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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재래시장에 가면

한국작가회의/[문학회스냅]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6. 1. 14.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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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같이 귀를 막고! "뻥이요"
설날을 맞아 쌀이 부풀어 '강정'이 되었어요
텍스트만보기   경현경(jihzel) 기자   
재래시장이 변하고 있다. 그 예를 포항 죽도시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시장 안에 들어서면 거리가 예전보다 훨씬 청결해졌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건물들도 대부분 리모델링해 매우 환해졌고, 질서정연해졌다.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 등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래시장 상인들이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한걸음 다가가고 있다.

▲ 재래시장(죽도시장)은 지금 설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 경현경
시장 내 새롭게 단장한 주차장 길목 어디선가 "슥슥삭삭"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나더니 "뻥"하는 폭발음과 함께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 '뻥'하는 소리에 귀가 잠시 먹먹해졌다.
ⓒ 경현경

▲ 누런 빛이 나는 쌀을 한번 쪄서 튀긴 것이다. 이것이 더 고소하다.
ⓒ 경현경
지나가던 행인들이 요란하게 울리는 "뻥"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주위를 살피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쌀강정을 만들어내고 있는 곳이다. 밖에선 쌀을 튀기기 위해 기계 두 대가 번갈아 돌아가고 있고, 투명한 유리문 뒤에는 튀긴 쌀이 강정으로 변신하는 과정이 한눈에 들어온다.

먼저, 쌀을 뜨겁게 달궈진 기계 안에 넣어 10여분간을 튀겨내면 튀밥이 "뻥"하는 소리와 함께 길고 둥근 철망 안으로 쏟아져나온다.

▲ 깡통 속에 국산쌀이 들어 있다. 그 쌀을 기계통 안에 넣고 튀긴다. 튀겨진 쌀은 바구니에 붓는다.
ⓒ 경현경
이것을 소쿠리에 담아 움푹 파인 대형 프라이팬에 넣는다. 그리고 초청과 약간의 설탕과 기름을 넣은 다음, 튀긴 쌀과 적당량의 땅콩을 넣어 1분간을 휘휘 저여 사각형 나무틀에 쏟아붓는다.

▲ 섞은 다음 손으로 펴고 있다.
ⓒ 경현경
땅콩과 튀긴 쌀이 엉겨붙은 것을 손으로 쫘아짝 편 다음, 밀대로 납작하고 평평하게 편다. 이때 뜨겁게 엉겨붙은 쌀들을 식기 전에 빠르고 신속하게 펴야만 반듯한 모양의 강정을 만들 수 있다. 평평해진 것을 일일이 손으로 자를 대고 칼로 잘라 선풍기 바람에 말리면 비로소 '강정'으로 완성된다.

▲ 대형 밀대로 민 다음 사각 모양으로 잘라 바람에 말리고 있다.
ⓒ 경현경
쌀강정은 재래시장이나 할인매장 등 시중에서 쉽게 접할 수 있지만, 그것은 모두 완성품들이며, 이렇게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기란 어려운 일이다. 기자도 재래시장을 자주 이용하고 있지만, 이렇게 강정을 만드는 모습은 처음 접했다.

▲ 2대째 전수받은 김씨가 강정을 자르고 있다.
ⓒ 경현경
쌀강정을 만드는 김아무개씨는 포항에서 2대째 쌀강정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국산 쌀만을 사용해 전통적으로 만들던 방식을 고수하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아들이 대를 잇기 위해 아버지의 일을 돕고 있었다.

김씨는 "시중에 판매하는 대다수가 수입쌀로 만들어져 나오고, 수입쌀로 만들어진 강정은 튀긴 쌀알이 크고 투명한 것이 특징이며, 씹히는 맛이 거의 없다. 그러나 국산쌀을 사용해 만든 강정은 단단하고 고소하면서 쉽게 질리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국산쌀로 빚은 전통 방식의 이 강정은 일 년에 한 번, 설 기간에만 맛 볼 수 있다고 말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 쌀강정은 포항에서는 '오꼬시'라고 부른다. 일제시대 영향으로 강정을 오꼬시로 불렀는데 아직까지 그 말이 남아 있다.

여기서 만든 강정을 한 봉지 사서 맛을 보니, 입에 달라 붙지 않고 고소함이 강했다.
강정을 사들고 나오는 길에 김씨가 튀긴 쌀을 한 봉지 주며 아이에게 주라고 덤으로 내민다.

▲ 완성된 강정의 모습. 틈틈이 땅콩이 들어 있어 고소함을 더했다.
ⓒ 경현경
포항시는 '민족의 고유 명절인 설날을 맞아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 등의 진출로 인해 유통환경, 소비패턴의 변화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재래시장 이용하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시민들이 요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래시장을 살리는 데 적극 동참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2006-01-13 10:06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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