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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을 즐기는 ‘생태형 인간’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4. 5.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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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을 즐기는 ‘생태형 인간’

뱃속에서 죽음 뒤까지 친환경적 삶을 영위하려는 사람들… 일상의 불편 감수하며 지구의 미래를 생각한다

여섯살배기 정윤서는 매사에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유별나 보인다. 윤서는 ‘칼로리 영양학’을 따르지 않고 자연육아법에 충실했다. 42개월까지 모유를 먹은 뒤 다섯살이 되던 2003년 1월1일, 이젠 모유 대신 밥을 먹겠다며 모유 수유를 딱 끊었다. 그리고 잡곡밥에 콩나물과 김치맛을 즐기며 자라고 있다. 엄마 최민희(45·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씨는 윤서를 임신하고부터 채식 위주로 식사를 하며 자연스럽게 낳아 키우려 했다. 편리함과 경제성을 최대의 가치로 여기지 않으며 친환경적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을 통해 ‘생태형 인간’의 단면을 그려봤다. 여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한마디로 ‘자연스러움’이다. - 편집자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 일러스트레이션/ 방기황

임신 | 아기 건강 관리는 뱃속에서부터

매달 주기적으로 ‘홍수’와 ‘부활’을 거듭하던 여성의 자궁이 ‘한 생명이 거주하는 바다’로 바뀌는 경이로운 경험, 그것이 바로 임신이다. 태아가 10개월 동안 항해하는 자궁은 단지 몸 안의 바다가 아니다. 공기 중에 널려 있는 독성 물질이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들어오고, 온갖 먹을거리들은 오염된 채 태아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코넬대학 교수인 생태학자 샌드라 스타인그래버는 서른여덟살에 첫아이를 가진 경험담을 풀어낸 <모성혁명>에서 “세상이 오염되면 엄마가 오염되고, 엄마가 오염되면 아이가 병든다”고 우리를 둘러싼 ‘재앙의 도미노’를 경고했다. 태아의 바다인 ‘자궁’이 오염되지 않도록 하는 일을 아이를 가질 때부터 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민희씨가 둘째아이를 갖기로 한 것은 일종의 모험이었다. 그것도 11년 만에 아이를 가져 나이 마흔에 출산해야 했다. 뼈가 약해 흐느적거릴 정도였던 큰아이가 돌 전에 무려 네번을 입원할 만큼 병약했던 탓에 둘째는 ‘다르게’ 갖고 기르려 했다. 아이를 갖기 전부터 몸 관리에 들어갔다. 몸 관리는 아이가 자궁에 안착하는 순간부터 가해지는 환경의 폭력을 피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간단하게 이뤄질 리 없다. 살충제를 뿌리지 않은 채소가 드물고, 육류는 살을 찌우기 위한 약물에 취해 있으며 생선은 태아의 뇌를 손상시키는 메틸수은 같은 물질을 축적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고 먹지 않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음식은 철저히 채식 위주로 했어요. 오곡밥에 채소, 된장찌개 중심으로 먹었고, 체내의 노폐물을 제거하는 데 좋다고 해서 풍욕과 냉온욕을 즐겼습니다.”


△ 최민희씨(가운데)가 '여성을 위하는 정치'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남은주)

그렇게 생명체가 잉태되기 전부터 몸과 마음을 관리해도 태아에게 위협적인 환경은 수두룩하다. 아무리 자연 임신에 성공해도 심장에 구멍이 생기는 등 선천적 기형으로 태어나는 아이가 4.2%(시험관 수정은 8.6%)나 된다. 그 가운데 80%는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실체가 불분명한 위협인자들이 태아를 공격하기 때문이다. 태아를 위협한 것들은 출산 이후에도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이른바 ‘영아 돌연사 증후군’으로 출산 6개월 이내에 숨지는 아기들이 우리나라의 경우 아기 1만명당 3명꼴이다. 여기에는 머리 모양이 예뻐진다고 아기를 엎어 재우는 이유도 있지만, 아무런 이유도 없이 자고 일어나면 죽는 경우도 흔하다. 이런 까닭에 태아를 보살피는 노력이 중요하다.

