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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씨나락을 뿌릴 것, 쭉정이를 가려낼 것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4. 4. 14.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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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씨나락을 뿌릴 것, 쭉정이를 가려낼 것"
아버지의 못자리 만들기에서 얻은 배움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박연규(dreamon) 기자   
봄, 농촌에서는 바쁘기도 하지만 굉장히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그 해 농사의 시작인 씨를 뿌리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벼농사의 시작인 '못자리'는 한해 농사의 시작인 만큼 굉장히 중요하다.

며칠 후면 우리는 또 다른 씨앗을 뿌려야 한다. 바로 4·15총선이다. 그날 우리는 저마다의 기준으로 잣대를 세워 한표를 행사할 것이다. 이 일도 '못자리'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다.

우선 못자리를 만드는 법부터 살펴보자. 우선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하우스를 세우고, 곱게 친 흙으로 모판 2/3를 채운다. 그전에 '씨나락'을 준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바닥을 평평하게 고르고 모판을 놓을 자리를 만든다
ⓒ2004 박연규
하우스 안 바닥을 평평하게 고른 다음, 모판을 놓을 준비를 한다. 같은 높이에 모판을 두어야 골고루 잘 자란다.

▲ 대기중인 모판
ⓒ2004 박연규
▲ 씨나락
ⓒ2004 박연규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씨나락이다. 귀신이 이걸 까먹을 때 어떤 소리가 나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씨나락은 좋은 놈으로 골라 며칠 전에 소독해 준비한다. 좋은 쌀을 추수하려면 이 씨나락이 좋아야 한다. 며칠 전부터 물에 담궈 실하지 못한 놈(쭉정이)은 걷어낸다. 따라서 최종 씨나락은 나름대로의 선발 기준을 통과한 녀석들이다.

▲ 모판 위에 가지런히 놓인 씨나락
ⓒ2004 박연규
▲ 조심스럽게 씨나락을 흙으로 덮으시는 아버지
ⓒ2004 박연규
아버지는 씨나락 위에 흙을 덮는 작업이 중요하다며 손수 그 일을 하신다. 흙이 골고루 덮여야지,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하면 좋은 '모'를 얻지 못한다고 하시면서 말이다.

▲ 차례 차례 모판을 까는 일은 내 몫이다
ⓒ2004 박연규
정성을 담은 모판을 옮기는 일은 내 몫이다.

▲ 하우스 안에 꽉 들어선 모판
ⓒ2004 박연규
어느덧 모판이 하우스 안에 가득찼다.

▲ 물꼬를 트다
ⓒ2004 박연규
▲ 모판을 적시기 직전
ⓒ2004 박연규
물꼬를 터서 하우스 안으로 물을 대는 일은 중요한 일이다.

▲ 하우스 안에 물 대기
ⓒ2004 박연규
이제 씨나락은 물을 먹고 흙을 뚫고 일어설 것이다. 그 때까지 아버지는 아침 저녘으로 살피실 것이다. 지금까지 그러셨던 것처럼…. 그리고 씨나락은 아버지가 바라는 것처럼 제대로 된 모내기를 할 수 있는, 그래서 토실토실한 알곡을 맺을 튼튼한 모가 될 것이다.

며칠 남지 않은 국회의원 선거. 나는 또 한번의 못자리를 해야 한다. 어떤 상황이 와도 제대로 된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그런 튼실한 씨나락을 골라 뿌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씨나락을 뿌리는 데만 그치지 않고 잘 자라는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것이다.

한해 농사를 준비하며 정성 들여 씨를 고르고 못자리를 만드는 아버지를 보며 씨 뿌리는 것, 쭉정이를 골라내는 것의 중요함의 다시 한번 깨닫는다. 4·15 총선에는 나도 좋은 '못자리'를 만들고 싶다.

2004/04/14 오전 1:41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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