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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냉이·망초·광주리나물…‘봄내음 한상’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3. 2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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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냉이·망초·광주리나물…‘봄내음 한상’


경기 이천시 ‘옹화산방’

바람은 아직 찬데 봄볕은 따스하다. 햇살을 받으며 걷기 좋고 겨울에 쌓였던 묵은 때를 벗어버리고 봄 단장을 하기 알맞은 시기다. 온천을 찾아 나들이도 하고 잃기 쉬운 봄 입맛을 찾아가 보자. 요즘 인기 절정인 찜질방과 온천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 늘어 나고 있는데, 경기도 이천의 미란다호텔 안에는 온천 테마파크가 있어 가족 나들이 장소로 그만이다. 수영장과 온천, 두 가지 특성을 잘 살린 곳으로 서울에서 한두 시간이면 도달할 수 있어 아주 부담스러운 여행지는 아니다.

온천욕을 하고 나면 늘상 허기가 밀려오기 마련이다. 쌀이 맛있기로 유명한 이천이니 한정식은 어떨까 이천의 식도락가들은 모두 ‘옹화산방’을 추천한다. 미란다호텔에서 서울 성남 방면 3번 국도를 타고 10여 분 정도 가면 큰길 가에 위치한 식당인데 상호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권정연 시절음식’이라는 글이다. 만든 이의 이름을 내세운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6가지 코스로 나오는 시절식(1만2천원)과 일품 요리 1~2개를 추가해 한상 봄 향기를 피운다. 메뉴에 적혀 있는 나물들과 약초를 입에 넣고 향취에 젖는 순간뿐만 아니라 음식이 나올 때마다 비교해 가며 공부하는 것도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항상 달작지근한 호박죽이 먼저 나와 식욕을 떨어뜨린다는 점이 불만이었는데, 이곳의 호박죽은 달지 않고 섬섬하니 위를 보하기 좋게 쑤었다. 민들레, 물냉이, 망초, 광주리나물 등을 고기와 함께 무친 시절무침은 겨자의 톡 쏘는 맛 때문에 유난히 맵긴 하지만 고기의 느끼함을 없애준다. 둥글레 뿌리, 달맞이꽃 뿌리, 감자, 고구마, 단호박 등을 익혀 으깬 알뿌리 범벅과 산야초 부침이는 봄 내음을 물씬 풍긴다. 짭짜름한 당근 장 김치와 함께 먹는 편육도 색다르다. 아주 서민적인 반찬과 돌솥밥으로 식사를 마무리짓는다.

식사보다는 술로 피로를 씻고 싶다면 직접 담근 약주(2만원)와 동동주(1만원)가 있으니 홍어 근채 무침(2만원)과 찰떡 궁합을 이룬다. 삭힌 홍어의 알싸함과 달맞이꽃 뿌리의 쌉싸름함, 돼지 감자의 개운함이 삼위일체를 이룬다. 일반인들이 쉽게 친해질 수 있는 맛은 아니지만 건강을 챙기고 봄 기운을 느끼려면 도전해 보자. (031)638-8828.

강지영/음식평론가·톱테이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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