출산 | 조산사의 손길은 부드러웠다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한 인간의 출산은 인위적 장치에 맡겨지기 일쑤다. 우리나라의 제왕절개 수술률이 40%(일본과 유럽은 20%)를 웃돌아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지금까지 세계 각국의 아기 1만3천여명을 받아낸 ‘자연분만 전도사’ 이복남(74)씨는 “우리나라 여성의 몸은 다른 나라 여성에 비해 아기를 분만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조이고 늘이는 능력이 뛰어나 훨씬 수월하게 분만할 수 있다”고 말한다. 독일에 거주하던 이씨가 고국에 돌아온 것은 한국 여성의 몸이 출산에 얼마나 유리한지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자연분만을 하더라도 문제는 있다. 의사들은 편리함을 위해 ‘회음부 절개’를 다반사로 한다. 이는 산모의 통증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요실금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 현대식 분만실은 최적의 출산 환경인가. 병원에서는 불필요한 약물을 처방하기도 한다.(한겨레 이종근 기자)

최민희씨가 임신 뒤 태아 건강을 확인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을 때도 병원에서는 제왕절개에 의한 ‘꺼냄’을 권했다. 마흔에 그것도 11년 만에 아이를 자연분만하면 위험한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나름대로 몸을 만든 최씨는 자연분만에 자신이 붙어 조산소에서 아기를 낳기로 했다. 무엇보다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엄마 냄새도 맡지 못한 채 간호사의 손에 이끌려 이런저런 검사를 받는 것보다 조산소가 훨씬 아이에게 안전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 아이들의 시력이 좋지 않은 것은 병원 분만실에서 온갖 전자기기에 노출된 탓이라는 누군가의 이야기도 떠올랐다. 물론 응급 상황에 대한 대처 시스템이 없다는 게 신경 쓰이기는 했다. 결국 최씨는 진통이 오면 관장부터 시작해 비보험의 무통주사를 권하는 현대식 병원 대신 어두컴컴한 조산소에서 건강한 딸을 출산했다.

아기의 건강은 태변을 배설하는 데서 출발한다. 많은 출산 뒤 산모들은 대개 48시간 정도 지난 뒤에 젖이 찌르르 돈다. 문제는 아기가 태변을 배설한 뒤 곧바로 분유병 꼭지를 빨게 된다는 것이다. 최씨는 태변을 배설한 뒤 엄마젖이 돌기 전까지를 아기의 미래 건강을 위해 ‘자연 단식기간’으로 삼을 것을 권한다. 단식기간이 너무 길어진다면 아기에게 포도당액과 전해질액 그리고 밥물 정도를 먹여주면 좋다. 최근 모유를 먹고 자라면 어른이 돼서 고혈압이나 심장병에 덜 걸린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듯이, 모유 수유의 이점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모유 수유를 하고 싶다면 인터넷 육아용품 쇼핑몰 ‘룰루랄라’(www.lullulalla.co.kr)에서 국내 최초로 내놓은 ‘수유가리개’를 장만해둘 만하다.

식생활 | 아무리 몸고생이 있을지라도

온갖 먹을거리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초식 동물인 소에게 다른 동물의 뼈로 만든 사료를 주어 생긴 광우병에 이어 바이러스 변형에 의한 조류독감이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개미>에서 “개미들의 세계에는 암이란 없다. 그들은 그들의 장기와 쉼 없는 대화를 하고 그들에게 쉴 자유를 주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노화 연구자들은 거대시장을 형성한 건강식품이나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호르몬 요법 등을 활용하는 것보다 적게 먹는 게 노화를 막는 지름길이라고 한결같이 지적한다. 그럼에도 잡식성의 인간들은 먹을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아 장기에 쉴 틈을 주지 않고 있다.


