윤성효
▲ 지율의 병원 후송은 조심스럽게 진행됐다. 구급차까지 세영 주지의 등에 업힌 채 이동해야 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이날 오전 11시30분께 외부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지율은 건강이 극도로 나빠보였다.

오전 10시경부터 지율의 거처 주변에는 취재진과 불교환경단체, 천성산대책위 관계자들이 나와 있었다. 지율 여동생과 손정현 천성산대책위원회 사무국장, 세영 주지, 지관 불교인원위원회 위원장 등 관계자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지율의 병원 후송작전이 진행됐다.

오전 11시20여분경 동국대병원 의료진이 도착, 지율의 건강상태를 먼저 파악했다.

이후 지율은 세영 주지의 등에 업혀 앰뷸런스까지 이동했다. 지율은 시종일관 눈을 감은 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지율을 태운 앰뷸런스는 오전 11시45분경 출발했다.

지율이 그동안 거처했던 방에는 나무 불상이 놓여 있었으며, 책 <초록의 공명>이 놓여 있었다. 주방에는 지율이 마시다 만 것으로 보이는 물병 10여개가 보였다.

세영 주지는 "지율 스님이 단식한 지 100여일이 지났는데, 수경 스님 등이 '환경보다 생명이 우선'이라며 여러차례 설득을 폈다"고 말했다. 지율을 검진한 의료진은 "탈수가 심한 상태이나 그나마 혈압은 정상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상태는 검사를 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 지율이 거처했던 경북 안동의 한 거처 전경.
ⓒ 오마이뉴스 윤성효
ⓒ 오마이뉴스 윤성효
ⓒ 오마이뉴스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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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05 13:35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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