△ 허경주씨가 아이들 간식으로 준비한 찹쌀 부꾸미와 홍시.

아이들이 달콤한 입맛에 길들여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 이는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맛보는 음식이 무엇인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만일 분유로 음식과 처음 만났다면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식품을 쉽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초등학생 딸을 둔 주부 허경주(37)씨는 임신 중에도 고기맛보다는 푸성귀가 입맛을 자극했다. 어린 시절을 농촌에서 보낸 까닭에 각종 조미료에 찌들어 혀를 자극할 뿐, 재료 본연의 맛을 잃어버린 음식에 젓가락이 가지 않았던 것이다. 그의 딸도 피자나 햄버거, 케첩, 마요네즈 등은 입에도 대지 않는다. “애들은 엄마의 식습관을 그대로 닮아요. 일단 엄마가 먹지 않는 음식엔 손이 가지 않아요. 아마 제가 한번도 먹이지 않아서 그렇겠지요. 요즘엔 누가 줘도 맛없다고 먹지 않아요.”

딱딱한 통밀빵과 생과일, 소금을 안 친 팝콘으로 음식을 장만해 수선화가 웃고 있는 ‘소박한 식탁’을 차린 자연주의자 스콧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 부부. 하지만 도시에 살면서 소박한 밥상을 차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허씨는 이유식을 하기 전 소화기가 약한 딸을 위해 보리를 삶은 물에 찹쌀가루와 멥쌀가루를 넣은 걸쭉한 죽을 먹이고 이유식은 감자·당근 등의 야채를 강판에 갈아 쌀을 넣은 죽으로 했다. 이렇게 하다 보면 음식 준비에 녹초가 되기 마련이다.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다. 수수빈대떡 같은 자연식 간식에 익숙한 아이가 친구 생일잔치에만 가면 쫄쫄 굶고 돌아왔던 것이다. 그래도 허씨는 아이를 괴롭혔던 천식과 아토피를 자연식 먹을거리로 없앴다고 믿기에 몸고생을 마다하지 않으려 한다.

재활용 | “물질 순환의 고리가 되련다"

지구 생태계는 갈수록 호흡이 가빠지고 있다. 인간이 편리함을 위해 대량 생산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경제 행위를 하고 있는 탓이다. 지구 생태계에 인공호흡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월드워치연구소의 레스터 브라운은 <에코 이코노미>에서 “현대사회의 물질적 풍요는 우리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미리 후손의 것을 당겨쓰고 옆집의 것을 내 것처럼 여기고 다른 생명체의 것을 빼앗은 결과”라고 진단한다. 지구를 살리는 새로운 경제학의 출발은 소비를 미덕으로 여기지 않으며 궁핍에 의한 불편을 감수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라지는 것들에 애처로운 눈길을 보내기 전에 지켜내려면 생태계의 순환고리처럼 인간이 사용하는 물질의 재순환 고리를 만드는 게 절실하다.

경기도 과천의 과천중학교에 입학한 김건규(13)군은 지난 2월16일 아침 입학을 하기도 전에 학교의 시청각실을 향했다. 이미 1시간 전부터 늘어선 줄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교복 바자회에 나온 교복을 사려는 사람들이었다. 김군은 시중에서 1인당 20여만원을 내야 마련하는 교복을 단돈 1만원에 모두 장만했다. 그리고 명찰 6장을 만드는 데 들어간 1만원까지 합해 모두 2만원으로 해결한 것이다. 선배의 교복을 입는 게 김군에겐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에겐 새 옷을 입은 기억이 거의 없다. 명절 때도 때때옷을 구경하지 못했다. 과천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엄마 박영미(38)씨가 ‘얻은’ 옷을 아기 때부터 입었기 때문이다.


△ 박영미씨가 얻어온 바지를 손바느질로 수선하고 있다.(김수병 기자)

박씨의 15평 아파트는 만물상을 방불케 한다. 온갖 잡동사니가 곳곳에 쌓여 있다. 박씨의 옷 가운데 다른 사람을 거치지 않은 것은 선배가 운영하는 ‘우리옷 연지곤지’ 판매대에 걸려 있던 전통의류뿐이다. 그것도 판매대 옷을 바꿀 때 공짜로 얻은 것이다. 나머지는 주위 사람들이 입던 옷을 가져와 오래된 ‘공업미싱’이나 손바느질로 손질한 것이다. 수선해 입은 뒤에는 필요한 사람에게 주거나 ‘녹색가게’에서 책으로 바꿔오기도 한다. 박씨는 육아와 가사, 학습 등을 교환하는 ‘과천 품앗이’(http://cafe.daum.net/poomasi) 회원으로 활동하며 가야금과 요술풍선, 생태강좌 등의 품을 제공하고, 반찬과 빵을 얻고 자녀들이 피아노를 배웠다. “아무리 필요한 물건이라 해도 싸야 삽니다. 그렇지 않으면 없이 살거나 주위 분에게 얻습니다. 불편하긴 해도 그것을 감수하는 게 ‘생태적 미덕’이라 생각합니다.”

멋내기 | 자연을 따르는 나만의 아름다움

인간이 자연을 정복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을 바꿀 수는 없는 것일까. 대량 소비사회에서 자연이 인간을 부양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쓰고 버리면 그만이라는 ‘일회용품 경제’가 대세로 자리잡아왔다. 풍요로운 소비생활을 통해 새로운 생산물을 만들어야 경제가 성장한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 결과 지구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쓰레기에 몸살을 앓고 한정된 자원은 고갈될 위기에 처해 있다. 사실 편안한 삶을 사는 데 무한정 많은 자원과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일상의 불편을 감수하는 지혜를 터득하지 못해 시장의 힘에 굴종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인체에 해로운 일회용 생리대를 대신하려고 피자매연대에서 만든 대안생리대.(류우종 기자)

과천의 주부 박영미씨는 1년에 두번 화장을 한다. 시민회관에서 무료로 배우고 있는 가야금의 정기 연주회가 있을 때다. 사실 박씨가 화장을 하지 않는 것은 화장 자체가 싫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화장품에 들어 있는 방부제와 중금속으로 인해 피부 트러블이 생기는 것도 원치 않는다. 실제로 피부 노화를 막으며 미백 효과가 있다는 ‘아하’(AHA)는 피부를 자극해 습진이나 피부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스킨과 로션, 클렌징 제품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화장을 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자신만의 멋을 낼 수 있어요. 무엇이든 자연스러운 게 가장 멋스럽지 않나요? 저는 자연스러움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일상에 널린 일회용품은 여성의 몸을 공격하기도 한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전현선(35)씨는 얼마 전 ‘피자매연대’(http://bloodsisters.gg.gg)가 바느질해 만든 대안생리대를 접한 뒤 무릎을 쳤다. 전씨는 합성물질을 주성분으로 하는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면서 발열과 피부 짓무름, 가려움 등의 고통을 겪으면서도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면서 면 손수건을 씌우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대안생리대로 고통을 덜며 환경을 생각한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프랑스 여배우 이자벨 아자니처럼 머리를 짧게 잘라 샴푸를 덜 쓰는 식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건 제 몫이 아니어도 대안생리대만를 사용하며 촌스러움을 미덕으로 싶네요.


△ 환경을 훼손하는 화장의 대안은 없는가. 사진은 승화원의 옥외납골시설.

죽음 | 생태적으로 자연의 품에 안긴다

생태적 삶의 마무리는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이뤄진다. 오랫동안 우리나라는 ‘묘지 공화국’이라 불릴 정도로 묘지가 야산을 뒤덮었다. 묘지를 조성하려고 멀쩡한 숲을 파괴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10여년 전부터 화장 장려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우리나라의 화장률이 급상승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2년 말 현재 전국의 화장률은 42.64%에 이르렀다. 5년 전인 1997년과 비교할 때 무려 2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수도권 주민의 60%가 화장을 바란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이제는 화장·납골 관련 장묘시설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사실 지구 환경과 생태계를 생각한다면 화장만이 해결책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몸이 생태계와 하나라고 느낄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적지 않은 에너지를 소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검 한 구를 화장하려면 100ℓ가량의 석유나 이에 맞먹는 가스가 들어간다. 화장문화는 묘지 조성으로 인한 토지 훼손을 막을지라도 기후변화와 화석에너지 고갈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런 화장의 문제를 개선하는 친환경적 매장 방식을 스웨덴의 한 장묘업체가 개발했다. 이 방식은 주검을 액화질소로 동결 건조한 뒤 음파 처리 과정을 통해 쉽게 분해되도록 한다. 다음에 가루는 쉽게 분해되는 관에 담겨져 깊지 않은 곳에 묻힌 뒤 6개월쯤 뒤에 완전히 분해된다. 그렇게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린 마케팅은 시장이 두렵다

[친환경 상품의 시장 전략]

폴리아크릴레이트는 저렴하고 제조하기 쉬워 다양하게 활용되는 화학물질이다. 세탁물의 때를 분해하는 수용성 아크릴레이트는 전 세계적으로 해마다 23만t가량이 쓰인다. 게다가 아기의 일회용 기저귀, 여성의 일회용 생리대 등에 초강력 흡수제로 연간 9만t의 폴리아크릴레이트가 소비되고 있다. ‘아크릴폴리머’의 최대 문제는 생분해가 되지 않아 영구적으로 썩지 않기 때문에 엄청난 양이 매립지에 폐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 대신하는 물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거대 소비용품 회사인 ‘프록터 앤드 갬블’(P&G)은 친환경 대용품을 찾아나섰다. 여러 화학회사들은 ‘폴리아스파르테이트’가 가장 적절한 대용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P&G는 폴리아스파르테이트를 대용품으로 만들려고 상업성을 검토했다. 하지만 끝내 생산을 포기하고 말았다. 대량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기존의 것보다 다섯배나 비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연체동물이 딱딱한 껍질을 만들기 위해 분비하는 탄산칼슘을 이용한 생고분자가 폴리아크릴레이트의 대용물질로 주목받고 있지만 대량 생산이 되더라도 소비자의 선택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성공적 기술개발이 상업적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친환경 구호만으로 고객의 지갑을 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실용적 욕구를 완벽하게 채워주며 비싼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야 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그린 마케팅의 성공과 실패 사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와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구매로까지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환경성만 강조한 제품보다는 소비자를 흡족하게 하는 제품 개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그린 마케팅으로 성공한 제품 가운데 출시 한달여 만에 6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좋은 사람들’의 콩을 원료로 한 천연섬유 내의 ‘콩의 기적’이 있다. 이 내의는 ‘탁월한 착용감’이라는 속옷의 핵심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고, 콩을 원료로 사용해 아토피 피부염과 민감성 피부를 가진 사람에게 효능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전략이 효과를 거둬 콩의 기적은 일반 제품보다 30% 이상 높은 가격에도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이에 비해 피부에 좋고 자연에 무해하다는 섬유유연제는 본래 기능인 향이 만족스럽지 못해 소비자에게 외면받았다.

이미 수많은 환경친화적 상품이 시장에 진출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품은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다. 놀랄 만한 기술이라 해도 제품 자체의 장점을 가지고 경쟁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친환경 제품으로 시장에서 상표 이름부터 디자인까지 ‘그린’으로 무장해 제품의 강점을 확실히 부각시킬 것을 제안한다. 그래야만 소비자들이 친환경 상품이 비싸더라도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친환경 제품에 돈을 더 쓰려는 소비자가 뒷받침돼야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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